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가 벌써 일어나 말끔하게 단장한 채 배낭을 정리하고 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새벽녘이다. 그는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루머와 머루는 아직 깊은 잠 속에 있는 듯 숨소리가 고요하다.
"어르신, 벌써 출발하시려고요?"
"가야지, 원래 갈 곳 없는 사람이 분주한 거야. 갈 곳을 찾아야 하니. 애들이랑 즐거운 여행하고, 다음에 인연이 되면 우리 또 만나구려. 애들이 표정을 보니 상처가 있는 듯하던데 잘 토닥거려 주면 애들이라 잘 지낼 거야. 아무튼 함께 해 반가웠구먼. 좋은 선생님되구려."
"어르신, 식사라도 저희가 대접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빨리 가시는 것 같아요."
"아이고, 식사는 무슨 식사, 식사는 내가 대접해야지. 다음에 만나면 그때는 술 한잔 하면서 또 깊은 이야기 나누게."
"네"
그가 짤막한 인사를 건넨 후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문밖으로 나선다. 그의 뒤를 따라 인사를 전하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확인해 본다. 머루의 어머니한테 부재중 전화가 여러 번 와 있다. 어젯밤 핸드폰을 무음으로 놓아서 그녀의 연락을 확인하지 못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무슨 전할 말이 있을 것 같아 밖에 나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어머님, 저 루머 담임이에요. 어제 전화가 와 있어서요."
"아, 네, 샘님, 여행은 잘 댕기는가 해서요?"
"네, 어머님, 아이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은 어디세요?"
"네, 대구 김광석 거리에 와있어요."
"대구라고요?"
"네, 어머님."
"그럼 이제 대구에서 다른 곳으로 가나요? 아니면, 거기에 며칠 더 머물 예정인가요?"
"아이들하고 상의해봐야 하는데, 아마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아요."
"네"
"어머님, 혹시 머루한테 전할 말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샘님. 경상도 쪽으로 간다고 해서 제가 합천 해인사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해 놨는데, 거기에 한번 가볼 생각은 없나 해서요? 저도 애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아, 그래요. 저는 괜찮은데, 애들 일어나면 한번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래요, 샘님.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물어보고 연락 한번 줘요."
"네, 어머님."
합천 해인사 템플 스테이, 아주 오래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런데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장소를 선택한 것일까? 혹시 그녀도 그곳으로 내려온다는 말인가? 전화 내용으로 보면 그녀도 템플스테이에 동행한다는 의미로 보이는 것 같은데, 그곳에서 우리에게 말해 줄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루머와 머루가 뒤척이며 일어난다.
"머루야,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여행을 위해 합천 해인사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해놨더라고 하는데."
"템플스테이요? 사찰 체험요?"
"아니, 꼭 사찰 체험은 아니고 해인사 숙소에서 하룻밤 자면서 스님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야."
"네, 루머는 템플스테이 해본 적 있어?"
"아니요."
"그래, 아마 머루 어머님도 그곳에 내려와 우리와 같이 하룻밤을 보낼 계획 같아."
"네, 그럼 같이 해요. 선생님."
"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하고 합천 해인사 쪽으로 가도록 하자."
"머루도 괜찮지?"
"네, 그런데 엄마가 왜 여기까지 오려고 하실까요?"
"그건 있다 엄마 만나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과 함께 합천 해인사로 가기로 했다는 말을 전하고 방천시장 인근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합천 해인사로 향한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 것인지, 우리를 위해 숙소까지 마련한 그녀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선생님,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빨리 가셨어요?"
"어딘가 바쁘게 가셔야 하는 것 같더라고."
"네, 그 할아버지 참 멋있는 분 같아요."
"응, 맞아. 다른 할아버지 하고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아."
대구에서 합천해인사까지는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우리는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면서 합천 해인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