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엽서1부

by 문객

길이 보이지 않거나 자신의 삶에 답할 수 없을 때면 글을 쓴다. 정해진 목적 없이 마음이 가자는 대로 쓰다 보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적 없는 글을 따라 마음을 맡겨본다.


화(禍)를 대하는 태도


모든 분쟁과 싸움의 시작은 화로부터시작됩니다. 화는 언제나 우리 곁에 끊임없이 요동치는 삶의 물결과도 같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화를 얼마나 잘 보듬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틱낫한 스님은화를 싸우고 없애야 할 적이 아닌, 잘 보살펴야 할우는 아기로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구에게나 잠재의식 속에 화는 지속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고, 성공을 꿈꾸고, 숨을 쉬는 순간순간마다 화는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화를 묵묵하게 잘 보듬고 나아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러한 화 때문에 죽음의 문턱으로 가기도 하고 힘들게 이루었던 많은 것들을 한순간에 다 잃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라는 감정의 응어리는 순간적으로 요동쳤다가 곧 사라지는 파도와 같습니다. 요동치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면 문제가 발생하기에시간을 두고 아이를 달래듯 따뜻하게 어루만져야 합니다. 그러면 요동쳤던 화의 응어리도 결국은 다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순간적인 화 때문에 한 번뿐인 소중한 삶 가운데 극단적인 행동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극단적인 행동은 어쩌면 평생 자신의 삶에큰 상처와 아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위한 몸짓


개혁은 어느 시대에나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개혁이 없는 시대는 곧 부패 되어 썩기 마련입니다. 어떤 사상, 이념, 종교도 정체되어 있으면 다 썩기 마련입니다. 영원히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더 좋은 삶을 위해 해야 할 유일한일은 끊임없이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해 의식과 행동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개혁을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개혁에는 희생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얻는 쪽도 있겠지만 개혁이라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권력과 힘의 재편성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막연하게 특정 집단이 특정 이익을얻기 위한투쟁이나 싸움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혁이 투쟁이나 싸움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위한아름다운변화의 물결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더불어 한 길을 가고자 하는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야말로 모두의 더 나은 행복을 위한 아름다운 몸짓이 될 것입니다.




가벼운 삶


“나는 한참을 걷다가 개를 도로 내려놓았다. 가벼운 것도 오래 들고 있으니 무거웠다.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 -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중에서 인용함.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둘씩 인생의 짐을 가슴 속에 쌓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꾸 힘이 없어지고 푸념만 깊어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생의 짐에 자꾸 삶의 무게만 늘어가기때문입니다. 나이 들수록 생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비우는 자세를간직해야 합니다.


물건을 치우고, 가구를 정리하고, 옷을 버리는 활동 못지않게 인연의 짐과 마음의 고민, 걱정 등을 버리고 비울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 비어있으면 비어있는 만큼 세상은 충만함으로 다가오고 인연은 늘 새롭고마주하는 환경은 감사함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비움의 곳간에 자신의 삶을 오롯하게 맡길 줄 알아야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운과 공


화엄사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리고 나오시던할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운이란 글자를 180도 뒤집어 보면공이 된다는 것을이제야 알게 되었다고.내 인생에 왜 이렇게 운이 없었는지를 생각해 보니그만큼 인생에 공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살다 보면 가끔 ‘왜 이렇게 나만 운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남들은 저렇게 잘 살아가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삶이 안 풀리는 거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운이라는 것도 할머니의 말씀처럼결국, 살아온 공에 의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운이라는 잘못된 사슬에 갇혀 소중한 순간을 원망하며낭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첫 마음


첫 마음이 뭘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 순간 가장 돌아가고 싶은 그 첫 마음이 뭘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남들이 여기저기 투자에 성공해서많은 돈을 벌었다 해도 전혀 관심 두지 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던 그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돈이 행복의 수단일 수는 있어도 절대 행복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내 마음과 누군가의 마음속에 피어나는 사람 냄새 그 향기임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던 그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가치보다 돈이 삶을 지배하고 비움보다 채움이 더욱더 삶에 무게가 되어버린 지금, 문득 그 첫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다시 첫 마음이 뭘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일곱 살 된 아이와 열 살 된 아이가‘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동시 작가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와서는 “시라는 것은 사물을 자세하게 관찰해야잘 쓸 수 있는 거래.”라고 말하자 둘째 아이가 말합니다. “언니, 그럼 내가 한번 시를 말해 볼게. ‘요즘엔 주말에 엄마, 아빠랑 여행을 가서 너무 행복하다.’멋있지?” 그러자 첫째 아이가 말합니다. “야, 그건 시가 아니라 일기야. 그게 뭔 시야.”둘째 아이가 잠시 머뭇거리더니첫째 아이에게 말합니다. “아니야, 동시는 진실 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가장 중요해.”


뜻 없이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둘째 아이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와 닿았습니다. 시인이 되겠다고,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전해줄 수 있는그런 시인이 되겠다고시를 쓰고자 하면서도좋은 시를 쓸 수 없었던 건바로 제 마음이 진실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첫 마음을 잃고 거짓된 마음으로 시 앞에 섰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닥의 합창

바닥에 떨어져 보면 압니다. 더 쉽게 되돌아올 수 없는 깊은 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은 압니다. 이 순간지루하다고 말하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온전하게 마주 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은 압니다.


그런데 더욱더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있던 바닥이 내 바닥이 되기도 하고 내 바닥이 바로 당신의 바닥이 된다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바닥에 있다고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되며 바닥에 떨어졌다고 너무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닥에 있는 당신에겐 분명히 또 다른 정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쇼펜하우어의 몸짓


쇼펜하우어는 말합니다.

“고뇌는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주어져 있다. 큰 고뇌가 있으면 작은 고뇌는 바로 사라지지만 반대로 큰 고뇌가 없으면 온갖 사소한 일들이 나타나 마음을 힘들게 한다.”


큰 어려움을 겪고 나면 주변에 작고 사소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끊임없이 젊은이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보라고 합니다. 그래야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아픔과 상처를 맨정신으로 보듬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욕망의 빈정거림과 이성의 무게 사이에 늘 비틀비틀하다가 잠시 고요함을 주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비틀거림 속에 너무 깊게 비틀거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절망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오래도록 쌓아온이성의 무게로 욕망의 빈정거림을 비교적 잘 통제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 불균형의 차이는 바로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큰 고뇌의 유무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어디선가 미치도록 힘들고 괴로워하고 있다면그건 앞으로 다가올 고난에 대해 미리 든든한 보증을 세우는 것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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