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존재의 의미를 물으면 물을수록 더욱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사르트르의 말처럼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가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삶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삶의 이러한 필연성을 즉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무언가로부터 영원히 농락당한 채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쫓기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삶의 반란을 꿈꿀 수도 있다. 미친 듯이 떠나보는 적막한 여행의 낯선 풍경 앞에 접하면 잠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안개가 걷히듯 또렷하게 돋아나는 잔잔한 의식 속에서 잃어버린 풍경을 회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향수는 다만 일시적인 몸부림에 머물고 만다. 다시 돌아와 일상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습관처럼 해야 할 일을 반복적으로 하게 될 경우 다시 의식은 안개 속으로 갇히게 된다.
절박함은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모든 창작과 예술품은 이러한 절박함으로부터 나온다. 지금 이 순간, 직면하고 있는 삶의 절박함이 무엇인지는 언어의 차원을 넘어 복잡한 의식의 사슬로 얽혀져 있다. 그 사슬과의 첫입맞춤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 떠나게 될 이 긴긴 여정을 통해 삶이 더 이상 당위적 의무가 아닌 존재의 묵묵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저문 들녘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