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떠남

by 문객

밤이 깊어간다. 아이들의 눈빛 속에도 조금씩 피곤함이 묻히어 간다. 방이 좁아서 셋이 자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 같지만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의 체온을 함께 하니 편안함이 느껴진다.


"루머야, 아버지한테는 연락했니?"

"아니요"

"그래도 연락은 해야 되지 않겠어?"

"관심도 없을 거예요."

"관심이 없다니, 선생님한테도 몇 번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전화했다고요?"

"....... 응"

"루머야, 혹시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거니?"

"저도 잘 몰라요. 어려서 집을 나가셔서요."

"왜?........ 아니다."

"머루는 자니?"

"아니, 아직."

"머루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거 같아. 시집도 읽고."

"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아요."

"그래, 좋아하는 시인은 누구냐?"

"정호승 시인을 좋아해요."

"아, 그렇구나. 선생님도 정호승 시인 좋아하는데."

"머루도 김광석이라는 가수 좋아해?"

"네, 저도 많이 좋아해요."

"아, 루머와 머루는 정말 많이 닮았구나. 그래 차츰차츰 또 이야기하고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졌으니 어서 자렴."

"네, 선생님도 편히 주무세요."


불이 꺼진 창문 틈으로 주황빛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밝힌다. 누워서 창문을 바라보니 거리가 온전하게 보인다. 그리고 가끔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눈에 다가온다. 누군가는 거리 밑에 반 즈음 묻혀 있는 우리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서로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한참을 이곳에 머물다가 가곤 한다. 아이들이 잠이 들었는지 깊은 숨소리가 들린다. 모두 편안하게 잘 자고 있다. 그들의 숨소리에 내 숨소리도 묻힌다. 평온한 밤이다. 아이들의 꿈속도 이 평온함처럼 고요한 추억으로 가득하길 바라며 나도 따라 잠을 정한다.


"애들아, 일어나서 샘님이랑 이쪽 방으로 와서 밥 먹으렴."


그녀의 목소리이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아이들을 깨우고 이불을 정리한 후 방으로 향한다. 된장찌개와 계란찜의 열기가 모락모락 밥상을 밝힌다. 그녀의 두 손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머님도 어서 같이 드세요."


그녀가 숟가락을 들지 못한 채 옆에 앉아서 우리가 먹는 모습만을 바라본다. 아이들과 함께 며칠간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쉽게 입이 열리지 않는다.


"엄마, 선생님이랑 여행 좀 가도 되나요?"


머루가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연다. 머루의 말에 그녀가 나를 쳐다본다.


"샘님요, 이게 무슨 말이에요?"

"네, 어머님, 애들이 답답할 것 같아서요. 애들이랑 추억도 쌓을 겸 며칠간 여행 좀 다녀오면 어떨까 해서요?"

"애들도 많이 좋아하겠네요. 방에만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샘님이 괜찮겠어요?"

"저는 좋지요, 애들이랑 안전하게 잘 다녀오도록 할게요, 어머님."

"아이고, 샘님이랑 가는데, 좋은 데 많이 구경하고 오세요."


그녀가 냉장고를 연다. 냉장고에 있던 과일 몇 개와 방에 있던 사탕이며 과자 몇 개를 챙긴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그녀가 들어와서는 봉투를 건넨다.


'샘님요, 이거 얼마 안 되는데, 애들이랑 맛있는 거 사 드세요. 내가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지금껏 그런 적이 없어서요."

"아닙니다. 어머님, 이건 제가 받을 수가 없어요. 정말, 괜찮습니다."

"아이고, 얼마 안 되는 것이니, 제 미안한 마음이라 생각하고 넣어둬요."

"아니, 정말 괜찮습니다. 어머님."

"그럼 루머 네가 챙겨라. 샘님이랑 여행하다 뭐 먹고 하면 루머 네가 계산도 하고 그래라."

"네, 어머님."


대충 여정을 챙기고 차에 탄다. 그녀에게 짤막한 인사를 건넨 후 아이들과 여행에 대해 상의해 본다. 가장 먼저 가야 할 목적지를 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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