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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Oct 23. 2022

둘째의 탄생

4인 가족 스토리 시작



첫 아이가 조리원에서 퇴소한 뒤 집에 온 첫날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욕을 시켰다.



분명 조리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집에서 하려니 너무도 긴장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아빠의 설익은 손길에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이의 울음에 어쩔 줄을 모르던 내가 겨우 목욕을 마치고 아내가 달래서 아이를 재웠다.



한바탕 소란의 결과로 물기가 흥건해진 거실 바닥을 걸레로 훔친 뒤 나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거칠게 숨을 말아 올렸다가 앓듯이 내쉬었다.



아이를 재우고 나온 아내의 표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말없이 육개장 사발면을 끓여서 먹다가 서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이 중단할 수 없는 숙제를 우리는 시작해버리고야 말았구나. 우리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초보 엄마, 아빠였던 우리는 위로, 걱정, 의지, 불안 등을 가슴에 품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울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심지가 굳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단 한 번도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 아이를 낳았다’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가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사고를 가진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가 부모로서 함양할 역량과 실천할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내는 많이 고민하였고 본인이 도출한 결론을 훌륭하게 실천하는 추진력과 절제력도 가지고 있었다.



아내의 주도하에 우리는 꽤 괜찮은 육아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하여서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아내와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나는 수개월 간의 대화, 토론 끝에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였다.



고맙게도 올 초에 둘째는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첫째 아이는 둘째에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을 따서 ‘치즈’라는 태명을 지어주었다.



아내는 입덧이라는 지독한 불편함 속에서도 첫째를 훌륭하게 보살폈다.



임신 중기, 내가 예상치 못하게 큰 부상을 당해 두 달 가까이 휴식과 재활을 하는 동안에도 내게 모진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늘 북돋아주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10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어제 아침, 아내는 우리의 귀한 둘째를 낳았다.



입을 오물거리며 배냇짓을 하다가 이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처음으로 마주하였다.



“Crying does not indicate that you are weak. Since birth, it was always been a sign that you are alive”



“운다는 것은 네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것은 항상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



소설 제인 에어의 명대사처럼 치즈도 본인의 살아있음을 온 힘을 다해 증명했다.



생의 시작을 알리는 그 경쾌한 신호음에 나는 언제든 네게 안온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어줄 것이라 답하였다.



회복실에서 병실로 온 아내의, 아직은 몽롱한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것을 참느라 이에 꽉 깨물었다.



‘당신은 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오만가지 불편함을 감내하며 아이를 품고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았군요. 정말 고마워요.’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아이 모두가 건강하다. 이보다 더 큰 감사가 없다.



장인어른께서는 아이의 이름을 여러 가지 제안해주셨다. 이 중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골랐고 오늘 치즈의 얼굴을 보고 어울리는 것으로 불러주고자 마음먹었다.



아이를 면회하고 와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름을 결정했다.



별 이름 규, 옥빛 린


은하열수 중 입하절의 중성을 뜻하는 규성, 이것이 밝으면 세상이 태평하다고 한다. 옥빛처럼 빛나는 예쁜 별이 되어 스스로를 빛내고 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남매 아버지 1일 차



내 오랜 꿈인 ‘사춘기의 자녀들이 카페에서 수다 떨고 싶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도 성심을 다해 사랑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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