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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역사의식과 한국 개신교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목회자?

by His table

차라리 알지 못했더라면,

차라리 듣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려나.


우리 사회에서 매일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특히 교회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이다. 고등 교육 과정을 거쳐 대학 교육, 심지어 석사 과정까지 받은 이들의 지적 수준을 볼 때면 우리 사회의 교육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요즘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모 교회의 담임 목사의 식민지 근대화론적 설교가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의 설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것이다.


“일제강점기는 하나님께서 한국을 회복시키기 위해 허락하신 것이며, 일제 덕분에 조선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으니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 “


뉴라이트인지, 친일파인지 모르겠지만 식민사관을 옹호하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버젓이 설교 시간에 말한다는 것은 오늘날 한국 교회 목사들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참담한지 잘 보여준다. 비단 이 교회의 목사만 그렇겠는가?


연일 쏟아지는 이런 궤변에 가까운 메시지들을 차라리 몰랐거나 듣지 않았더라면 이런 글을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듣고, 보았는데 어찌 비판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망가뜨리는 교회를, 기독교를 어찌 외면하겠는가?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이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다른 쪽에선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들어준 분이 계신다.



소설가이자 민주화운동가인 황석영 작가님은 작년에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란 파일럿 프로그램에 나와 식민지 근대는 “도둑놈의 사다리”와 같다고 설명해 주셨다.


요지는 도둑놈이 물건을 훔치러 우리 집 담벼락을 넘어야 했다. 담벼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가져왔다가 도망갈 때 사다리를 두고 갔는데 우리 집을 발전시켜줬다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일제국주의의 야욕으로 남의 나라를 침탈하고, 침략하기 위해 철도 깔아 놓고 간 것이 어디 우리나라를 위한 것인가? 아니 심지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단 말인가?


2025년 2월 16일 기준으로 공식적인 위안부 생존자는 단 7명이다. 생존하신 피해자와 이미 돌아가신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가진 상처를 생각한다면 오늘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친 이들은 2차 가해자들이다. 문제는 이런 2차 가해를 버젓이 교회의 강단에서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에 ‘아멘’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참담하고, 개탄스럽다.

오늘 한국 개신교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역사의식도, 아픔에 대한 공감도, 불의에 대한 분노도 잃어버린 한국 교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요즘이다.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저 내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작은 목소리를 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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