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은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의 일은 어둡기가 칠흑과 같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보화를 쓰는 데는 끝이 있으나‘
’충효의 누림은 끝이 없다‘
※ 享之(향지): 그것을 누리다
※ 盡(진): 다하다 ’盡‘ 자와 ’窮‘ 자는 비슷한 의미로 해석
예) 無窮無盡하다: 끝이 없다
※ 無窮(무궁): 다함이 없다
재물은 많아도 언젠가는 다 쓰고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충효와 같은 정신적 가치는 마음속에 남고 몸에 배어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지만, 의로움이 없으면 부유하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지 효도하는 자식 하나만 있으면 자손이 많을 필요가 있겠는가‘
※ 貧也好(빈야호): 가난해도 좋다
※ 富如何 (부여하): 부유함이 어찌 되겠는가, 부유한들 무엇하겠는가, 부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但存(단존): 다만 ~만 있다면
※ 何用(하용): 무엇 때문에 ~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쩌다 보니 가난하게 사는 것이지 세상에 가난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노력해도 재운이 따르지 않아 고만고만한 살림살이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십수 년이 지나가기도 한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난하게 살면서도 늘 밝은 얼굴을 하고 다녀, 가난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던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가정이 화목했던 것 같다.
남학교의 경우 한 삼 년 같은 학교를 다니다 보면 대충 누구네 집이 잘살고 누구네 집이 형편이 어려운지 알게 된다.
그해에는 몰랐던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듬해나 이 년 후 다른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소운 님의 ’가난한 날의 행복‘은 주제가 같은 세 편의 짤막한 이야기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당시 일반 가정과는 달리 남편은 실직으로 집에서 살림하고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어느 가정의 일화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出勤)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瞬間),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幸福)했다. 만금(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幸福感)에 가슴이 부풀었다.
[출처]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아버지가 근심하지 않는다면 자식의 효도 때문이고‘
남편이 괴로워하거나 답답해하지 않는다면 아내의 현명함 때문이다’
‘말이 많고 말을 실수하는 것은 모두 술 때문이고’
‘의가 끊어지고 친함이 소원해지는 것은 단지 돈 때문이다’
※ 煩惱(번뇌): 괴로움, 고뇌
※ 斷(단): 끊다
※ 疎(소): 소원하다, 친하지 않다
※ 爲(위): 일반적으로 ‘하다’, ‘이다’, ‘되다’로 해석하지만 종종 ‘삼다’, ‘ 때문이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정의 화목은 결국 가족 구성원들 모두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지나친 음주와 돈에 대한 욕심은 가정의 화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이미 일상적이지 않은 즐거움을 취했다면 모름지기 예측할 수 없는 근심을 방비해야 한다.’
※ 旣(기): 이미, 벌써
※ 非常(비상): 일상적이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
※ 須(수): 반드시 ~해야 한다, 모름지기 ~해야 한다
※ 測憂(측우): 예측할 수 없는 근심
누구의 인생이든 浮沈(부침)은 있다.
좋은 일이 계속 생길 때일수록 미래의 불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좋을 때 계속 즐길 것이지, 아직 오지도 않은 불운을 걱정하며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생은 부침의 연속이고 언젠가 가라앉을 시기를 위한 보험은 필요하다.
보험을 들어놔야 충격이 덜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興盡悲來[(흥진비래):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온다]나 月滿則虧[(월만즉휴): 달도 차면 기운다] 등도 인생의 부침을 말하는 사자성어다.
‘총애를 받았으면 욕됨을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 때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 寵(총): 총애, 사랑
※ 辱(욕): 욕됨
※ 居(거): 살다, 거주하다
※ 慮危(려위): 위태로움을 생각하다, 위험할 것을 염려하다
得(득) 자는 단어 본래의 뜻 ‘얻다’, ‘받다’로 해석한다.
조동사로 해석하면 ‘사랑했다면(사랑하면) 욕됨을 생각하고’로 풀이되어 엉뚱한 의미가 된다.
위 문장은 정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이 시작되고 이전 정권에서 특혜를 누렸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시작된다.
좋을 때 마냥 누리지 말고 대비하라는 의미다.
특혜를 베풀 수 있는 자리일수록 유혹이 많다는 건 當然之事(당연지사)다.
‘영화로움이 가벼우면 욕됨도 얕고 이로움이 많으면 해로움도 깊다.’
※ 榮輕(영경): 영화로움이 가볍다, 영달을 가벼이 누리다
※ 辱淺(욕천): 욕됨도 얕다
※ 利重(이중): 이로움이 많다
※ 害深(해심): 해로움도 깊다
위 문장은 가별울 ‘輕(경)’ 자와 무걸울 ‘重(중)’ 자, 얕을 ‘淺(천)’ 자와 깊을 ‘深(심)’ 자를 대조적으로 배치하여 문장을 구성했다.
‘지독한 사랑은 반드시 심한 소모가 따르고, 과한 칭찬은 반드시 심한 훼방이 따른다’
‘큰 기쁨에는 반드시 큰 근심이 따르고 장물을 많이 가지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
※ 甚: 심할, 심히
※ 費: 쓸
※ 譽: 기릴
※ 毁: 헐다, 훼손
※ 贓: 장물, 헤치다
위 문장에서 甚愛(심애)란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 사람에 대한 극단적인 애착이나 집착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도한 애착이나 집착은 엄청난 시간, 감정, 금전, 노력 등의 소비를 야기한다는 의미다. 뒷 문장도 앞 문장과 비슷한 비유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지나친 기쁨이든, 과도한 칭찬이든 간에 지나친 것은 반드시 반대의 급부가 따르니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높은 절벽을 보지 않고 어찌 굴러떨어지는 근심을 알며’
깊은 못에 가지 않고 어찌 빠져 죽는 근심을 알 것이며‘
’큰 바다를 보지 않고 어찌 바람과 파도의 근심을 알겠는가‘
※ 崖(애): 벼랑, 언덕
※ 顚墜(전추): 굴러 떨어지다, 추락하다
※ 臨(임): 임하다, 보다
※ 深淵(심연): 깊은 못, 절망의 구렁텅이
※ 沒溺(몰익): 헤어날 수 없이 깊이 빠짐
※ 風波(풍파):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여기서 경험이란 본질을 알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 정도로 정의하면 될 것 같다.
’미래를 알려거든 먼저 과거를 살펴라‘
※ 欲(욕): 하고자 하다, 하려고 하다
※ 察(찰): 살피다
※ 已往(이왕): 지금보다 이전, 과거 예) 已往之事(이왕지사): 이미 지나간 일
歷史(역사)란 인간이 지나온 발자취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원인을 살펴 오늘을 살아가는 밑거름으로 삼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다.
’밝은 거울로는 형태를 살피고, 과거로는 지금을 알 수 있다.‘
※ 鏡(경): 거울
※ 所以+술어: 방법 또는 이유로 해석한다
※ 所以察形(소이찰형): 형태를 살피는 ~이다(여기서 ‘~’을 ’것‘으로 해석해도 좋고, ’바탕‘으로 해석해도 좋다
※ 往古(왕고): 옛날, 과거
’所以(소이)‘는 여러 뜻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쉽게 해석하려면 ’~하는 바‘,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래도 말이 어색하면 ’그러므로‘, ’그래서‘로 해석해 보면 된다.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때 보통 평판 조회를 하는데 이 또한 그 사람의 과거를 알기 위함이다.
그 사람의 과거를 조회하여 채용할 만한 사람인지를 가름하기 위함이다.
’과거의 일은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의 일은 어둡기가 칠흑과 같다‘
※ 暗(암): 어두울
※ 似(사): 같다, 잇다
※ 漆(칠): 옻, 검은
과거의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기에 명확히 볼 수 있는 반면, 미래의 일은 어떻게 펼쳐질지 알기도 어렵고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다음날 일은 초저녁에 알 수 없고‘
’초저녁 일을 오후 네시에 알 수는 없다‘
※ 明朝(명조): 익일, 다음날
※ 薄暮(박모): 땅거미, 초저녁, 엷을 박, 저물 모
※ 晡時(포시): 오후 네 시
明朝(명조)는 明日(명일)이나 來日(내일)과 같은 의미다.
위 문장을 해석할 때 다소 어려운 부분은 ’不可必(불가필)‘의 해석이다.
’불가필‘은 ’반드시 ~할 수 없다‘로 해석한다.
여기서 ’~할‘이 들어갈 자리에 적당한 단어를 집어넣어 말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위 문장에서는 ’반드시 알 수 없다‘로 해석하면 문맥이 부드럽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이 있고, 인간에게는 아침저녁으로 재앙과 복이 있다‘
※ 測(측): 헤아리다
※ 不測(불측): 헤아릴 수 없다, 미루어 짐작할 수 없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듯이 인간의 삶도 짧은 시간 동안 吉凶禍福(길흉화복)이 빠르게 교차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이 연달아 벌어진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며, 불운이 계속된다고 너무 실망하지도 말라는 가르침이다.
’살아있더라도 백 년 동안 몸을 보존하기는 어렵고‘
’이미 죽었더라도 백 년 동안 무덤을 보전하는 것은 어렵다‘
※ 未歸 (미귀): 아직 돌아가지 못하다
※ 三尺土(삼척토): 세 자(약 90cm 정도) 정도 되는 땅, 여기서는 무덤을 의미한다.
※ 已歸(이귀): 이미 돌아가다
※ 百年墳(백년분): 백 년의 무덤
살아서의 삶도 오래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죽고 난 후 묻힌 무덤도 실상 오랫동안 보존하기는 쉽지 않다.
육신은 살아서든 죽어서든 그 끝이 분명하니 살아서의 영달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행위도 하지 말고 죽은 후 무덤을 과도하게 조성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인간의 고결한 정신과 살아생전 자식들에게 보인 모범은 후세에 오랫동안 전승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데에 노력을 기울이라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