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면 참을 수 없고, 참을 수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다’
‘물은 한번 엎질러지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성품은 한번 방종에 빠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물을 다스리는 데는 반드시 둑을 쌓아 막고’
‘성품을 다스리는 데는 반드시 예법으로 해야 한다’
※ 傾(경): 기울다, 엎다, 쏟다
※ 復(복): 되돌리다, 회복하다
※ 縱(종): 멋대로 하게 하다, 방종하다
※ 反(반): 돌이키다
※ 者(자): ~하는 사람, ~하는 것
※ 以堤防(이제방): 둑으로써 막다
※ 以禮法(이예법): 예법으로 하다
위 문장에서 必以堤防(필이제방)과 必以禮法(필이예법)은 얼핏 문장구조가 비슷해 보이나 ‘以(이)’ 자의 품사를 달리해 해석해야 한다.
‘必以堤防(필이제방)’은 ‘以(이)’ 자를 ‘~로써’ 즉 조사로 해석하여 ‘반드시 둑으로써 막다’로 해석하는 반면,
‘必以禮法(필이예법)’은 ‘以(이)’ 자를 동사로 사용하여 ‘반드시 예법으로 해야 한다’로 해석하는 게 좋다.
뒤 문장에서도 ‘以(이)’ 자를 앞 문장처럼 ‘~로써’ 즉 조사로 사용하고 ‘法(법)’ 자를 동사로 사용하여, ‘반드시 예로써 다스린다’로 해석하지 않는 이유는 ‘예’는 정신이고 내재적 가치여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행위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반면 ‘예법’은 예가 발현되는 형식이고 규범이기 때문에 둑을 쌓는 것처럼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행위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예법’을 하나의 명사로 해석한다.
‘水一傾(수일경)’은 글자 그대로 ‘물은 한번 엎질러지면’으로 해석해야 무난하다.
여기서 ‘一傾’은 한번 뱉은 말, 한번 저지른 실수처럼 딱 한 번의 실수다.
비록 한 번의 실수여서 시간이 지나 잊히거나 용서받아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지만,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性一縱(성일종)’은 ‘잘못된 습관이 반복되어 못된 성품이 몸에 한 번 굳어지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잘못된 행위가 여러 번 누적되어 못된 성품이 몸에 한 번 형성되어 버리면 고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 성품도 한번 늘어지면 다시 좋은 성품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으니, 물을 둑으로 제어하듯이 성품은 반드시 예법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으면’
‘백일 동안 근심을 면할 수 있다’
忿(분): 성내다
免(면): 면하다, 피하다, 벗어나다
憂(우): 근심, 후회
百日(백일): 백일, 오랫동안
한순간의 분노를 참아 크게 성공한 楚漢爭霸期(초한쟁패기) 한신의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한신은 젊은 시절 매우 가난했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친구 집을 떠돌며 밥을 빌어먹을 정도였고,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장례 치를 비용마저 없었다.
어느 날, 한신이 고향에 있는 시장 거리를 칼을 차고 거닐 때,
칼을 찬 한신이 눈에 거슬렸던 불량배 하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이봐! 넌 늘 칼을 차고 으스대며 다니지만,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겁쟁이 놈이야!”
“네놈에게 진정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어디 한 번 나를 찔러보거라. 그럴 용기가 없다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가거라”
그 소리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신은 아무 말 없이 그 불량배의 가랑이 밑을 기어서 지나갔다.
이 일로 시장 사람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훗날, 유방을 도와 큰 공을 세우고 초나라 왕이 된 한신은 그때 망신을 준 불량배를 찾았다.
왕이 된 한신을 보자 불량배는 ‘이제 꼼작 없이 죽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벌벌 떨었다.
하지만 한신은 그에게 ‘중위’ 벼슬을 내리고 장수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장부다운 사람이오. 그가 나게 망신을 줄 때 나는 그를 죽일 수도 있었소. 하지만 그때 모욕을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았다면 나는 죄인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오.”
‘참고 또 참고, 삼가고 또 삼가라’
‘참지 않고 삼가지 않으면 작은 일이 큰일이 된다’
※ 得(득): 얻을, (능히) ~하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 忍(인): 견디다, 인내하다
※ 且(차): 또, 더욱
※ 戒(계): 경계하다, 조심하다, 삼가다
위 문장해석에서 주의할 점은 ‘얻을 得(득)’ 자를 조동사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得(득)’ 자는 본동사인 ‘참을 忍(인)’ 자를 보조하여 사용한다. do, can, must처럼.
삼국지 조조의 아들 조창의 일화는 작은 허물에도 매사 경계하고 삼가지 않으면 작은 허물이 큰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조조의 아들 曹彰(조창)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
조조는 기뻐서 조창에게 상을 내리려 했다.
조창은 전쟁 중 전리품을 사적으로 취하는 것은 물론 아버지가 내리는 상도 사양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았다.
이때 조조의 참모 순욱이 조창에게 사사로운 재물을 너무 많이 탐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조창은 순욱에게 반문했다.
"대장부로서 전쟁에서 공을 세웠으니, 재물을 조금 더 탐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라고 그리 엄하게 말씀하십니까? 이는 작은 일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순욱은 조창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홀히 보아 넘긴 작은 허물이 때로는 장군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소. 지금 장군이 베푸는 탐욕은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그것이 씨앗이 되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오.“
조창은 순욱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믿고 크고 작은 탐욕을 부리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
순욱의 예상대로, 조창은 나중에 曹丕(조비)와의 후계 다툼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숙청당했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어리석고 흐리멍덩한 사람이 성내고 분노하는 것은, 모두가 이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화를 더하지(키우지) 말고, 단지 귓가의 바람처럼 여겨라’
※ 愚濁(우탁): 어리석고 흐리멍덩함
※ 嗔怒(진노): 성내다, 화내다
※ 因(인): 말미암다, ~때문이다
※ 理不通(이불통): 이치가 통하지 못하다
※ 休(휴): 그치다, ~하지 마라 ※ 添(첨): 더하다, 보태다
※ 心上(심상): 마음 위에
※ 作(작): 여기다, ~으로 삼다 ※ 耳邊風(이변풍): 귓가의 바람
다른 사람이 내게 화를 내거나 비난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혜다.
어리석은 사람이 내게 분노를 표출할 때, 그 분노는 그의 개인적인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때마침 나를 향해 폭발했을 수도 있고, 지극히 나를 오해하여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즉 내게 직접적인 잘못이 있어서가 아닐 수도 있으니, 상대방의 감정적인 반응에 너무 쉽게 휘둘리거나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마음의 거리를 두라는 메시지다.
상대방이 갖은 욕설과 비난을 퍼부어도 대꾸하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면, 결국 그 욕설과 비난은 허공에 외친 메아리처럼 그 자신에게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받지 않는 선물은 선물한 사람의 소유인 것처럼.
‘장점과 단점은 집집마다 있고, 炎凉世態(염량세태) 즉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고 세력이 기울면 냉대하는 세상인심은 어디서나 같다’
‘옳고 그름은 항상 정해진 실체가 없고, 결국 모든 것은 덧없고 텅 빈 상태로 돌아간다’
※ 炎凉(염량): 따뜻하고 차가움, 세상의 변화무쌍한 인심, 흥망성쇠
※ 是非(시비): 옳고 그름
※ 常(상): 항상, 늘 ※ 實(실): 열매, 실체
※ 究竟(구경): 마침내, 결국
※ 摠(총): 모두, 전부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는 것처럼 사람은 각자 장단점이 있으며, 세상인심의 변화무쌍함은 과거에도, 지금도, 이웃에게도, 내게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 같아도 실제로는 상황과 관점,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내 생각만 옳다는 과도한 집착이나 아집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워야만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옛날 늙은 스승 스님과 젊은 스님이 함께 길을 가다가 강가에 다다랐다.
마침 그곳에는 강을 건너야 할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강물이 불어 건너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승려는 여인의 몸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는 계율이 있었지만, 스승 스님은 주저하지 않고 그 여인을 번쩍 들어 안고 강을 건너게 해 주었다.
강 건너편에 여인을 내려준 스승 스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젊은 스님은 그 일 이후 내내 침묵하며 속으로 괴로워했다.
스승 스님이 여인의 몸을 만진 행동은 계율을 어긴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차마 스승에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스승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是非)'의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침내 참다못한 젊은 스님이 스승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승님, 저희는 여인의 몸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계율을 지키며 수행해 왔는데, 어찌 아까 그 여인을 직접 안고 강을 건너셨습니까?"
그러자 늙은 스승은 태연한 얼굴로 젊은 스님을 돌아보며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여인을 이미 강가에 내려놓았는데, 너는 아직도 그 여인을 머리에 이고 있구나."
아래의 구절들은 굳이 의역을 하거나 내포된 의미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문장들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자장이 길을 떠나려고 스승에게 사직 인사를 드리며’
‘원컨대 가르침 한 말씀 주시면, 몸을 닦는 미덕으로 삼겠습니다.’
※ 子張(자장): 공자의 제자로 진취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성격이 좀 급했다고 한다.
※ 欲(욕): ~하고자 하다, ~하고 싶다 ※ 行(행): 가다, 떠나다
※ 辭(사): (작별) 인사를 하다 ※ 於(어): ~에게
※ 夫子(부자): 선생님, 여기서는 자장의 스승이니 공자를 지칭한다
※ 願(원): 원하다
※ 賜(사):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다, 하사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행동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다’
‘자장께서 묻기를, 어떤 것을 참으라는 것입니까’
※ 百行之本(백행지본): 모든 행실의 근본은
※ 忍(인): 인내, 참음
※ 上(상): 위, 으뜸
※ 何(하): 무엇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자가 참으면 나라가 해롭지 않고’
‘제후가 참으면 큰 뜻을 이루고’
‘관리가 참으면 지위가 나아질 것이며’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해지고’
‘부부가 참으면 세상 마칠 때까지 함께할 것이며’
‘친구 간에 참으면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을 것이고’
‘자기 자신이 참으면 재앙과 해로움이 없을 것이다.’
※ 天子(천자): 황제
※ 國無害(국무해): 나라에 해로움이 없다
※ 諸侯(제후): 지방의 군주
※ 成其大(성기대): 큰 뜻을 이루다
※ 進其位(진기위): 그 지위가 오르다
※ 夫妻(부처): 부부
※ 終其世(종기세): 평생을 함께 하다, 해로하다
※ 朋友(붕우): 친구들
※ 名不廢(명불폐): 명예가 폐해지지 않다, 명성을 더럽히지 않다
※ 禍害(화해): 재앙과 해로움
‘자장께서 묻기를, 참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자가 참지 못하면 나라가 텅 비게 되고’
‘제후가 참지 못하면 그 몸을 잃게 되고’
‘관리가 참지 못하면 형벌로 죽임을 당하게 되고’
‘형제가 참지 못하면 각각 헤어져 살게 되고’
‘부부가 참지 못하면 자식을 외롭게 만들게 되고’
‘친구가 참지 못하면 정과 뜻이 소원해지고’
‘자기 자신이 참지 못하면 근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何如(하여): 어떠한가? 어떻게 되는가?
※ 空虛(공허): 텅 비다 (나라의 기반이나 국력이 쇠약해짐)
※ 喪其軀(상기구): 그 몸을 잃다
※ 刑法誅(형법주): 형벌과 법에 의해 죽임을 당하다
※ 各分居(각분거): 각각 나누어 살다 (헤어져 따로 살다)
※ 令子孤(영자고): 자녀를 외롭게 만들다
※ 情意疎(정의소): 정과 뜻이 멀어지다
※ 患不除(환부제): 근심이 사라지지 않다
‘자장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생님의 말씀이)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참는 게 어려운 거군요!)’
‘사람이 아니면 참을 수 없고, 참을 수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 善(선): 좋다, 훌륭하다
※ 哉(재): 어조사 재, 감탄이나 종결을 나타냄
‘경행록에 이르기를, 자기 자신을 굽히는 자는 중요한 자리에 처할 수 있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된다’
※ 屈己者(굴기자): 자기를 굽히는 자
※ 處重(처중): 중용한 일을 처리하다, 중요한 자리에 처해지다
※ 遇(우): 만나다
이 구절은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야 좋은 결과를 얻고, 어떤 태도를 피해야 나쁜 결과를 예방할 수 있는지 단순 명료하게 이야기한다.
자기를 굽힐 줄 아는 사람은 남의 인정을 받아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고, 남을 이기기 좋아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적수를 만나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적수란, 반드시 다른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월이 가면 누구나 늙고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세월의 흐름도 자기 자신의 적수가 된다는 의미다.
세월 앞에 자기를 굽힌다는 것은 나이 듦을 인정하고 조금씩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악한 사람이 착한 사람을 헐뜯거든, 착한 사람은 모두 대꾸하지 마라’
‘대꾸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은 맑고 편안하지만, 헐뜯는 사람의 입은 뜨겁고 끓는다.(남을 헐뜯으면 본인만 열 내면서 지치게 된다)’
‘마치 사람이 하늘에 침을 뱉는 것과 같아 자기 몸으로 다시 돌아와 떨어지게 된다’
※ 罵(매): 꾸짖다, 욕하다
※ 摠(총): 모두, 다 ※ 對(대): 대꾸하다
※ 淸閑(청한): 맑고 편안하다
※ 熱(열): 덥다, 뜨겁다 ※ 沸(비): 끓다
※ 正如(정여): 마치 ~와 같다
※ 唾(타): 침을 뱉다
※ 還(환): 되돌아오다 ※ 從(종): 좇다, 따르다
※ 墜(추): 떨어지다
상대방의 불합리한 비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말고, 나 또한 남에게 악한 말을 하면 안 된다.
남에게 하는 악한 말이나 행동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화가 되므로 처음부터 그런 행위는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만약 남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귀먹은 척 시비를 가리려 하지 말아라’
‘비유컨데 (그건) 불이 허공에서 타는 것과 같아 끄지 않더라도 저절로 꺼지게 된다’
‘아무리(온통) 네가 입술과 혀를 놀리더라도 (내가 귀먹은 척하면) 내 마음은 허공과 같다’
※ 被(피): 입다, 당하다 (여기서는 '~을 당하다'는 피동을 나타낸다)
※ 人罵(인매): 다른 사람이 비난하다
※ 佯聾(양농): 귀먹은 척하다
※ 不分說(불분설): 시비를 가리지 마라
※ 譬(비): 비유할
※ 火燒空(화소공): 불이 허공을 태우다
※ 救(구): (불을) 끄다
※ 不救自然滅(불구자연멸): 끄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진다 (대응하지 않아도 결국 힘을 잃고 없어진다)
※ 摠(총): 모두, 다
※ 飜脣舌(번순설): 입술과 혀를 놀리다
위 문장은 시비꾼에 대처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상대방의 시비에 대꾸하는 순간 시빗거리가 되고, 시비에 대꾸하지 않으면 시비는 곧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 인정을 남기면 훗날 서로 좋게 만난다’
※ 凡事(범사): 모든 일
※ 留人情(유인정): 인정을 남기다
※ 後來(후래): 뒷날, 나중에
※ 好相見(호상견): 서로 좋게 만나다
情(정)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배려를 했을 때 훗날 좋게 보게 된다는 의미다.
삼국지에서 조조와 관우는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한때 함께한 인연이 있었다.
조조가 서주의 유비를 격파했을 때, 관우는 유비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조에게 항복했다.
조조는 관우를 예전부터 높이 평가했기에 관우가 내건 조건, 유비의 소식을 알게 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이번 기회에 관우의 마음을 얻어 자신의 수하로 삼고자 극진히 대접했다.
관우가 유비의 소식을 듣고 조조를 떠나려 할 때, 조조 휘하 대부분의 참모들이 관우를 죽이자고 주장했으나 조조는 "장수가 자신의 주군을 위하는 것은 천하의 도리이다. 대장부가 그 뜻을 이루려 하는데 어찌 막겠는가!"라며 관우가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몇 년 후,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 크게 패한 조조는 목숨을 건 도주길에 나섰다.
수많은 병사를 잃고 겨우 살아남아 마지막 도주로인 화용도에 다다랐을 때 그곳을 지키는 관우를 만났다.
관우는 군령에 따라 조조를 죽여야 했지만, 조조는 지난날 관우에게 베푼 극진한 대접과 관우를 막지 않고 놓아주었던 人情(인정)을 상기시키며 관우에게 목숨을 부탁했다.
관우는 개인적인 은혜와 공적인 군령 사이에서 갈등했으나 결국 지난날 조조가 베푼 극진한 人情(인정)을 잊지 못하고, 군령을 어기면서까지 조조를 살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