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수집가
‘이거 왜 하는 건데요?’, ‘왜요?’
아뿔싸, 포브스 선정 교사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학생의 말투가 나왔다.
하지만 걱정 없다. 나는 감정을 교무실에 묶어 두고 나오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말투에 다분하게 묻어 있는 ‘적의’, ‘불만’, ‘귀찮음’, ‘무기력함’, ‘불손함’이 숨을 턱 막히게 하지만 여기에 넘어가서 화를 저지르면 안 된다.
교실은 아이들의 공간, ‘급우들의 시선’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장착한 불만쟁이는 교사의 격한 반응 혹은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기다렸기라도 하듯이 입이 튀어나오고 구시렁거리기 일쑤다.
교실에는 싸한 분위기가 감돈다.
교실은 적절한 싸움터가 아니다. 여기서 싸우면 물속성 포켓몬과 호수에서 싸우는 불속성 포켓몬이 된 양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감정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그 혹은 그녀의 불만 공격을 살짝 피해서 ‘왜’에 집중하여 반격한다.
‘OO이, 왜 하는 건지 궁금했구나.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상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법으로 정해진’ OO교육이 있단다. OO이처럼 이걸 잘 해낼 수 있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는 거란다. 공교육이라는 게 원래 혼자 빨리 달려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서 괜찮은 ‘민주시민사회의 구성원’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서........’
괜히 불만을 터뜨렸다가 교사의 스피드 웨건 공격을 한 대 맞은 아이는 불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본인이 주목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대체로 상황이 종료되곤 한다.
조회 후 혹은 쉬는 시간에 학생을 조용히 부른다.
이곳은 교무실, 불속성 포켓몬인 내 공간, 어느새 풀속성 포켓몬처럼 온순해진 학생은 ‘혼이 나나보다’ 생각하며 쭈뼛거린다.
학생에게 가급적 다정하게 묻는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니 오늘 좀 피곤하니? 평소보다 네가 날카롭게 이야기하길래 조금 놀랐어.”
학생은 내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죄송합니다’를 이야기한다.
‘죄송할 짓을 왜 하냐?’가 목 끝에서 달랑거리지만 분출하려는 말을 꾹 참는다.
기왕 감정을 묶은 일, 끝까지 해내야 한다.
잠시 상담을 하고 마이쭈를 손에 들려서 교실로 보낸다.
강대강으로 붙어서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음을 느낀다.
종례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옆 친구와 장난을 쳐대는 녀석이 얄밉고 귀엽다.
덕분에 몸에 사리코인이 많이 적립되었지만...
그래도 내 학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