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하고 있는 소극장으로 향한다. 오십 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지만 그 안엔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에도 풋풋함이 느껴진다. 잠시 후 몇몇의 가수가 통기타를 들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며 공연이 시작된다. 일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외사랑, 부치지 않은 편지 등 주옥같은 노래가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불려진다. 루머와 머루의 표정이 꽤 진지하다. 한 곡 한 곡 분위기가 저물어 갈수록 소극장안의 사람들의 눈빛에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빛깔이 깊어만 간다. 나도 모르게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마음속으로 따라가 본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향한다. 이번 숙소는 김광석 거리 인근에서 보낼 수 있게 방천시장 옆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정한다. 우리 셋과 함께 낯선 한 사람이 예약되어 있는 방이다. 숙소에 여정을 풀고 허기도 채울 겸 아이들과 방천시장 골목길로 향한다. 오랜만에 삼겹살을 구우며 아이들과 좀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고깃집으로 향한다. 방천시장 골목엔 구수한 냄새가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고깃집이 많이 있다. 여러 집을 돌아보며 공간은 작지만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먹을 수 있는 집을 탐색하다 '대동상회'로 들어간다.
다른 음식점과 다르게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으며 테이블마다 줄을 타고 육십 촉 전구가 머리 위에 반짝거리며 주황빛 불빛을 비춰준다. 테이블의 수는 고작 다섯 개 정도가 전부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하얀색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두건을 쓴 채 단정한 모습으로 주문을 받는다. 삼겹살 네 근에 김치찌개와 계란찜을 주문한다. 우리를 포함해 세 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공간과 공간의 틈새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가면 적당한 거리로 여백을 두고 있다. 가끔 옆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우며 오고 가는 정겨운 사연이 들려온다. 아마도 오늘 하루 고단한 직장 생활에 지친 평범한 사십 대 직장인의 모임 같다. 다른 한쪽에선 젊은 남녀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기를 굽고 있다.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풋한 대학생 연인으로 보인다. 테이블에 앉아 육십 촉 전구 밑으로 그리워진 풍경이 더없이 따뜻한 저녁의 풍경을 만드는 시간이다.
잠시 후, 우리 쪽 테이블 위에도 돌돌 말아 감긴 삼겹살과 꽤 오래 묵은 김치와 싱싱한 버섯이 놓인다. 삼겹살을 한 올 한 올 펼쳐가며 불판 위에 올려놓는다. 아이들은 많이 배고픈 듯 묵은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삼겹살이 얼른 익기를 기다리는 듯 젓가락을 내려놓지 못한 채 불판 위의 고기만을 바라본다. 아이들의 배고픔을 감지했을까? 잠시 후 청년 사장이 다가와 능숙한 솜씨로 테이블 위에 고기를 자른 후 강한 불꽃 위에서 고기가 빠르게 익도록 배열을 한 다음 약한 불꽃 쪽에 김치와 버섯을 놓아준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아이들도 많이 지쳤던 것인지 금세 고기가 바닥을 드러내고 그 위에 또 다른 고기를 올려놓고 또 한 곳엔 주문한 냉면과 밥이 놓인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고기를 먹은 후, 숙소로 향한다. 김광석 거리 곳곳은 어둠을 밝히는 조명으로 더욱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어둠 속에 은은하게 돋아나는 벽화 속 그의 모습과 노래의 가사들이 마치 별처럼 거리 곳곳을 밝힌다. 우리는 다시 김광석 거리의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벽화 속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걸어본다. 바람도 제법 선선하게 불어온다. 마음도 어느새 무더운 오후의 열기와는 다르게 더없이 빈 여백을 남긴 채 그의 노래를 맞이한다. 그곳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낮과는 다르게 조금은 더 침착하고 느려진 듯 곳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도 저녁 바람과 사람들의 기운에 취해 한참 동안 김광석 거리를 걸은 후, 숙소로 향한다. 우리 이외에 또 한 사람이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의 존재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편한 사람이어야 할 텐데, 아이들이 그 사람을 어려워하면 오늘 밤은 매우 불편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노인분이시다. 한 칠십은 넘어 보이는 그가 여정을 푼 채 아래쪽 침대에 앉아 계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보이신다. 검은테 안경을 쓰신 채 백발의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친 채 이리저리 뒤섞여있는 것을 보니 모자를 쓴 채 어딘가를 구경하다 이곳에 머물게 된 관광객으로 보인다.
"어디에서 왔나요?"
"네, 저희는 전라도 익산에서 왔어요."
"익산이요? 나도 고향이 전라도인데, 나는 전라도 여수에서 왔구먼."
"네, 여기는 제자들입니다."
"아, 선생님과 학생 들이구먼."
"네"
"선생님이 아이들 데리고 여기까지 무슨 일로?"
"여행 왔어요. 아이들이 김광석 거리를 보고 싶다고 해서요."
"아, 그래요. 너희들은 참 좋겠다. 선생님이 학생들 데리고 여행도 다니고. 우리 때는 맨날 맞기만 했던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