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학편(勤學篇)

사람이 태어나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by 똥뫼

이 단원은 사람은 왜 배워야 하는지, 배우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옛 성현들의 글을 모아 놓은 단원이다.

여기서 배움이란 학문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배우면 무엇이 좋고 배우지 않으면 무엇이 좋지 않은지 여러 내용이 실려 있지만, 그중 핵심은 첫 문장에 있다.

첫 문장에 勤學(근학)에 대한 엮은이의 의중이 잘 드러나 있다.

우리는 어질게 살기 위해 배운다.






子曰, 博學而篤志(자왈, 박학이독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널리 배워서 뜻을 두텁게 하고’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절문이근사 인재기중의.)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하면(일상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면) 그 안에 인이 있을 것이다’


※ 博學(박학): 널리 배우다

※ 篤志(독지): 뜻을 돈독히 하다, 뜻을 굳건히 하다

※ 切問(절문): 절실하게 묻다, 간절히 묻다

※ 近思(근사): 가까이에서 생각하다, 현 상황이나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서 숙고하다

※ 在其中矣(재기중의): 그 안에 있다


널리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 세운 뜻을 굳건히 하며, 어떠한 문제를 발견했을 때 대충 넘기지 말고 절실하게 파고들어 질문하라.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멀리서 찾지 말고 항상 주변의 일상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면 설령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진 사람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위 문장의 교훈처럼 仁(인)이란 어느 날 툭 하고 튀어나와 횡재하듯 얻어지지 않고, 사회적 명성이 높다고 하여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부를 쌓아 남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얻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끊임없이 반성하고, 학습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으면 다시 삶에 적용하여 꾸준히 실천할 때 자기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어진 사람이 되어 간다는 의미다.






莊子曰,(장자왈,)

'장자께서 말씀하시기를'

人之不學 如登天而無術,(인지불학 여등천이무술,)

’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도술도 없으면서 하늘을 오르려는 것과 같고‘

學而智遠 如披祥雲而覩青天, 登高山而望四海.

(학이지원 여피상운이도청천, 등고산이망사해.)

’배워서 지혜가 원대해지면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거나, 높은 산에 올라 사방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 登天(등천): 登(등: 오르다), 天(천: 하늘), 하늘에 오르다

※ 無術(무술): 無(무: 없다), 術(술: 기술, 방법, 도술), 도술이나 기술이 없다

※ 智遠(지원): 智(지: 지혜), 遠(원: 멀다, 원대하다), 지혜가 원대해지다

※ 披(피): 헤치다, 가르다.

※ 祥雲(상운): 祥(상: 상서롭다, 길하다), 雲(운: 구름), 상서로운 구름

※ 望(망): 바라보다

※ 四海(사해): 세상의 모든 곳


사람이 배우지 않고 아는 것이 없으면, 사회에 나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도 힘들거니와, 자기 나름의 꿈을 좇아 이루려 해도 제대로 된 방법을 알기도 어렵고, 설령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禮記曰, 玉不琢 不成器(예기왈, 옥불탁 불성기)

’예기에서 말하기를,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人不學 不知義.(인불학 부지의.)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의를 알지 못한다‘


※ 琢(탁): 다듬다

※ 成器(성기): 그릇이 되다

※ 義(의): 의로움, 의리, 바른 도리


옥은 다듬어야 쓸모 있듯, 사람도 배우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義(의)가 무엇인지 알지를 못한다.

즉, 사람은 배움을 통해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배워야만 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할 도리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바르게 행동해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매주 수요일,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있다.

집회 때문에, 주변 빌딩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그 앞을 지나야 하는 차량 운전자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상당수의 사람은 그 집회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며 지지를 보낸다.

그 이유는 우리 국민들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를 배웠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초중고 교육과정을 통해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거나, 배움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많은 사람이 역사적 사실을 배우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쉽게 분별하지 못하고 할머니들의 주장을 의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로운 행동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아주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太公曰, 人生不學 如暝暝夜行.(태공왈, 인생불학 여명명야행.)

’강태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태어나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暝(명): 어둡다, 여기서 ’暝暝‘ 두 글자를 연이어 썼기 때문에, 어두운 모양이나 어두운 상태를 표현하는 의태어로 생각하면 된다.


캄캄한 밤길은 작게 내딛는 발걸음도 위험하고, 매일 가던 길도 방향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80년대 가로등도 없는 시골 밤길을 걸었을 때, 작은 나무에 걸린 가오리연을 보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라 착각하여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뛴 적도 있고, 바람 소리에 섞인 고양이 발소리를 듣고 뒤에서 호랑이가 쫓아온다고 착각할 때도 있었다. 모두가 어둠이 사실을 가렸기 때문이다.

강태공은 배움의 중요성을 캄캄한 밤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배움이 없는 삶은 캄캄한 밤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하니, 사람은 누구나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밝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신종 직업이 생겨나기도 하고 기존 직업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얼마 전 리포터가 어촌을 찾아가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때 한 선장님의 말씀이다.


“아마 십 년도 넘었지!

어촌계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날씨, 수온, 기후 변화에 따른 어종의 변화,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탐색하는 방법, 인터넷으로 수산물을 판매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그때 배우지 않았어.

우리야 스마트폰으로 전화 걸고 받고 음악 듣는 거야 하지만, 다른 건 복잡해서 못하잖아.

여태껏 바다 나가서 고기 잡아 밥 먹고 살았는데 네모난 기계가 뭘 알겠어! 우습게 봤지.

그런데 지금은 그때 교육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너무 생겼어.

인제 그만둘 때가 됐어. 벌이가 해가 갈수록 시원치 않어. 자기네들끼리 어군 경로가 어떻고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도통 알아듣지도 못해.”


변하는 환경 속에서 ’정보‘라는 등불을 외면한 결과다.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裾.(한문공왈, 인불통고금 마우이금거.)

’한문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과거와 오늘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말이나 소가 옷을 입은 것과 같다.‘


※ 韓文公(한문공): 당나라의 유명한 문인이자 정치가인 韓愈(한유, 768-824)를 말한다

※ 襟裾(금거): 襟(금: 옷깃), 裾(거: 옷자락), 여기서는 ’옷을 입은‘ 이라는 의미


사람이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마치 말이나 소가 사람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고 인간다운 면모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朱文公曰,(주문공왈,)

’주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家若貧 不可因貧而廢學(가약빈 불가인빈이폐학)

‘집안이 가난하더라도 가난을 이유로 배우는 것을 그만두지 말고’

家若富 不可恃富而怠學,(가약부 불가시부이태학,)

‘집안이 부유하더라도 부유함을 믿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

貧若勤學 可以立身(빈약근학 가이입신)

‘가난하더라도 부지런히 배우면 입신출세할 것이고’

富若勤學 名乃光榮.(부약근학 명내광영)

‘부유하면서도 부지런히 배우면 이름이 곧 빛나고 영달할 것이다.‘


廢(폐): 폐지하다, 그만두다

恃(시): 믿다, 의지하다

怠(태): 게으르다, 태만하다

勤(근): 부지런히

立身(입신): 몸을 세우다, 입신출세하다

乃(내): 곧, 비로소

光榮(광영): 빛나고 영광스럽다


배움 그 자체가 지닌 근본적인 가치와 배움이 가져다줄 긍정적인 결과를 강조하는 글귀다.

우리가 익히 들었던 螢雪之功(형설지공) 일화는 위 문장 ’가난하더라도 부지런히 배우면 입신출세할 것이고‘의 가치를 잘 말해준다.


중국 晉(진) 나라 때의 손강은 집안이 가난하여 등불을 밝혀 밤늦게까지 공부할 형편이 안 되었다.

그는 겨울밤, 쌓인 눈에 반사되는 달빛을 이용하여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추위와 어둠 속에서도 오직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학문에 매진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역시 진나라 때의 차윤 또한 가난하여 등불을 밝혀 밤늦게까지 공부할 형편이 안 되었다.

그는 여름밤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이 수십 마리를 잡아넣어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

이렇게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그 또한 벼슬길에 올랐다.


조선 후기 학자 추사 김정희의 삶은 ‘부유하면서도 부지런히 배우면 이름이 곧 빛나고 영달할 것이다.‘의 좋은 사례다.


실학자이자 서예가이며 금석학자이기도 했던 추사 김정희는 왕실의 외척이었고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부유한 집안 덕에 훌륭한 스승에게서 학문을 배웠고 당시 선진국이었던 청나라 학자들과 교류할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그는 부유한 집안에 기대어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학문을 배우고 배움을 교류하는 데 있어 출신성분에 자신을 가두지도 않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그는 이십 대에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그가 항상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넘게 유배 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부침을 겪기도 했다.

유배 생활을 하며 큰 고통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의 학문과 예술은 그 시기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惟見學者顯達(유견학자현달)

’배운 사람이 현달한(입신출세) 것은 보았으나‘

不見學者無成.(불견학자무성)

’배운 사람이 이루지 못한 것은 보지 못했다‘


※ 顯達(현달): 출세함, 입신양명함


위 글귀에서는 ’惟見學者顯達(유견학자현달)‘을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

’見學者(견학자)‘를 한 단어로 해석하여 ’오직 보고 배운 사람만이 현달해진다‘로 해석하면 안 된다. ’見(견)‘은 동사로, ’學者(학자)‘는 명사로 해석하여 ’배운 사람이 현달한 것은 보았으나‘로 해석해야 한다. 전형적인 댓구문 형태다. [惟見(유견) ~, 不見(불견) ~. = ~하는 것은 보았으나,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꼭 학문에 국한하여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學者乃身之寶 學者乃世之珍,(학자내신지보 학자내세지진)

’배움이라는 것은 곧 자신에게 보배가 되고, 배운 자는 곧 세상의 보배가 된다‘

是故 學則乃爲君子 不學則爲小人,(시고 학즉내위군자 불학즉위소인)

’이러한 까닭으로 배우면 군자가 되고 배우지 않으면 소인이 된다‘

後之學者 宜各勉之.(후지학자 의각면지.)

’후세의 학자들은 마땅히 각자 그것에(배우는 데에) 힘써야 한다.‘


※ 乃(내): 곧, 바로 ~이다

※ 是故(시고): 이러한 까닭으로

※ 君子(군자): 지덕을 갖춘 이상적인 인간상

※ 小人(소인): 지혜와 덕이 부족하고 사리사욕만 밝히는 사람

※ 宜(의): 마땅히 ~해야 한다

※ 勉(면): 힘쓰다


위 문장 ’學者乃身之寶 學者乃世之珍(학자내신지보 학자내세지진)‘에서 앞의 學者는 ’배우는 것‘ 뒤의 ’學者‘는 ’배운 사람‘으로 해석해야 한다.






徽宗皇帝曰,(휘종황제왈)

’휘종 황제께서 말씀하시기를‘

學者如禾如稻 不學者如蒿如草,(학자여화여도 불학자여호여초,)

’배운 사람은 알곡과 같고 벼와 같지만, 배우지 않은 사람은 쑥과 같고 풀과 같다‘

如禾如稻兮 國之精糧 世之大寶,(여화여도혜 국지정량 세지대보,)

’벼와 같은 것은, 나라의 양식이고 세상의 보배이나‘

如蒿如草兮 耕者增嫌 鋤者煩惱,(여호여초혜 경자증혐 서자번뇌,)

’쑥과 같고 풀과 같은 것은, 밭 가는 자가 더 싫어하고 김매는 자가 골치 아파한다‘

他日面墻 悔之已老.(타일면장 회지이노.)

’훗날 벽에 맞닥뜨릴 때 후회해 봐야 이미 늙었다.‘


※ 徽宗皇帝(휘종황제): 중국 북송의 8대 황제

※ 禾(화): 벼, 곡식의 총칭, 알곡 ※ 稻(도): 벼

※ 蒿(호): 쑥 ※ 草(초): 풀, 잡초

※ 精糧(정량): 정선된 양식, 좋은 식량

※ 耕者增嫌(경자증혐): 밭 가는 사람이 더 싫어하고

※ 鋤者煩惱(서자번뇌): 김매는 자가 골치 아파하다

※ 他日(타일): 다른 날, 훗날

※ 面墻(면장): 벽을 마주하다

※ 已老(이노): 이미 늙었다


배운 사람을 일용할 양식인 알곡에 비유하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쓸모없는 풀에 비유하여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울러 학습의 시기를 놓치지 말 것을 경고한다.






論語曰, 學如不及 惟恐失之.(논어왈, 학여불급 유공실지)

’논어에서 이르기를, 배움에 있어서는 미치지(충분하지) 못한 것처럼 생각하고 오히려 배운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라‘

※ 不及(불급): 미치지 못하다, 충분하지 않다

※ 惟(유): 오직, 오히려

※ 恐(공): 두려워하다


배움은 끝이 없다.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고, 나아가 이미 습득한 지식마저도 혹시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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