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가르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뭘까?
좋은 대학에 가는 것,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이것 들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다.
다만 위의 예들은 타고 난 지능과 체력 그리고 운 등에 영향을 받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는 일들이다.
정말 어려운 일은 내 맘 같지 않은 일, 다른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무언가를 하게끔 만드는 일이 아닐까.
대상의 범위를 좁혀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부모님들께 이 질문을 드린다면, 상당수 부모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자식 가르치는 일이 제일 힘들지 않나요? 세상에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 가르치는 일은 정말 못 하겠어요.‘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유명 학원 일타강사들조차도 자기 자식 교육은 남의 손에 맡긴다고 한다.
남을 통해 자식을 가르치는 일도 힘들지만, 자신이 직접 가르치며 훈육하는 일은 몇 배나 더 힘든 것 같다.
지금이야 학교, 학원, 인강, 과외, 수련원, 연수원 등 가르치는 교육 기관도 많고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여 부모의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과거만큼 힘들이지 않고 교육을 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식 교육은 정말 힘들다고 말한다.
그 힘든 일을 옛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했다.
옛날 자식 교육은 집안에서 부모에 의해 직접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읽으면 이 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손님이 오지 않으면 집안이 저속해지고‘
’시경과 서경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
※ 門戶(문호): 집안
※ 俗(속): 속되다, 저속하다
※ 詩書(시서): 시경(詩經)과 서경(書經)
옛날 양반댁 주인의 덕을 측정하는 잣대는 그 집에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드나드냐였다.
학문이 높고 덕이 있는 사람의 집에는 자연스레 학식과 덕행이 있는 선비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그들은 주인이 베푼 음식과 다과를 즐기며 생각과 지식을 교류했고 자신의 인맥을 넓혀가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인적교류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따라서 외부와의 교류가 없으면 집안에 새로운 소식이 유입되지 않았고, 자연스레 세상 물정에 어두워 생각이 고루하고 편협해질 수 있었다.
이 글은 이를 경계하는 말이다.
’장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이 적다고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고‘
’자식이 비록 현명하여도 가르치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한다‘
※ 雖(수): 비록,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일을 행해야만 비로소 이룰 수 있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재능을 키워줄 만한 교육이 뒤따라야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교육은 부모의 뒷바라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본인 스스로 배움에 대한 노력과 열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문 문장에서 雖(수) 자처럼 문장을 강조하거나 한정하는 부사를 알아두면 한문을 해석하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소위 말의 뉘앙스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唯(유) 자나 惟(유) 자는 ’오직‘, ’단지‘의 의미로 보통 의미를 한정할 때 쓰인다.
[예: 唯我獨尊(유아독존):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 오직 나만이 존재한다]
亦(역) 자는 ’또한‘, ’역시‘의 의미로 첨가나 강조를 할 때 쓰인다.
[예: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猶(유) 자는 ’오히려‘, ’아직‘, ’더욱‘, ’마치 ~처럼‘의 의미로 비유나 지속성을 나타낸다
[예: 猶如初見(유여초견): 마치 처음 보는 것과 같이, 心猶未定(심유미정): 마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必(필) 자는 ’반드시‘, ’꼭‘의 의미로 확신이나 강조를 나타낼 때 쓰인다.
[예: 必成大業 (필성대업) - 반드시 큰 업적을 이룰 것이다]
甚(심) 자는 '매우', '깊이'의 의미로 정도의 심함을 강조한다.
[예: 甚可惜也(심가석야): 매우 아깝도다]
尤(우) 자는 '더욱', '특히'의 의미로 특별히 무언가를 강조할 때 쓰인다.
[예: 尤爲重要 (우위중요): 더욱 중요하다]
固(고) 자는 '진실로', '본래'의 의미로 확실성을 강조할 때 쓰인다.
[예: 固當如此 (고당여차): 진실로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恒(항) 자는 '항상', '늘'의 의미로 지속성을 강조할 때 쓰인다.
[예: 恒心不變 (항심불변): 항상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옛날 중국 江西(강서) 땅에 方仲永(방중영)이라는 아이가 살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매우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의 시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명망 있는 학자들까지 와서 칭찬하며 중영의 뛰어난 재능에 감탄했다.
그 후로도 중영은 무엇을 보고 들으면 바로 글을 지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재능에 감탄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중영의 아버지는 아들의 뛰어난 재능을 키워줄 생각은 하지 않고, 돈벌이로만 아들을 이용했다. 중영을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키는 대신, 그를 데리고 이웃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글을 쓰게 하고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당대 최고의 학자 왕안석이 중영의 소문을 듣고 그의 집에 들렀을 때, 중영은 이미 열두 살이 넘은 소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서 더 이상 예전의 비범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짓는 글은 평범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신동다운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천재성을 타고 태어났지만 계속해서 가르치지 않았기에 몇 년 후 어떠한 비범함도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한서에 이르기를‘
’황금이 광주리에 가득해도 자식에게 경서 한 권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이 자식에게 기술 한 가지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
※ 漢書(한서): 한 나라의 역사를 적은 책, 班固(반고)가 지음
※ 滿籯(만영): 광주리에 가득 차다
※ 一經(일경): 경서 한 권 ※ 一藝(일예): 재주, 기술
위 문장은 단순히 물질적 부를 물려주는 것보다 자녀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임을 강조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유한 가문이 삼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대체로 첫 대에서는 검소하게 살며 부를 축적하여 자수성가를 이루고, 둘째 대에서는 그 부를 바탕으로 자식들의 교육에도 힘쓰며 사회적 지위를 얻지만, 셋째 대에 이르러 사치와 향락에 빠져 가문이 몰락한다는 기록이다.
이러한 富不過三代(부불과삼대) 속담을 극복한 대표 집안으로는 미국의 록펠러 가문이 있다.
록펠러 가문이 3대 이상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려서부터 검소함과 노동 가치를 가르친 자녀 교육에 있었다고 한다.
’지극한 즐거움 중에 독서만 한 것이 없고, 지극히 중요한 것 중 자식 교육만 한 것이 없다‘
※ 至樂(지락): 지극한 즐거움, 즐거움에 이르는 것(명사형)
※ 至要(지요): 지극히 중요한 것(명사형)
위 문장에서 莫如(막여)는 최상급이다.
’A 莫如 B‘는 ’A 중에 B가 최고다‘
혹은 ’A는 B 만 한 것이 없다‘로 해석한다.
비슷하게 쓰이는 예로 不如(불여)가 있는데, ’不如(불여)‘는 비교급이다.
’A 不如(불여) B‘는 ’A는 B만 못하다‘로 해석한다.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로 해석한다.
不如(불여)는 不若과 혼용되어 쓰인다.
자식 교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맹자의 어머니다.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 즉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일화다.
처음에는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맹자가 매일 장례식 놀이를 흉내 내는 것을 보고 다시 시장 근처로 이사했으나 매일 상인들의 행동을 따라 하며 놀자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그 후 맹자가 학문과 예의를 배우게 되었다.
이 일화는 자식 교육에 있어 환경의 중요성도 말해 주지만 부모의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준다.
’여영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집안에 어진 부모님이 안 계시고, 밖에 엄한 스승과 친구가 없으면서‘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 呂榮公(여영공):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으로 그냥 ’여영공이라는 사람‘으로 해석
※ 嚴(엄): 엄한, 엄격한
※ 師友(사우): 스승과 친구
※ 有成者(유성자): 성공하는 사람
※ 鮮(선): 드물다, 적다
※ 矣(의): ~이다 (종결 어조사)
집안에 어진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밖에서 나를 엄하게 가르치고 충고하여 바른길로 이끌어 줄 스승과 친구가 없는 데도 성공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뜻이다.
위 문장에서는 사람이 바르게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정환경과 외부의 스승 및 친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흔히 하는 말로 ’가정환경‘과 ’외부 조력자‘의 중요성을 말한다.
지금 사람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태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내아이를 가르치지 않으면 성장하여 고집스럽고 어리석으며‘
’여자아이를 가르치지 않으면 성장하여 거칠고 치밀하지 못하다‘
※ 頑(완): 어리석다, 고집 세다
※ 愚(우): 어리석다
※ 麤(추): 거칠 추, 언행이 거칠고 상스럽다는 의미입니다. (粗(조): ’거칠다‘ 와 같은 의미)
※ 疎(소): 성길 소
위 문장을 오늘날 기준으로 해석하면, 남녀의 차이를 떠나 인간 개개인이 자아를 실현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절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사내아이가 장성하면 유흥과 음주를 익히게 하지 말고‘
’여자아이가 장성하면 밖으로 놀러 다니게 하지 마라‘
※ 長大(장대): 자라서 크다, 성인이 되다
※ 莫習(막습): 익히지 말라
※ 樂酒(악주): 풍류를 즐기고 술을 마시는 것, 유흥과 음주
※ 令(령): ~하게 하다, 시키다, ’使‘ 자와 같은 의미다
※ 遊走(유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이 구절은 전통적인 유교 문화 가치관이 반영된 교훈이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절제를 강조하고 있다.
남자아이는 유흥과 술에 빠지지 않도록 가르치고, 여자아이는 분별없이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인데, 뒤 문장은 오늘날의 가치관과는 안 맞다.
예전의 문화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효자 나고, 엄한 어머니 밑에서 효녀 난다‘
’아이를 사랑하거든 회초리를 많이 들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먹을 것을 많이 줘라‘
’사람들은 모두 옥과 보석을 사랑하지만 나는 현명한 자손을 사랑한다‘
※ 嚴母(엄모): 엄한 어머니
※ 憐兒(련아): 아이를 가련하게 여기다, 아이를 사랑하다
※ 多(다): 많이 ※ 與(여): 주다
※ 棒(봉): 매, 회초리
※ 憎兒(증아): 아이를 미워하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끝이 없지만, 자식이 잘못했을 때 반드시 엄하게 훈육해야 하며 시간과 정성을 쏟아 자식을 길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 제공하여 자식을 키우려 들면 바른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자라나기 힘들다.
벼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듯 자식 역시 부모의 끊임없는 사랑과 정성을 받고 자라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손이 현명하고 바르게 성장하는 데 있음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