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존심편 1(存心篇)

생각은 유연하게 가지되 행동은 방정하게 해야 한다

by 똥뫼

‘存心篇(존심편)’은 마음을 어떻게 하면 바르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단원이다.

모든 말과 행동은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그 마음을 곧고 바르게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고대 서양에서는 존심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존심편’을 시작하겠다.


한 젊은이가 소크라테스에게 물었다.

“스승님, 어떻게 하면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습니까?”

소크라테스가 대답했다.

“먼저 너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아라. 너 안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그 마음의 본래 모습은 선한 본성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을 깨끗이 지키지 못하면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비유를 들었다.

“사람의 마음은 정원과 같다.

정원에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가꾸면 아름다운 꽃이 핀다.

하지만 잡초가 자라도록 내버려 두면 결국 좋은 식물은 죽고 만다.

네 마음속 정원도 항상 살펴서, 욕망과 잘못된 생각을 뽑고,

선한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 마음을 잘 살피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모든 도덕의 시작이군요.”






景行錄云, 坐密室如通衢(경행록운, 좌밀실여통구)

‘경행록에 이르기를, 밀실에 앉아 있어도 네거리를 다니는 것처럼 하고’

馭寸心如六馬 可免過.(어촌심여육마 가면과.)

‘작은 마음 다스리기를 여섯 필 말을 부리듯이 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


※ 密室(밀실): 아무도 없는 은밀한 공간

※ 通衢(통구): 탁 트인 큰길

※ 馭(어): 말 부릴, 말을 몰

※ 寸心(촌심): 작은 마음

※ 六馬(육마): 여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


비교적 짧은 문장이지만 직역만으로는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생각의 본질은 시대를 관통한다지만, 표현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 공부는 역사 공부와 병행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광장에 있는 것처럼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아주 작은 마음이라 할지라도 마음은 복잡 미묘하고 변덕이 심하므로, 여섯 필의 말을 다루듯이 섬세하게 관찰하여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전국시대 말의 유학자 ’荀子‘의 일화는 위 문장의 의미를 잘 담아내고 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荀子(순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학문을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완성할 수 있겠습니까?“

순자가 답했습니다.

”진정한 학문은 단지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는 것에 있지 않다. 학문은 홀로 있을 때도 삼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

다시 순자는 이어서 말했다.

”사람은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조심하는 것은 물론, 홀로 있을 때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더 철저히 살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생각을 품거나, 작은 행동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작은 것에서부터 방심하고 마음을 놓게 되면, 나중에 큰 허물로 이어질 수 있다 “


학문의 완성은 높은 지식에 있지 않다. 유학에서 지식과 공부는 군자가 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아무리 폭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 됨됨이가 그릇되면 학문의 완성은 없다.

학문은 결국 더 좋은 나를 찾는 과정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擊壤詩云, 富貴如將智力求, 仲尼年少合封侯.

(격양시운, 부귀여장지력구 중니년소합봉후.)

’격양시에 이르기를, 부귀를 만약 지혜의 힘으로 구할 수 있었다면, 공자는 젊은 나이에 제후에 봉해졌을 것이다.‘

世人不解靑天意, 空使身心半夜愁.

(세인불해청천의 공사신심반야수.)

’세상 사람들은 푸른 하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연히 몸과 마음으로 하여금 한밤중까지 근심하게 하는구나‘

※ 如(여): 같을 [여기서는 ’만약‘이라는 의미로 해석]

※ 將(장): 장차, 나아가, 장수 [여기서는 ’~로써‘로 해석]

※ 仲尼(중니): 공자의 字 [이름은 丘(구)]

※ 合(합): ~에 합당하다 ※ 封侯(봉후): 제후에 봉해지다

※ 不解 (불해): 이해하지 못하다

※ 空(공): 공연히, 헛되이

※ 使(사): ~로 하여금(사역동사)

※ 半夜(반야): 한밤중 ※ 愁(수): 근심하다

擊壤詩(격양시)는 북송 시대 유학자 邵雍(소옹)의 작품으로, 제목처럼 농부들이 흙덩이를 두드리며 노는 모습을 보고 지었던 시라고 전해진다.

공자는 성인으로 칭송받는 분이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두 번째 부인이었던 어머니도 공자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나서 사실상 고아로 자랐다. 돌봐줄 부모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독학으로 학문을 익혔다. 그는 20대에 이미 제자들을 가르칠 정도로 학문과 지혜가 출중했음에도 순탄한 벼슬살이를 하지는 못했다. 그는 각국의 왕과 제후들을 찾아가 자신의 도덕 정치와 인(仁) 사상을 역설하며 등용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당시 제후들은 당장의 패권과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었기에, 공자를 크게 중용하지 않았다. 공자는 일평생 한 번도 자신의 이상을 펼칠 만한 높은 벼슬에 오르지 못했다.


아무리 지혜가 출중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세상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공자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부귀라는 것은 운명적인 요소가 있어야 얻어짐을 인정하고, 노력하되 지나친 집착으로 근심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范忠宣公戒子弟曰, 人雖至愚 責人則明(범충선공왈, 인수지우 책인즉명,)

’범충선공께서 자식과 아우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비록 어리석어도 남을 책망하는 데는 밝고‘

雖有聰明 恕己則昏(수유총명 서기즉혼.)

’비록 총명해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판단이 흐려진다)‘

爾曹 但當以責人之心責己(미도 단당이책인지심책기)

’너희들은 마땅히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

恕己之心恕人(서기지심서인)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즉불환부도성현지위야.)

’그러면 성현의 지위에 도달하지 못할 것을 근심하지 않아도 된다.‘

※ 戒(계): 삼가다, 경계하다

※ 責人(책인): 남을 꾸짖다

※ 昏(혼): 어둡다

※ 爾曹(이조): 너희들

※ 但當(단당): 마땅히 ~해야 한다

※ 以(이): ~로써

※ 責人(책인): 남을 책망하다 ※ 之心(지심): ~의 마음

※ 責己(책기): 자기를 책망하다 ※ 恕己(서기): 자기를 용서하다

※ 恕人(서인): 남을 용서하다

※ 則(즉): ~하면, 그렇게 하면

※ 不患(불환): 걱정하지 않다

※ 不到(부도): 이르지 못함

※ 聖賢(성현): 성인과 현인 ※ 地位(지위): 지위, 경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럽게 대하는 행동을 계속 실천한다면 인격적으로 완성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위 문장의 교훈은 당나라 태종과 위징의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당 태종(이세민)은 황제에 오른 후, 현명한 정치와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자신의 정적인 친형을 도왔던 인물, 위징을 용서하고 높은 관직에 등용하여 자신에게 거침없이 간언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겼다.

위징은 10년간 재상으로 있으면서 황제에게 200번 넘게 간언을 올렸고, 300번 넘게 직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태종도 사람인지라 위징의 계속되는 직언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한 번은 위징이 태종에게 너무 심한 비판을 하자, 태종은 진심으로 분노하며

"이 촌놈이 나의 체면을 구기고 있구나!" 하며

당장 죽여버릴 기세로 부인 장손 황후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러자 장손 황후는 관복을 정중히 갖춰 입고 태종에게 절하며

"축하드립니다. 폐하! 군주가 현명해야만 신하가 비판을 서슴지 않는 법입니다. 위징은 폐하를 요순시대의 성군으로 만들고자 하기에, 그토록 솔직하게 간언 하는 것입니다. 폐하 또한 현명한 임금이기 때문에 위징 같은 충신이 곁에 있는 것이옵니다."

황후의 말을 듣고 태종은 곧바로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신하를 해치려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위징을 더더욱 신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증자와 도둑질한 제자의 이야기 또한 이 문장의 교훈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공자의 제자 중에 曾子(증자)가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증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도둑질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분노하여 증자에게 와서 말했다.

“선생님, 그 제자는 버려야 합니다. 도둑질은 죄악이니, 그를 꾸짖고 내쳐야 합니다!”

증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은 잘못이니, 반드시 가르침이 필요한 일이네. 하지만 내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그가 나의 제자였음에도 도둑질하도록 방치한 나 자신이네.”

그러고는 제자를 불러 조용히 물었다.

“어찌하여 남의 물건을 탐했느냐?”

제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다.

“가난한 집안, 아픈 어머니, 굶주린 동생들 때문에 떡을 훔쳤습니다.”

그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눈앞의 떡을 훔쳤던 것이었다.

증자는 말없이 듣고, 한참 후에 말했다.

“네가 만약 너의 잘못을 스스로 알고 고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는 너를 꾸짖기 전에 나를 먼저 꾸짖겠다. 그것은 나의 가르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 함께 옳은 길로 다시 가자.”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먼저 제자의 허물을 크게 꾸짖고 끝냈을 것이나, 증자는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며, 제자의 아픔을 헤아린 뒤 다시 가르치기로 한 것이었다.

그 제자는 이후 크게 뉘우치고, 평생 올바른 삶을 살았다고 한다.






聰明思睿 守之以愚(총명사예 수지이우)

’총명하고 슬기로워도 어리석음으로 그(자신을)를 지키고‘

功被天下 守之以讓(공피천하 수지이양)

’공로가 천하를 덮을지라도 사양하는 마음으로 그(자신을)를 지켜라‘

勇力振世 守之以怯(용력진세 수지이겁)

용맹함을 세상에 떨쳐도 겁먹은 듯이 그(자신을)를 지키고’

富有四海 守之以謙.(부유사해 수지이겸.)

부유함이 세상(사해)을 덮어도 겸손한 마음으로 그(자신을)를 지켜야 한다.

※ 聰明(총명): 지혜롭고 똑똑함 ※ 思睿(사예): 슬기롭고 명철함

※ 以愚(이우): 어리석음으로

※ 功(공): 공로, 업적 ※ 被(피): 덮다, 미치다

※ 以讓(이양): 사양하는 마음으로, 겸양의 태도로

※ 勇力(용력): 용맹과 힘, 담력

※ 振世(진세): 세상을 떨치다, 세상을 뒤흔들다

※ 以怯(이겁):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 四海(사해): 천하를 의미함

※ 以謙(이겸): 겸손한 마음으로


똑똑함을 내세우면 주변의 시기가 많고, 돈이 많다고 뽐내면 강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위 문장은 겸손으로써 삶을 지키는 지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룩한 張良(장량)의 이야기는 이러한 교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시황제의 秦(진) 나라가 멸망하고 劉邦(유방)과 項羽(항우)가 천하를 두고 벌인 치열한 권력 다툼기를 楚漢爭霸期(초한쟁패기)라고 한다. 이때 유방에게는 세 명의 걸출한 인물이 있었는데, 그들을 '한초삼걸(漢初三傑)'이라고 불렀다. 韓信(한신), 蕭何(소하), 張良(장량)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도 장량은 유방의 곁에서 핵심적인 전략과 계책을 짜내며 한나라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방이 이길 수 있었던 많은 전투와 정책이 바로 장량의 머리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공로가 천하를 덮을 만한 인물이었다.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가 되었을 때, 당연히 논공행상이 있었다. 많은 장군과 신하들이 더 넓은 봉토와 더 높은 관직을 얻기 위해 서로를 시기하고 다투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이 이룬 공로를 한껏 부풀리며 황제에게 더 큰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량은 달랐다. 유방이 장량에게 큰 봉토와 재산을 내려주려 하자, 장량은 정중히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폐하, 제가 공을 세웠다고는 하나, 저의 본분은 고향 '留(유)' 땅의 한 사내에 불과합니다. 제가 감히 바라옵건대, 평생 폐하를 모실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이옵니다. 더 큰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저의 고향인 '유' 땅에 작은 봉토를 받아 소박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장량은 큰 보상을 바라지 않았고, 다른 공신들처럼 재산을 탐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소박하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청했다.

유방은 나라를 안정시킨 후,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강력한 힘을 가진 공신들을 하나둘 숙청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지략과 공로를 가졌던 한신은 결국 모반 혐의로 죽임을 당했고, 친구인 소하 역시 경계 대상이 되어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장량만은 유일하게 유방의 의심을 받지 않고 무사히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어리석은 듯 행동하며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났고, 자신의 공로를 사양하며 조용히 살았다. 그의 공로가 세상을 덮었음에도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냈다.





素書云, 薄施厚望者不報(소서운, 박시후망자 불보)

‘소서에서 말하기를, 박하게 베풀고 두텁게 바라는 자는 보답받지 못하고’

貴而忘賤者不久.(귀이망천자 불구.)

‘귀하게 된 후 천할 때를 잊은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 素書(소서): 漢(한) 나라 황석공이 쓴 책

※ 薄施厚望(박시후망): 박하게 베풀고 두텁게 바라다

※ 忘賤(망천): 천한 때를 잊다


사람은 그가 가진 능력과 성과로 평가를 받을 것 같지만, 그러한 능력과 성과도 결국 사람이 부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이익만 채우려 하거나, 내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남을 깔보면 결국 인간관계에서 도태되고, 위기가 찾아왔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된다.


궁예는 버려진 왕족 출신으로 승려 생활을 하다가 신라말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나라를 건국했다. 처음엔 민심이 그를 따랐고 점점 세력도 커져 한때는 후삼국 중 가장 세력이 컸다. 하지만 권력의 단맛에 취해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기와 동고동락했던 장수들을 모반으로 엮어 죽이고 심지어는 자기 부인과 아들까지 의심하여 죽였다. 당연히 민심이 등을 돌렸고 부하 장수들에게 쫓겨나 허무하게 죽고 만다.

궁예의 일화는 귀하게 된 후 천할 때를 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문장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施恩勿求報 與人勿追悔.(시은물구보 여인물추회.)

‘은혜를 베풀고 보답을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고 나서 후회를 쫓지 마라(후회하지 마라)’

※ 施恩(시은): 은혜를 베풀다

※ 與(여): 주다

※ 追悔(추회): 후회하다


무언가를 베풀고 나서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바란다면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거래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孫思邈曰, 膽欲大 而心欲小(손사막왈, 담욕대 이심욕소)

‘손사막이 말하기를, 담력은 클지라도 마음은 작게 하고’

智欲圓 而行欲方.(지욕원 이행욕방.)

‘생각은 유연하게 가지되 행동은 방정하게 하라’

念念要如臨戰日(염념요여임전일)

‘생각은 전투에 임하는 날처럼 중요하게 생각하고’

心心常似過橋時.(심심상사과교시.)

‘마음은 항상 다리를 건널 때처럼 생각하라.(옛 다리들은 대부분 기다란 통나무를 가로 놓는 형태로 제작했기에 다리를 건널 때는 항상 조심해야 했다.)‘

※ 膽欲大(담욕대): 담력은 커야 한다

※ 心欲小(심욕소): 마음은 작아야 한다

※ 智欲圓(지욕원): 지혜(생각)는 둥글어야 한다(지혜는 둥근 원처럼 세상의 모든 이치와 현상을 폭넓게 이해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 行欲方(행욕방): 행동은 올곧아야 한다(아무리 지혜로워도 행동이 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은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해야 하지만, 실제로 행하는 일은 법도나 윤리에 어긋나지 않게 바르고 올곧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동양의 우주관인 天圓地方(천원지방)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대로부터 중국에서는 하늘은 무한하고 순환적인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고, 땅은 질서가 있고 안정적인 특성이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변화하는 하늘과 안정적인 땅의 조화로 세상이 굴러가듯이, 군주는 하늘처럼 포용력 있게 신하는 땅처럼 안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懼法朝朝樂 欺公日日憂.(구법조조락 기공일일우.)

’법도를 두려워하면 아침마다 즐겁고, 공적인 것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이 있다.‘


※ 懼(구): 두려워하다

※ 欺(기): 속이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 정승 이야기다.

황희는 18년 동안 영의정을 지냈는데도 집이 허름했고 죽을 때 남긴 재산이 거의 없었다. 한 번은 그의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다른 관리들은 다 부자가 되었는데 왜 우리 집은 이리 가난합니까?“

황희가 대답했다

"내가 공적인 것을 속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편안한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이 재물보다 귀하단다"





朱文公曰, 守口如甁 防意如城.(주문공왈 수구여병 방의여성.)

’주자가 말하기를 입을 지키는 것을 병과 같이 하고(항아리처럼 꼭 닫고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하고), 생각 막기를 성을 쌓아 막는 것처럼 하라(불순한 생각이 들어오지 못하게 마음을 단단히 지켜라)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의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50년 절친 사이를 갈라놓기도 하고 형제 사이를 원수지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병마개를 닫아 내용물이 새지 않게 하듯이 말도 새지 않게 지키라는 의미다.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행동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미움, 분노, 시기심 등이 마음에 생기지 못하게 성벽을 쌓아 적을 막듯이 철저히 막으라는 의미다.





心不負人 而無慙色.(심불부인 이무참색.)

‘마음이 남을 배반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기색이 나타나지 않는다.’

※ 負(부): (등에) 지다, 배반하다

※ 慙(참): 부끄럽다


위 문장의 뜻은 論語(논어)에 나온 信義(신의)에 관한 일화로 설명이 충분할 것 같다.

공자는 "人無信不立(신의가 없으면 설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정치는 충분한 식량, 충분한 군사력, 그리고 백성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만약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뭘 포기해야 합니까?

공자는 말했다.

"군사력을 포기하겠다. 그리고 하나를 더 포기해야 한다면 식량을 포기하겠다. 신의가 없으면 백성이 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쟁이 나서 패하고, 식량이 없어 굶주려도 버틸 수는 있지만, 신의가 없으면

사회가 완전히 무너진다고 본 것이다.





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인무백세인 왕작천년계)

‘사람은 백 살도 못 살면서, 부질없이 천년의 계획을 세운다.’

※ 枉(왕): 헛되이, 부질없이

※ 作(작): 만들다, 꾀하다, 계획하다

※ 千年計(천년계): 천 년의 계획


단순히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다만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이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갉아먹거나,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의 유한함을 잊게 만든다면, 그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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