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어디 가보고 싶니?
"........"
"산, 바다, 놀이공원 등"
"놀이공원요?"
"응, 그래. 놀이공원 가고 싶어? 그래, 그러면 서울에 롯데월드 갈까?"
"정말요? 머루야, 좋지?"
"나는 좀, 사람들 많은 데는 싫은데."
"아, 그래."
"그럼 동해바다로 가자. 바닷가에 가서 백사장도 거닐고 맛있는 것도 먹게. 머루야, 바다는 괜찮지?"
"네, 루머야, 미안."
"아니, 괜찮아. 나도 사람 많은 곳은 솔직히 좀 부담스러워."
"그래, 그럼 첫 번째 목적지는 동해바다로 가는 거다."
"네......."
"선생님,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되셨어요?"
"글쎄, 내가 왜 선생님이 됐을까?"
"......."
"그냥 아이들이 좋았던 거 같아. 그래서 사범대에 진학을 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생님이 된 거 같아. 그런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접하다 보니 이 길이 그렇게 쉽고 만만한 길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교육이라는 것이 뜻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땐 가르치는 일보다 행정 관련된 일에 온 기운을 다 빼앗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처음 뜻한 대로 이 길을 가기보다는 그저 월급을 기다리는 직장인의 모습으로만 변해가더라고."
"그래도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조금 달랐어요. 아이들에게 뭔가 유익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려고 노력했잖아요."
"루머야, 선생님 수업 들었어? 우리 루머는 수업시간에 맨날 책만 읽거나 아니면 자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들을 건 다 들었어요."
"그래, 정말로?"
"머루야, 너도 들을 건 다 듣지?"
"........"
"어쩌면 그런 얘기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입시 위주의 교육 속에서 선생님 스스로가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거 같아. 솔직히 매일같이 반복되는 내용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순간 뭔가 텅 빈 내 모습을 보게 되거든. 그리고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매일같이 의욕 없이 학교를 오고 갈 때면 참 많이 가슴이 아팠던 거 같아. 저들의 잘못이 아닌데, 저들에게도 학교가 희망의 울림을 전해 줄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늘 학교는 대학, 성적, 경쟁, 점수만을 말하잖아."
"맞아요, 선생님. 공부만 잘한다고 꼭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닌데, 학교에 가면 늘 공부만 하라고 해요. 그리고 공부 못하는 사람은 패배자나 낙오자를 만들어요. 그리고 학교 공부는 맨날 시험 보기 위한 것이다 보니, 그냥 무조건 암기만 하고 문제 풀고 하는 게 너무 싫어요. 저희가 문제 푸는 기계도 아닌데, 늘 읽고 외우고 암기하고. 그리고 이렇게 해야만 좋은 대학 가서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가요."
"맞아, 그건 선생님도 잘못되었다고 봐. 학교는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작은 사회와 같은 곳인데, 오직 공부만 강조하고,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최고로 대접받으니 나머지 다른 아이들은 학교라는 곳이 얼마나 답답하겠어."
"맞아요, 선생님. 제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오게 된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런 경쟁 위주의 분위기였던 거 같아요."
"그래도 꾹 참고 다니지 그랬어?"
"꾹 꾹 참다가 결국 나오게 된 거예요."
"그래, 그나저나 루머와 머루는 꿈이 있어? 루머는 뭐 하며 살고 싶어?"
"글쎄요. 항상 선생님들은 꿈을 묻곤 하는데, 선생님도 알고 있듯이 우리 사회는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잖아요. 꿈이야 정말 많지만, 그건 정말 그냥 꿈인 거 같아요.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없다는 것이 자꾸 꿈이라는 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선생님. 이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을 거예요. 특히 저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공부를 못하면 루머의 말처럼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니, 꿈이란 단어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삶을 활기 있게 만들잖아. 그것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무언가를 꿈꾸고 소망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현실적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들이나 가능한 말 같아요. 저희처럼 이렇게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 희망조차 무의미하게 다가오거든요."
"너희들은 잠시 너희들의 길을 찾아 여행 중일 수도 있잖아. 어쩌면 삶 자체가 여행이 아닐까? 너희들은 그 여행길에서 다른 아이들이 가는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가다 비포장길을 만난 것일 수도 있고."
"네, 선생님."
아이들과 차 안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차는 동해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을 정도로 푸른 바다 위에 먼 지평선이 보인다. 바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 준다. 넘치면 넘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바다는 모든 것을 다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 안 같다. 바다를 향한 아이들의 눈빛도 환해진다. 바다의 푸른빛에 젖어 우리의 마음에도 푸른 희망의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