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정기편(正己篇)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by 똥뫼

감성의 강물에서 노 젓던 시기인 사춘기 때, 난 좋아하던 노래가 무척이나 많았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던 시기여서 한 번 귀에 꽂힌 노랫말은 쉽게 외웠었고, 노래도 리듬에 맞춰 곧잘 따라 불렀었다.

그렇게 따라 불렀던 많은 노래 중 지금 들어도 좋은 노래, 지금은 좀 촌스럽게 느껴지는 노래, 한두 소절 들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노래도 있다. 너무 좋아 밤새워 수백 번 들었던 노래였는데도 이렇게 각각 변하고야 말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노래가 십 년, 이십 년 후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 좋았던 노래가 왜 이리 촌스럽게 느껴질까?

물론 노래는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해서이고 시대가 변해서다. 문화가 바뀌고 문화의 주류가 되는 구성원이 바뀌면 리듬에 대한 호감도 바뀌고 가사에 대한 호감도 바뀐다. 세월 따라 노래에 대한 호감이 바뀌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무리 유행에 둔감해도, 산속에 들어앉아 두문불출하며 홀로 살다 죽는다면 모를까, 문화 흐름의 지표인 유행을 벗어나 살기는 어렵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 역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변해가고 있다.

그렇기에 어떠한 사물이나 생각 등이 시대를 초월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사랑받기는 쉽지 않다. 명심보감 ‘정기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기 있는 문장들이다. 수천 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다. 새롭고 신선하지는 않지만 “그래 맞아!” 맞장구가 쳐지는 말들도 있고 줄곧 세련미를 잃지 않은 문장들도 있다.

책으로 읽을 때 ‘정기편’은 그리 길지 않은 단원이지만 짧은 글에 익숙한 요즘 핸드폰으로 단원 전체를 읽기에는 지루할 수 있어 세 편으로 나눠 싣도록 하겠다.




性理書云,(성리서운)

‘성리서에서 말하기를,’

見人之善 而尋己之善,(인지선 이심기지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거든 자신의 좋은 점을 찾으려 하고’

見人之惡 而尋己之惡,(인지악 이심기지악)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보거든 자신의 나쁜 점을 찾으려 하라’

如此 方是有益. (여차 방시유익.)

‘이와 같아야 비로소 유익함이 있다.’

尋(심): 찾을 심

如此(여차): 같을 여, 이 차, 이와 같아

方(방): 명사로 쓰일 때는 방향이나 장소, 방법 등으로 해석하고, 문장 앞에 부사로 쓰일 때는 ‘비로소’로 해석한다. 아주 가끔 ‘바야흐로’로 해석하기도 한다.

‘성리서’란, 특정 책 이름이라기보다는 성리학 관련 서적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변 모든 것들이 나의 스승이다.”는 말이 있다.

남의 모습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공부가 진정 살아있는 공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景行錄云,(경행록운,)

‘경행록에 이르기를’

大丈夫當容人 無爲人所容.(대장부당용인 무위인소용.)

‘대장부는 마땅히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지 다른 사람의 용서받는 바가 되면 안 된다.’

※ 當(당): 부사로는 마땅히, 당연히 등으로 해석. 동사로는 맞다.(맨 앞에서 맞다)

※ 無爲(무위): ~하지 마라

※ 所容(소용): 용서하는 바


사람은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큰 그릇이 되라’는 옛말과 결이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太公曰,(태공왈) 勿以貴己而賤人(물이귀기이천인)

‘강태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자기가 귀하다고 남을 천대하지 말고’

勿以自大而蔑小(물이자대이멸소)

‘자기가 크다고 작은 것을 멸시하지 말며’

勿以恃勇而輕敵.(물이시용이경적.)

용맹함을 믿고서 적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 賤(천): 천할 천

※ 蔑(멸): 없신여길 멸

※ 恃(시): 믿을 시


상기 문장의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써 以‘자의 해석이다. ’~하다는 이유로‘를 넣어 해석하면 매끄럽게 이해된다.

예) ’자기가 귀하다는 이유로‘, ’자기가 크다는 이유로‘, 자신의 용맹을 믿는 이유로’

위 문장은 오만과 자만은 금물, 늘 겸손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는 의미다.



馬援曰, 聞人之過失 如聞父母之名

(마원왈 문인지과실이어든 여문부모지명하여)

’마원께서 말씀하시기를, 다른 사람의 허물과 실수를 듣거든 부모님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생각하라‘

耳可得聞 口不可言也(이가득문 구불가언야)

’귀로 들을 수는 있으나 입으로 말하면 안 된다.‘

위 문장에선 특별히 어려운 한자는 없다. 다만 조동사 ’得(득)‘자를 잘 해석해야 한다.

得자는 명사로 쓰일 때 ’욕심‘ 등으로 해석하고 동사로 쓰일 때는 ’얻다‘, ’이루다‘ 등으로 해석.

위 문장처럼 조동사로 쓰일 때는 앞의 ’可(가)‘의 해석에 묻어 가면 된다.

상황에 따라 do, can, must 중 하나로 해석한다. ’耳可得聞‘을 직역하면 ’귀로는 듣는 것이 가능하다‘이다. 여기서 ’得‘을 can으로 해석해서 ’귀로 들을 수는 있으나‘로 해석하면 된다.




康節邵先生曰,(강절소선생왈)

’강절소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聞人之謗 未嘗怒(문인지방 미상노)

’다른 사람의 비방을 듣거든 노여워 하지 마라‘

聞人之譽 未嘗喜(문인지예 미상희)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듣거든 기뻐하지 마라‘

聞人之惡 未嘗和(문인지악 미상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듣거든 동조하지 마라‘

聞人之善則就而和之 又從而喜之(문인지선즉취이화지 우종이희지)

’다른 사람이 잘한 일을 듣거든 나아가 그와 어울리고 또 따라서 그것을 기뻐하라‘

※ 謗(방): 헐뜯을 방

※ 嘗(상): 맛볼 상, 일찍이 상

※ 譽(예): 기릴 예

※ 從(종): 좇을 종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심지를 곧게 세우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며, 나쁜 일에는 동조하지 말고 선한 일에만 동참하며 살라는 가르침이다.




其詩曰,(기시왈)

’그 시에서 말하기를,‘

樂見善人 樂聞善事(낙견선인 낙문선사)

’선한 사람 보는 것을 즐거워하고 선한 일 듣기를 즐거워하라‘

樂道善言 樂行善意(낙도선언 낙행선의)

’선한 말하기를 즐거워하고 선한 뜻 행하기를 즐거워하라‘

聞人之惡 如負芒刺(문인지악 여부망자)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듣거든 가시를 등에 지는 것처럼 여기고

聞人之善 如佩蘭蕙.(문인지선 여패난혜.)

다른 사람의 잘한 점을 듣거든 난초와 혜초를 찬(몸에 지닌) 것처럼 여겨라

※ 負(부): 질 부, 등에 ~을 지다, 책임을 지다, 배반하다 등으로 해석

※ 芒刺(망자): 까끄라기와 가시

※ 佩(패): 찰 패, ~을 차다, 지니다

※ 蘭蕙(난혜): 난초와 혜초(은은한 향이 나는 꽃)


’其詩曰(기시왈)‘은 ’그 시에서 말하기를‘ 이라는 뜻으로, 어떤 책에서 시를 인용했다는 뜻이다.

항상 선을 행하고 남도 선을 행할 수 있게 도와야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道吾善者 是吾賊,(도오선자 시오적,)

’나를 선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고‘

道吾惡者 是吾師.(도오악자 시오사.)

’나를 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 道(도): 길 도, 이치, 여기서는 동사 ’말하다‘로 해석.


위 문장은 널리 인용되고 있는 유명한 문구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려운 게 충고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인간이란 참 복잡하고도 미묘해서 충고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나를 위한 말인데도 감정을 추스르며 마음의 관문을 하나씩 열어야 한다.

그래서 충고하는 사람의 말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말하는 방식이 좋으면 받아들이는 감정의 관문은 간소화될 수 있다.




太公曰,(태공왈,)

’강태공께서 말씀하시기를‘

勤爲無價之寶 愼是護身之符 (근위무가지보 신시호신지부)

’근면함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고 신중함은 몸을 보호하는 부적이다.‘


※ 寶(보): 보배 보

※ 愼(신): 삼갈 신, 명사로는 신중함, 가끔 부사로 쓰일 때 ’진실로‘ 란 의미로 해석한다.

※ 符(부): 부신 부, 부신은 증표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액운을 막기 위해 ’부적‘을 쓰자는 말을 하는데 이때 부신 符자를 쓴다.

근면함에 대한 가치의 척도가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도 사람이 가진 능력에 대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景行錄曰, 保生者寡慾(경행록왈, 보생자과욕)

’경행록에 이르기를, 삶을 보전하는(하려는) 사람은 욕심을 줄이고‘

保身者避名 寡慾易 無名難(보신자피명 과욕이 무명난)

‘몸을 보전하는(하려는) 사람은 명예(이름을 드높이는 것)를 피한다. 욕심을 줄이기는 쉬워도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 保生(보생): 생명을 보전하다

※ 寡慾(과욕): 욕심을 줄이다

※ 避名(피명): 명예를 피하다

※ 無名(무명): 이름이 없음, 여기서는 避名(피명)과 동일하게 해석해야 문맥이 부드럽다.


정권이 바뀌면 論功行賞(논공행상)을 한다. 정권 창출의 공적을 등급별로 나눠 상을 주는 행위다. 그러다 정권이 상대편으로 넘어가면 이전 정권 때 논공행상으로 명예욕을 채웠던 많은 사람들이 恥辱을 맛본다. 치욕을 맛본 사람 중 억울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욕심을 과하게 부린 사람들이 많다. 지금이야 정권의 표적이 되었다 하더라도 잘못이 드러난 주체들 몇몇만 치욕을 맛본다지만, 과거에는 집안이 風飛雹散(풍비박산) 났으니, 위의 문장은 특히나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다.

위 문장은 sns의 팔로워 수에 목을 매는 요즘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외적 지표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실을 키워 진짜 본 실력을 쌓으면 어떨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외적 지표는 결국 명예욕과 같아 보람도 있겠지만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일순간 사라질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길은 외부의 시선이나 칭찬에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실력에 있으니 자기 계발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할 것 같다.




子曰, 君子有三戒,(자왈, 군자유삼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으니,’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

어려서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 색을 경계하고’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급기장야 혈기방강 계지재투)

장성하여서는 혈기가 사방으로 굳세니 싸움을 경계하고‘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급기노야 혈기기쇠 계지재득.)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했으니 얻으려는 것(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 少之時(소지시): 어렸을 때

※ 血氣(혈기): 감정적인 에너지

※ 未定(미정):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 在色(재색): 색(色)에 있다. 여기서 '색'은 '이성에 대한 욕망'이다

※ 及其壯也(급기장야): 성인이 되었을 때

※ 方剛(방강): 사방으로 굳세다

※ 在鬪(재투): 싸움에 있다

사람은 나이대별로 혈기 상태가 달라서 각 시기에 맞는 특유의 욕망과 충돌을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孫眞人養生銘云,(손진인양생명운,)

’손진인 양생명에 이르기를,‘

怒甚偏傷氣 思多太損神(노심편상기 사다태손신)

’분노가 심하면 치우쳐(특히로 해석해도 됨) 기를 상하게 하고‘

神疲心易役 氣弱病相因.(신피심이역 기약병상인.)

’정신이 피로하면 마음이 쉽게 통제당하고, 기가 약하면 병의 원인이 된다.‘

※ 養生銘(양생명): '養生(양생)'은 생명을 기른다는 뜻이고, '銘(명)'은 비석에 새겨진 글을 의미.

※ 偏(편): (한쪽으로) 치우치다. 여기서는 '특히'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매끄럽다.

※ 傷(상): 상하다, 해치다. 損(손)도 傷(상)과 같은 의미로 해석.

※ 役(역): 부릴 역. 부리다. 통제당하다. 여기서는 통제당하다 또는 지치다로 해석하면 문맥이 매끄럽다.

※ 相因(상인): 서로 인(因)하다


요즘 말하는 ’번아웃‘과 똑같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勿使悲歡極 當令飮食均(물사비환극 당령음식균)

’슬픔과 기쁨을 심하게 나타내지 말고 마땅히 음식을 고르게 섭취하라‘

再三防夜醉 第一戒晨嗔.(재삼방야취 제일계신진.)

’두 번 세 번 밤에 술 취하는 것을 하지 말고, 새벽에 성내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 勿使(물사): ~하게 하지 마라

※ 悲(비): 슬픔

※ 歡(환): 기쁨

※ 極(극): 극에 달하다, 지나치다.

※ 醉(취): 취하다

※ 戒(계): 경계하다

※ 晨(신): 새벽

※ 嗔(진): 성내다


건강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슬픔과 기쁨을 심하게 나타내지 말라는 옛말은 오늘날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현대의학에서는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감정은 느끼는 대로 두면서,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또는 '어떻게 대처할지'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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