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孝(효)’라는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다.
물론 서양에도 동양의 효와 비슷한 개념의 행동이 충분히 있을 수는 있지만, 특수한 상황이지 일반적 상황은 아니다.
동양에서처럼 부모 자식 간 사랑을 넘어 인간의 의무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동양에서 효는 인간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하나의 축이었다.
가족에 국한된 개념이 아닌 국가 통치와 사회질서의 기본 원리로 작동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유교에서 효는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부모의 의식주를 돌보는 奉養(봉양), 둘째는 부모를 공경하고 즐겁게 해 드리는 恭敬(공경), 셋째는 성공하여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立身揚名(입신양명)이다.
효의 개념은 유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불교와 도교의 영향도 받았다.
병든 부모를 위해 불공을 드린다든지, 돌아가신 부모님을 좋은 곳에 보내드리기 위해 薦度齋(천도재)를 지내는 행위 등이 이에 속한다.
효행은 효를 실천한다는 의미다.
아래 효행편의 문장들은 과거의 효행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효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고, 효를 행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다만 가족 간의 생각하는 마음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끊어지지 않고 잇닿아 있으니 “효행편 문장 속의 효가 요즘엔 어떤 형태의 바람직한 부모 자식 관계로 구현되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읽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내 딸의 효도 중 하나는 스마트워치 기능이나 리모컨 기능을 처음 사용할 때 아주 쉽게 가르쳐 준다는 것과 여행 가서 찾고 싶은 장소를 지도 앱을 통해 쉽게 찾아주는 행동들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기계를 사용해 왔던 사람처럼 능숙하게 다루며 설명해 준다.
그럴 때면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것 말고는 딱히 효라고 자랑할 만한 거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딸에게 효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은 慈愛(자애)이니 효는 아니다.
명심보감 효행편 강독을 들어가기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노래했던 조선시대 박인로의 시조 한 편과,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심순덕 시인의 시 한 편을 감상하고 갈까 한다.
<조홍시가>
박인로
盤中 早紅柿(반중 조홍시) 고아도 보이다
柚子(유자) 아니라도 품엄 즉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기리 없슬새 글노 설워 하나이다
‘쟁반 가운데에 놓인 일찍 익은 감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도 반길 사람(어머니)이 없어 그것으로 서러워하노라.’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아버지는 나를 낳으셨고(생명의 씨를 주셨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셨네’
‘애달프다 부모님이시여! 나를 낳으시느라(낳고 키우시느라) 고생하셨네’
‘깊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나 하늘처럼 끝이 없구나!’
※ 兮(혜): 어조사 혜, 여기서는 쉼표(,)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 鞠(국): 기를 국
※ 劬勞(구로): 수고롭다(수고로울 구, 힘쓸 로)
※ 昊(호): 하늘 호, 罔極(망극): 끝이 없다
나를 낳고 기르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의 은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걸 하늘에 빗대어 표현한 글이다.
(자왈, 효자지사친야 거즉치기경,)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효자가 부모를 섬김에 평상시(집에 함께 있을 때)에는 그 공경을 다하고’
‘봉양할 때는 그 즐거움을 다하고, 편찮으실 때는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셨을 때는 그 슬픔을 다하고, 제사를 지낼 때는 엄숙함을 다하라’
※ 居(거): 살 거, 위 문장에서는 “같이 살 때는” 혹은 “평상시에는”으로 해석하면 매끄럽다.
※ 憂(우): 근심 우
※ 嚴(엄): 엄할 엄
효자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돌아가신 후 제를 올릴 때까지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왈, 무보재 불원유 유필유방.)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부모님이 계시면 멀리 떠나지(여행하지) 말고 여행을 가더라도 반드시 방향(어디에 가는지)을 아뢰어야 한다.’
※ 不遠遊(불원유): '멀리 나가 놀지 않는다
※ 方(방): 모 방, 방향 방
오늘날 물리적으로 떨어져 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하면서 안부 전화도 자주 드리고 부모님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가 부르시면 곧바로 대답하고 지체하여 대답하지 말라’
‘음식이 입에 있으면 곧바로 그것을 뱉어라.(뱉고 네 하고 대답하라)’
※ 唯(유): 공손하게 즉각 대답하다.
※ 諾(락/낙): 허락할 락. 여기서는 꾸물거리며 대답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시대와는 좀 맞지 않은 표현이다. “옛날에는 정말 효를 중요시했구나!”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강태공이 말씀하시기를, 부모에게 효도하면 자식 또한 그에게 효도하고’
‘자신이 효도하지 않았다면 자식이 어찌 효도하겠는가?’
※ 於(어): 어조사 어. ~에, ~에게, ~에서, ~을, ~동안, ~ 때문에 등 다양하게 쓰이는 조사다. 위 문장에서는 ‘~에게’로 해석하면 된다.
※ 旣(기): 이미 기. ‘이미 기’ 자가 있기 때문에 과거의 일이다.
※ 何~焉.(하~언): ‘어찌 ~하겠는가?“ 처럼 반어적 뉘앙스를 풍긴다.
서양 속담을 인용하면서 문장 설명을 갈음하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효순환생효순자 오역환생오역자.)
‘효도하고 순종하는 사람은 다시 효도하고 순종하는 자식을 낳고, 거스르는(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다시 거스르는(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자식을 낳는다.’
‘믿지 못하겠거든 처마 끝의 낙숫물을 보라’
‘방울져 떨어지는 것이 차이가 없다.(같은 위치에 떨어진다.)’
※ 還(환): 돌아올 환, 다시 환
※ 忤(오): 거스를 오
※ 逆(역): 거스를 역
부모의 행실은 그대로 자식에게로 이어진다는 의미. 속담을 빌자면 ‘뿌린 대로 거둔다.’란 속담을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