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마시라.
- 연하천대피소(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거든 시 일부)
연하천대피소 현판에 쓰여 있는 글귀 앞에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몇 글자로 지리산을 찾는 행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더없이 시인의 놀라운 글솜씨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지리산을 찾는 길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상의 삶을 견딜만할 경우 굳이 지리산으로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갈 길이 막막하거나 큰 상처를 받거나 아니면 무언가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 삶을 짓누를 때면 지리산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무게를 안고 산을 오르다 보면 지리산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괜찮아, 괜찮아’라며 답답한 마음을 꼭 안아줍니다. 지리산은 가장 소중한 동무이자, 늘 마음의 큰 고향 같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