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줄 아는 삶
소시민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 중,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족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하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대개 일정한 경제력, 가족들의 건강, 사회적 성취 등 여러 가지 외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개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치 탑을 쌓듯이 외부 조건을 끊임없이 쌓아 올려야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며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세속적 조건에 대한 믿음이 약한 사람들조차도 믿는 자들이 가고 있는 대열 뒤쪽에 서서 엉거주춤 따르고 있다. 행렬의 대오에서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安分知足’의 관점에서 볼 때 착각이다.
불행과 행복은 같은 땅에서 자란다.
서로 전혀 다른 양분을 먹고 자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불행과 행복은 서로 먼 거리에 있지 않고 서로 잇닿아 있다.
사람마다 접점의 위치가 다르고, 상황은 다르겠지만 橫厄(횡액, 뜻하지 않은 불행)이 아니라면 같은 몸통일 가능성이 높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마치 한 줄기 두 가지처럼. 마치 막대자석처럼.
횡액은 예외이다. 예외는 인간의 사고와 과학 기술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욕심은 끝이 없다.
끝이 없다는 말은 절대 완벽하게 채울 수 없다는 말이다.
채울 수 없는 욕심을 계속 부리면 근심이 찾아오고, 그렇게 찾아온 근심이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근심이 찾아왔다는 건, 지금 행복과 불행의 경계점에 자신이 서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때 마음을 다잡고 멈춰야 한다.
‘安分知足’의 관점에서 볼 때 불행은 행복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 위에 있다. 불행은 행복이라는 산 정상 언저리에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소소한 성취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늘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소소한 성취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안분’이고, 멈출 줄 아는 게 ‘지족’이다.
莊子(장자)의 ‘진흙 속 거북이’ 이야기와 함께 명심보감 ‘安分篇(안분편)’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장자가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때 楚(초) 나라 왕이 보낸 사신이 찾아와 장자에게 정중히 말했다.
"저희 초나라 왕께서 선생님의 고결한 덕을 들으시고, 宰相(재상) 자리를 맡아주십사 하고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부디 저희를 따라 왕궁으로 가주십시오. “
재상 자리는 당시 최고의 벼슬이자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장자는 낚싯대를 놓지 않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태연히 말했다.
"초나라에는 아주 신성시하는 거북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거북이는 죽은 지 삼천 년이 지났지만, 초나라 왕은 그것을 비단 보자기로 싸서 나무 상자에 담아 사당에 모시고 귀하게 대접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신께서 만약 거북이라면, 죽어서 귀하게 대접받는 것을 원하겠습니까? 아니면 살아남아 진흙탕을 기어 다니는 것을 원하겠습니까?"
사신이 말했다.
"그야 물론 살아남아 진흙탕을 기어 다니는 것을 원할 것입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저 역시 살아남아 진흙탕 속에서 내 마음껏 즐겁게 살기를 원합니다. 부디 저를 초나라 왕궁의 사당에 박제하여 귀하게 모시는 일은 없도록 해주십시오."
장자는 이렇게 말하고 끝내 재상 자리를 거절하고 강가에서 계속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장자는 낚시를 하며 강가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세속적 욕심을 부리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구속하고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만족할 줄 알면 즐겁고 탐내는 데 힘쓰면(탐욕을 부리면) 곧 근심하게 된다.’
※ 知足(지족): 만족할 줄 아는 것
※ 務貪(무탐): 탐욕을 부리다
※ 憂(우): 근심하다
위 문장 서두에 설명했듯, 행복은 외부적인 조건이나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지혜 즉 욕심을 멈출 줄 아는 지혜에 달려 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해도 즐겁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귀해도 근심이 있다.’
※ 亦(역): 또한, 그래도
※ 樂(락): 즐거울 [愚(우): 근심할]
‘가난한 노총각과 만석꾼 최진사 이야기’는 위 문장의 의미를 잘 이야기해 준다.
옛날에 가난한 노총각이 살고 있었다.
이 노총각은 해가 뜨면 일어나 일 좀 하다가 해가 지면 대충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자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능력도 없었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다.
그런데 이 노총각은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활짝 웃으며 "아이고, 오늘도 좋은 날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점심으로 보리밥에 된장찌개만 먹어도 "세상에나! 이만한 진수성찬이 또 어딨 을까!" 하면서 감사하며 행복해했다.
비록 가난했지만, 마음에는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는 늘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반면 옆 동네에는 만석꾼 최진사가 살고 있었다.
최진사는 땅이 많아 추수철 들어오는 소출도 엄청났고 물려받은 재산도 많아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남들 보기엔 행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최진사의 얼굴에는 늘 근심이 가득했다.
자나 깨나 "혹시 올해 쌀가격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옆 동네 김 부자가 나보다 더 많은 땅을 사면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늘 달고 살았다.
그는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결코 만족할 줄 몰랐고 마음의 근심은 늘어만 갔다.
하루는 최진사가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는 노총각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듣고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최진사는 자신은 그토록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불안과 근심 속에 사는데, 저 노총각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어쩜 저리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결국, 행복은 가진 것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다
‘넘치는 생각(지나친 생각)은 공연히 정신을 상하게 하고, 허망한 행동은 도리어 화에 이르게 한다.’
※ 濫(남): 넘칠, 함부로 ※ 想(상): 생각 상
※ 徒(도): 헛되이, 공연히
※ 傷(상): 상하게 하다, 해치다
※ 妄(망): 망령될, 허망할.
※ 反(반): 오히려, 도리어
※ 致(치): 이르게 하다, 불러오다
과도한 걱정이나 쓸데없는 생각은 정신 건강을 해치고, 반대로 경솔하고 경망스러운 행동은 불행을 자초할 수 있으니, 모든 일에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싶을 때 잠깐 멈춰서 생각하는 습관 'STOP-Think-Act' 루틴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떤가?
STOP: 일단 숨 고르기.
THINK: 그렇게 행동했을 때, 그 결과는? 대안은? (질문 던지고 마음속으로 답하기)
ACT: 충분히 고민했으면 과감하게 실행하기
‘만족할 줄 알아 항상 만족하면(만족하는 마음으로 살면) 죽을 때까지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아 항상 그치면(적당한 선에서 그치면) 죽을 때까지 치욕됨이 없다.’
※ 終身(종신): 삶을 마치다 [보통 문장에 終身이란 단어가 나오면 ‘죽을 때까지’로 해석하면 무난하다]
※ 恥辱(치욕): 부끄러움과 욕됨
※ 足(족):만족하다 [지(지): 그치다]
모든 상황에서 辱(욕됨)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인식하는 연습을 하자.
한계치에 이를 때까지 조금 더 만족감을 느끼려 하지 말고, 한계치의 7부 능선을 넘었다 싶으면 멈추자.
예를 들어, 술을 마시더라도 기존 자신의 음주 경험을 되돌아보자.
몇 잔까지가 자신의 주량인지를 대충은 알 수 있다.
주량의 한계치를 채우려 하지 말고 7할을 채웠을 때 멈추자.
그러면 욕됨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경에 이르기를, 가득 차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
※ 滿(만): 찰
※ 謙(겸): 겸손할
※ 招(초): 부를 ※ 受(수): 받을, 얻을
위의 문장은 인생 처세술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겸손’이라는 덕목을 빼고 처세를 논할 수 없다.
자만심이 가득하면 자기가 가진 실력에 상응한 보상을 받기 힘들고,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얻게 된다.
'안분음에 이르기를'
‘분수를 지키면 몸이 욕됨이 없고 천기(세상 이치, 일이 돌아가는 기미)를 알면 마음이 저절로 한가하니’
‘(그러한 이치를 터득하면) 비록 인간 세상에 살아도, 도리어 인간 세상을 벗어난 것이다(마음만은 신선처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 安分(안분): 분수를 지키다, 분수에 만족하다
※ 知機(지기): 기미를 알다, 때를 알다, 이치를 알다
※ 自(자): 스스로, 저절로 ※ 閑(한): 한가할
※ 雖(수): 비록 ~일지라도
※ 居(거): 살다
※ 人世(인세): 인간 세상 ※ 上(상): 위에
※ 却(각): 오히려
安分(안분)과 知機(지기)의 지혜를 온전하게 터득하면, 비록 혼탁한 세상 속에 살아가더라도 그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시비, 이익, 갈등 등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어, 그 세상에 물들지 않고 평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직위에 있지 않다면, 그 정사를 도모하지 마라’
※ 位(위): 자리, 직위
※ 謀(보): 꾀할 ※ 政(정): 정사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 밖의 일에 대해 관여하거나 의견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단순히 부정적인 메시지가 아닌,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고 자신의 영역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위 문장과 관련된 공자님 일화다.
공자의 문하에 子路(자로)라는 제자가 있었다. 자로는 성격이 급하고 직설적이었다.
어느 날 자로가 이웃 나라의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보기에 이웃 나라 정치가 이래서 문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그때 공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이웃 나라의 관직에 종사해 봤느냐? 그렇지 않으면서 왜 그 나라 정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느냐? 不在其位 不謀其政(부재기위 불모기정)이니라.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꾀하지 말라."
자로는 생각했다.
‘내가 실제로 그 상황에 있어 보지도 않고, 그 책임을 져보지도 않았으면서, 겉으로만 보고 쉽게 판단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