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일단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명심보감 성심편 두 번째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한석봉 일화로 시작합니다.
석봉의 가문은 유복했으나 석봉이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집안이 많이 기울었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서당을 다니기조차 힘들었다.
그의 어머니가 떡 장사를 하여 생계를 꾸려나갔으나 서당을 보낼 형편은 안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러한 사정을 안타까워한 아버지의 친구 소개로 석봉은 전라도 영암의 학자 愼喜男(신희남, 1517~1591)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진사시에 합격할 때까지 10년 넘게 그에게서 글을 배웠다.
경기도 개성에서 전라도 영암까지 가서 글을 배웠으니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고향이 그립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겠는가.
어떤 자료에는 석봉이 영암으로 떠나자 어머니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영암으로 이사 가서 따로 기거하며 떡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가 맞다 할지라도 석봉의 어머니는 자식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에 다녀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석봉은 문하생으로 출가한 지 3년 만에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석봉이 돌아온 게 반가웠으나 그의 앞날을 걱정하여 밤에 불을 끄고 자신은 떡을 썰고 석봉은 글씨를 쓰게 한다.
호롱불을 켰을 때 어머니의 떡은 일률적으로 반듯하게 썰려 있었던 반면 석봉의 글씨는 형편없이 삐뚤빼뚤 쓰여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석봉을 엄하게 꾸짖고 다시 신희남의 문하로 돌려보냈다.
석봉은 스승 밑에서 10년 넘게 공부하여 마침내 과거급제하게 된다.
아래 문장의 ’인재를 잘 기르면 뜻과 기백이 커지고 식견이 밝아져 충과 의가 있는 선비가 나오니 어찌 기를 만하지 않겠는가‘라는 글귀에 어울릴 만한 일화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나무를 잘 기르면 뿌리가 견고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기둥과 들보의 材木(재목)으로 성장한다‘
※ 有所養(유소양): 기르는 바가 있다, 잘 보살피고 가꾼다
※ 根本(근본): 여기서는 나무의 뿌리를 의미
※ 固(고): 굳건하다, 견고하다
※ 枝葉(지엽): 가지와 잎
※ 茂(무): 무성하다
※ 棟樑(동량): 기둥과 들보
’물을 잘 관리하면 샘의 원천이 왕성해지고‘
’물줄기가 길어져 농사에 물을 대는 이로움이 넓어진다‘
※ 泉源(천원): 샘의 근원
※ 壯(장): 왕성하다, 씩씩하다
※ 流波(유파): 흐르는 물결, 물줄기
※ 灌漑(관개): 논밭에 물을 대는 행위
※ 博(박): 넓다
’인재를 잘 기르면‘
’뜻과 기백이 커지고 식견이 밝아져‘
’충과 의가 있는 선비가 나오니 어찌 기를 만하지 않겠는가‘
※ 志氣(지기): 뜻과 기개
※ 識見(식견):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과 통찰력
※ 哉(재): ~인가? (감탄이나 의문을 나타낼 때 쓰이는 어조사)
나무와 물을 잘 관리하면 기둥과 들보로 쓰일만한 재목이 되고 물줄기가 길고 수량이 풍부한 하천이 되듯이, 사람을 잘 교육하고 길러내면 충성스럽고 의로운 선비로 육성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위 문장은 인간의 자연현상 이용을 예로 들어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스로 믿는 자 남 또한 그를 믿으니, 오나라와 월나라도 모두 형제가 될 수 있다‘
’스스로 의심하는 자 남 또한 그를 의심하게 되니, 나 이외의 모두가 적이 된다‘
※ 吳越(오월): 중국 춘추시대 대표적인 적대국가
※ 皆(개): 모두, 다
※ 疑(의): 의심하다
※ 敵(적): 원수, 상대방
중국 역사에서 오나라와 월나라는 대표적인 원수지간이다.
臥薪嘗膽(와신상담)이란 사자성어도 두 나라 사이의 복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기원전 5세기 두 나라 사이에 있었던 복수극은 두 나라가 남방 지역 약소국에서 점차 국력이 커지며 영토 확장을 꾀하면서 벌어졌다.
오나라의 왕 闔閭(합려)는 월나라와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죽게 되었고, 그의 아들 부차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결심했다.
부차는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를 다짐했고, 결국 월나라를 공격하여 승리했다.
기록에는 합려가 죽으면서 아들 부차에게 월나라에 대한 복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새긴 부차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부차야! 너는 너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잊었느냐?” 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물으며 복수를 다짐했다고 하니 복수심이 대단했던 것 같다.
오나라 왕 부차가 섶(땔나무) 위에서 자며 복수를 다짐했다는 일화에서 ’臥薪(와신)‘이 유래되었다. ’臥薪(와신)‘은 ’땔나무 위에 눕다‘ 라는 뜻이다.
이때 월나라의 왕 句踐(구천)은 오나라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후 부차에게 포로로 잡혀가 종으로 사는 굴욕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구천은 오나라에서 석방된 후 매일 같이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 복수의 결의를 다졌고 끝내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월나라 왕 구천이 복수를 잊지 않기 위해 날마다 쓸개를 맛보며 마음을 되새겼다는 일화에서 ’嘗膽(상담)‘이 유래되었다.
위 일화에서처럼 오나라와 월나라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적대국 사이지만 서로 믿으면 형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믿음이 중요하다.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 莫(막): 없다, 말다
※ 勿(물): 없다, 말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언젠가 사기업에 다니는 후배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난 주저 없이 “팀원들(종업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15년간 개인사업을 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이 부분이다.
신뢰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들자면 정직성, 일관성, 책임감, 포용력 등.
하지만 이러한 신뢰의 조건들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 일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와 선입견 없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인사이동이 있어 새로운 사람이 부서 내로 들어오면 얼굴에는 반가운 낯빛을 띠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래, 어디 한번 잘하나 볼까?‘, ’평판을 들어보니 어떻던데 잘할 수 있을까?‘ 등 여러 의심을 품고 사람을 대하는 長들이 있다.
이들 간에 신뢰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
表裏不同(표리부동) 즉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인들 진심일 수 있을까?
진심일 수 없다.
상대방의 속마음이야 그 사람 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람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언행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상대방도 일정한 높이의 벽을 쌓게 된다.
위의 문장은 한신이 유방에게 충언한 말이었다고 한다.
유방은 한신을 대장군으로 임명한 후에도 계속해서 그를 의심했다.
유방의 계속되는 의심에 한신은 유방 앞에 나아가 이렇게 아뢰었다.
"왕이 저를 믿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중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미 중용했다면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풍간에서 이르기를‘
’물 밑의 물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아무리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아무리 낮아도 낚을 수 있다‘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 간에 있는데도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
※ 諷諫(풍간): 우회적으로 간언하는 글, 비유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글
※ 水底魚(수저어): 물 밑의 물고기
※ 天邊雁(천변안): 하늘 끝 기러기
※ 天邊雁(천변안): 하늘 끝의 기러기
※ 高可射(고가사): 높이 있는 것은 활로 쏠 수 있다
※ 低可釣(저가조): 낮은 데 있는 것은 낚을 수 있다
※ 惟有(유유): 오직 ~만 있다
※ 咫尺間(지척간): 지척의 사이, 아주 가까운 거리
※ 不可料(불가료): 헤아릴 수 없다
자연은 변화무쌍함도 있지만, 일정한 원리와 법칙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예측이 가능하지만, 사람은 바로 옆에 있어도 그 깊이를 알 수가 없고 마음의 변화를 헤아리거나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이 자연현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알기 어렵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알기 어렵지만 자신의 마음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랑이를 그릴 때 가죽은 그려도 뼈를 그리기는 어렵다‘
’사람을 안다고는 말하지만, 얼굴은 알아도 마음을 알기는 어렵다‘
※ 畵(화): 그리다
※ 虎皮(호피): 호랑이 가죽 [狐皮(호피): 여우 가죽]
※ 骨(골): 뼈
※ 面(면): 낯, 얼굴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다.
’얼굴을 보고 서로 대화해도 마음은 천 개의 산만큼 떨어져 있다.‘
※ 對面(대면): 얼굴을 마주 보다
※ 共語(공어): 함께 말하다
※ 隔(격): 사이가 뜨다, 떨어져 있다 [예: 隔(격) 없이 지내다]
서로 감정의 사슬이 엉켜있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람들이 화해나 합의를 이끌어 보고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한 후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한다.
별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는 했지만, 마음의 간격을 좁히기는 쉽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특히나 형제들이나 중요한 협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이 구절의 의미는 뼈저리게 다가온다.
’바닷물이 마르면 끝내 밑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어도 마음을 알기 어렵다‘
※ 海枯(해고): 바닷물이 마르다
※ 終(종): 끝내, 결국
※ 底(저): 밑바닥 [低(저): 낮다, 抵(저): 막다, 거스르다]
위 문장은 인간 본성의 不可解性(불가해성)을 말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행동, 말과는 다르게 인간의 속마음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며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바뀔 만큼 변화무쌍해서 자기 자신조차도 자신의 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문장이다.
’강태공이 말씀하시기를‘
’무릇 사람은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고‘
바닷물은 말(양을 재는 단위)로 측량할 수 없다.
※ 逆相(역상): 운명을 거스르다 [相(상): 일반적으로 ’서로‘라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운명을 나타내는 글자와 함께 쓰일 때는 ’얼굴 관상‘의 의미로도 쓰인다. ’觀相(관상)을 보다‘]
※ 斗(두): 곡식을 재는 그릇, 측량 단위
※ 量(량): 헤아리다
凡人(범인)이란 말은 한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아주 쉬운 글자지만 이 글자 뒤에 어떤 문구가 오느냐에 따라 미세한 해석 차이가 있을 수 있다.
凡(범) 자를 형용사로 볼 때는 ’평범한 사람‘, ’보통의 사람‘으로 해석하고, 凡(범) 자를 부사로 볼 때는 ’무릇 사람은‘, ’대체로 사람은‘으로 해석한다.
송강호 주연의 觀相(관상)이란 영화의 한자를 觀象(관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觀象(관상)은 천문이나 기상을 관측하는 일을 말한다.
조선 시대 천문이나 지리를 맡아보던 관청을 觀象監(관상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