쪽방엽서2

by 문객

잘한 일, 못한 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잃고 아파하며 힘들어했지만 분명 옳은 일이었기에 권력 앞에 옮음을 위해 당당하게 저항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못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잃어버릴 그 무언가가 두려워, 다가올 상처가 두려워, 권력이 두려워서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옳지 않은 일을 해야만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끝까지 저항하지 못한 게 참 가슴이 한없이 아프고 부끄럽게만 다가옵니다.




포기 세대


자살률, 낙태율, 청소년 불행지수, 교통사고 사망자 수, 소득 대비 부동산값 지수, 일인당 술 소비량 등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상위권에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이 중에 자살률은 십 년 넘게 부동의 1∼2위를 내주지 않고 있다니 하니우리나라가 참 살기 힘든 나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청년들은 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를 넘어, 사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칠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 구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 외모, 건강)로 불리며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찾아가기에 앞서힘든 취업의 문 앞에서 먼저 포기하고 절망하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다행스럽게 결혼이라도 한 사람들은아파트 대출금, 직장 스트레스, 자녀 교육비 등 갖가지 문제로잠시도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채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디 즈음에서 끝날지 모르기에 경쟁의 수레바퀴 속에서살아남아야 한다는 책무감에 갇혀서 자신의 마음을 늘 경쟁과 성장이라는 그늘 속에 가두며 아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그 이름 하나가 어느새 우리 앞에 생존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가족이란


가족과 피붙이란 무엇인가.서로에게 향긋한 냄새를 풍겨 주는 것만이 아닌시큰한 냄새가 나는 김칫국물 자국을서로에게 남겨 주는 존재가 아닌가.나는 형의 가슴에 형은 내 가슴에엎질러진 김칫국물이 아닌가.어머니는 내게, 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내게,나는 아버지에게, 누나는……. -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에서 인용함.


가족이란 ‘김칫국물 자국을 서로에게 남겨 주는 존재’라는시인의 성찰이 가족의 존재를 더욱더 끌어안도록 해 줍니다.너무 가까워, 쌓인 아픔마저 허물없이 털어놓다가그 아픔이 자신의 잘못인 듯 울며 토닥이다 위로할 수 없는 아픔에 결국 김칫국물처럼 쉰 맛 풍기는 향기로 존재의 뒤편에서 쓸쓸하게머뭇거리며 서성이는 당신, 그런 당신의 위로와 눈물이 있어 오늘도 수많은 가족 안에서 꽃이 피고 눈물이 집니다.




돈의 함정


자본주의는 화폐를 가진 사람이 상품을 가진사람보다 우월하고 자유롭도록 보장하는 체제입니다.그렇지만 이런 자유와 우월도상품을 구매해서 돈이 수중에서 사라지는 순간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마련입니다.왜 그럴까요? 소비를 끝낸 우리에게는 상품만이덩그러니 남겨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화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가진 사람이 된 것입니다. -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에서 인용함.


돈은 모든 가치를 평준화시켜그 앞에 무릎 꿇도록 하는순간적이면서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힘은 본질을 파괴하고성품을 외도하며 행복의 즐거움을소비의 즉흥적 쾌락 속에 빠져들게 만들어모든 정신을 감각 속에 머물도록 하는함정을 지니고 있습니다.그러므로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돈에 종속당하지 말고돈을 가치의 품속으로 초대해야만 합니다.그리하여 진정으로 돈이 주인이 아니라사람이 주인이 되어 돈을 수단화시킬 때비로소 돈의 가치는 제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관계


삶의 절반 이상은 관계의 즐거움과 상처, 아픔으로얼룩져 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린 세월이 흐를수록 관계 맺음 속에즐거움을 얻기보다는 상처와 아픔 더욱더 많이 쌓아가게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차 오랜 세월 함께 해온그 수많은 관계 앞에 단절을 선언하기도 합니다.그러다 결국 상처와 아픔을 견디지 못해그 앞에 다가가지 못하거나 사람이 아닌꽃, 수석, 애완견, 산, 낚시 등에 깊어진 외로움을 달래곤 합니다.


관계 맺음, 갑자기 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옆집 아이와 놀고 싶어.”

빈 마음, 새로운 시작, 관심, 배려

“아빠, 이 사탕 옆집 아이 줘도 돼?”

“그럼, 네 마음이 주고 싶은 만큼 주렴.”


관계 맺음이 어려워질수록 처음 그 마음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면 알게 됩니다. 관계 맺음이란 빈 마음속에 내 생각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채워가는 것임을.




미움


살아가면서 정말 어려운 일이 있다면 바로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미움의 시작이야 오해로부터 발생할 수도 있고대화의 문제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고경제적인 갈등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문제는 그 미움의 시작이 곧 관계의 단절로 이어져오래도록 가슴속 한 편에 옹이처럼간직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며증오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은곧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짓밟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린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미워하는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합니다.자존심 때문이라면 너무 흔한 변명 같지만그 자존심 때문에 결국 다가가지 못하고 긴 시간을상처 속에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이러한 미움의 벽도 금세 무너지게 됩니다.미움은 상대방이 싫어서 생기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워하는 상대방은 당신이 싫어서당신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닌 것처럼당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딱히 그 사람을미워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찾다 보면 늘 마지막에 하는 말이‘나와 달라서,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해서’라는 말로끝나는 경우를 접하게 됩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려고 한다면잠시 당신의 마음을 접고그건 그 사람 특성이지 하고 가볍게 넘겨주시기 바랍니다.그래야지만 당신 마음도 편하고관계의 단절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내 기준에 봤을 때 잘못된 것도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옳은 것일 수가 있습니다.그러니 너무 준엄하게 당신의 기준대로 사람들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당신이 내린 대부분의 평가는 당신에겐 정답일지 몰라도 주변 사람에겐 오류일 가능성이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공화국


거실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는 엄마가 공부는 안 하고 스마트폰만 하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제발 그만 좀 하고 책 좀 읽어라.”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는 아빠가 거실에 누워 스마트폰만 하는 엄마에게 말합니다.


“스마트폰 좀 그만하고 애들 공부 좀 봐줘.”


“당신은?”


텔레비전은 주인 없이 켜져 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유튜브 영상은 정신없이 ‘좋아요’를 찾아 허공에 빙빙 거립니다.


스마트폰을 내지 않고 몰래 가방 안에 숨겨둔 학생에게 선생님은 말합니다.


“너 양심이 있긴 하냐?”


스마트폰 하나에 양심까지 왔다 갔다 합니다. 잠시 후, 시험 감독을 들어가는 선생님의 손안에 스마트폰이 삐죽삐죽 꿈틀거립니다.


“김 선생, 시험감독 시에는 그 폰 좀 놓고 가지 그래.”


전화하던 교장 선생님이 말합니다.


버스 운전을 하던 기사가 운전대를 놓은 채 한 손으로 문자를 보내며, 또 한 손으로 라디오 볼륨을 조절합니다. 위태롭게 길 잃은 버스가 다른 곳으로 갈까 두려워 스마트폰을 하던 사람들이 광분하여 스마트폰 중인 기사에게 욕을 합니다.


“당신 뭐야. 죽으려고 환장했어?”


그러곤 다시 돌아와 스마트폰을 합니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이것을 해도, 저것을 해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통신 강국, 대-한-민-국.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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