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
아래 성심편의 문장 중 ’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유사자연향이면 하필당풍립이다)‘이란 문장이 있다.
능력이 있고 덕이 있으면 굳이 내가 능력이 있고 덕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남들이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이다. 三顧草廬(삼고초려)란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르는 문장이다. 명심보감 성심편 세 번째 단원은 ’삼고초려‘ 이야기로 시작한다.
三顧草廬(삼고초려)란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제갈공명이 살고 있는 초가집을 세 번 찾아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유비에게는 관우와 장비라는 걸출한 장수는 있었으나 전략을 마련하고 군의 기강을 바로잡을만한 軍師(군사)가 없어 싸울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恩師(은사) 사마휘에게서 제갈공명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비는 곧장 수레에 예물을 싣고 제갈공명의 초가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집에 없었다. 며칠 후 또 찾아갔으나 역시 그는 집에 없었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신통한 재주가 있었던 제갈공명이 유비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테지만 두 번째 방문까지 유비는 제갈공명을 만나지 못했다.
마침내 신하들의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왔고 공명의 영입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중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유비는 포기하지 않았고 제갈공명을 만나기 위한 세 번째 방문길에 나섰다.
그 열정과 정성에 감동한 제갈공명은 마침내 유비의 軍師(군사)가 되었고 수많은 戰功(전공)을 세웠다. 공명이 없었다면 유비는 천하를 三分(삼분)하는 한 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경행록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는 것은 재앙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선을 버리고 행하지 않음은 스스로를 헤치는 것이다‘
※ 結(결): 맺다, 결속하다
※ 怨(원): 원망, 원한
※ 謂(위): 말하다, 이르다
※ 種(종): 씨앗, 심다
※ 禍(화): 재앙, 불행
※ 捨(사): 버리다, 포기하다
※ 賊(적): 도적, 해치다
타인과 원한을 맺거나 미움을 사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고 있는 문장이다.
타인에게 악감정을 품거나 상대방이 원한을 품게 행동하는 것은, 당장은 그 결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에게 큰 재앙이나 불행으로 돌아올 수 있는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선을 행하는 것은 상대방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선을 행하는 사람 자신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 외에도 선행은 악의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순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선의 영향력이 당장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선행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많으면 주변의 악함은 점차 순화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쪽 말만 듣는다면 곧 서로 이별하게 된다‘
※ 一面(일면): 한쪽 면
※ 便(변): 부사로 문득, 곧, 별안간
※ 見(견): 위 문장에서는 被動(피동)을 나타낸다. 따라서 ‘~하게 되다’, ‘~을 당하다’로 해석한다
서로 의견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 말만 듣고 일방의 편을 들게 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이 문장은 어느 한쪽 의견만 듣고 일방을 편드는 행위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지만, 두 부분으로 나뉜 논쟁에서 어느 한쪽 의견을 100퍼센트 수용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충고하는 의미도 있다.
중대사의 경우 혹시 모를 위험성에 대한 준비는 필수이다.
혹시 모를 위험이 현실이 될 경우, 모두와 이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 전, 일본의 정세와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전쟁 의도를 탐지하기 위해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일본 정세에 대한 보고는 정반대였다.
황윤길은 일본이 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어 반드시 전쟁의 화가 있을 것이라 보고하였고, 도요토미에 대한 인물에 대해서도 眼光(안광)이 빛나고 膽略(담력)이 있어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부사 김성일은 정반대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낌새는 전혀 없었으며,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사람됨도 쥐와 같이 생겨 전혀 두려워할 만한 위인이 못 된다고 하였다.
상반된 보고를 받은 조정 대신들은 자신이 속한 정파의 衆議(중의)에 따라 정사 황윤길의 말이 옳다는 사람들과 부사 김성일의 말이 옳다는 사람들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였다.
일본을 늘 섬나라 미개한 민족으로 치부했던 당시 조정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고 결국 후자의 의견에 따라 국가 시스템을 움직였다.
이에 따라 각 도에 명하여 혹시 모를 전란에 대비해 성을 쌓고 군사 정비를 서두르던 것마저 중지하였다.
선조와 당시 조정의 판단 착오로 조선은 7년간의 참혹한 전란을 겪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음탕한 욕심이 생각나고, 배고프고 몸이 추우면 도를 지키는 마음이 생긴다’
※ 飽煖(포난): 배부르고 따뜻하다
※ 淫慾(음욕): 지나친 욕심, 음탕한 욕망
※ 飢寒(기한): 굶주리고 춥다
※ 發(발): 일어나다, 생겨나다
환경이 인간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이다. 물질적으로 풍요가 지속되면 나태해지기 쉽고, 세속적인 욕망에 빠지기 쉽다는 의미다.
반대로 힘들고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오히려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되고, 본연의 가치나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소광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현명한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이 손상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 허물이 많아지게 된다‘
※ 疏廣(소광): 서한(西漢) 시대의 유명한 학자이자 고위 관료
西漢(서한) 시대는 前漢(전한) 시대를 말하며 BC 3세기에서 1세기까지 이어졌던 중국왕조다
※ 賢人(현인): 현명한 사람[愚人(우인): 어리석은 사람]
※ 多財(다재): 재물이 많다
※ 損(손): 잃게 하다, 손상시키다
※ 益(익): 더하다, 늘어나게 하다
※ 過(과): 허물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재물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재물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인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짧아지고 복되게 살면 마음이 영험해진다’
※ 智(지): 지혜, 판단력
※ 短(단): 짧다
※ 至(지): 이르다, 오다
※ 靈(령): 신령할
위 구절은 물질적인 상황이나 주변 환경이 인간의 판단력과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겠지만, 사람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사회적 성장 즉 대학 입학, 결혼, 진급, 취직, 사업하는 문제에 있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마음은 조급해지고 의기소침해지게 된다. 이때는 넓은 안목이나 깊은 통찰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무슨 일을 하든지 쉽게 풀리고, 늘 좋은 환경 속에서 살면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상황을 넓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 역시 경제적 여윳돈이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도 자라지 않는다’
※ 經(경): 지나다, 겪다, 경험하다
※ 長(장): 자라다, 발전하다
위 문장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삶의 지혜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론적으로 배운다 한들 실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행동까지 연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빗거리가 하루 종일 있어도 듣지 않으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 是非(시비): 옳고 그름
※ 終日(종일): ‘하루를 마침’, ‘하루 내내’의 뜻
관형사 ‘온’과 결합하여 부사어인 ‘온종일’로 주로 쓰임
※ 聽(청): 듣다
온종일 시빗거리가 있어도 대꾸하지 않으면 시비에 말려들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항상 사람들의 논쟁이나 말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 일깨워주는 글귀다.
‘와서 옳고 그름을 말하는 자가 바로 시비꾼이다.’
‘來說是非者’는 ‘와서 시비를 말하는 자’로 풀이 된다. 여기서 ‘說’ 자의 품사는 동사이지만 ‘者’를 수식하기 때문에 관형어 역할을 한다.
‘便是是非人’에서 앞에 쓰인 ‘是’는 ‘~이다’로 해석하고 뒤에 쓰인 ‘是’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시비꾼)’에서의 ‘옳고’로 해석한다.
위 문장에서 ‘是非’는 단순하게 사물의 이치나 사리 분별을 넘어서는 행위를 말한다.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함부로 전하거나, 남의 뒷담화를 하는 행위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누구 때문에 시비의 발단이 됐든, 그것을 듣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순간 그 시비는 퍼져나가게 되고, 말을 옮긴 사람 역시 그 시비의 일부분이 된다는 의미다.
‘평생 눈썹 찡그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내게 이 갈 사람 없을 것이다’
‘크게 이름을 어찌(무엇하러) 돌에 새길 것인가! 길 위 행인들의 입이 비석보다 나은 것을’
※ 皺(추): 주름, 주름 잡히다
※ 眉(미): 눈썹
※ 切齒(절치): 이를 갈다, 눈썹을 찡그리다
※ 頑(완): 완고하다, 무디다, 단단하다
※ 鐫(전): 새기다, 조각하다
※ 勝(승): 이기다, 더 낫다
※ 碑(비): 비석
평소에 덕을 꾸준하게 베풀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칭찬을 받고 그 칭찬은 입소문을 타고 멀리까지 퍼지게 될 것이거늘,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공적을 기리는 비석까지 세울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사향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향이 나거늘 어찌 바람을 막고 서서 풍기려 하는가?’
麝(사): 사향노루, 사향
香(향): 향기, 향기롭다
當(당): (무엇을) 마주하다, 향하다
立(립): 서다
이전 글귀와 의미가 같은 문장이다.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나 덕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내가 덕이 있고 훌륭한 사람이오” 하고 자랑하지 않아도 생활 중에 자연스레 알려지기 마련이니 일부러 애쓸 필요 없다는 교훈이다.
‘복이 있다고 다 누리지 마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해진다.’
‘세력이 있다고 다 사용하지 마라. 세력이 다하면 원수진 자와 서로 만나게 된다’
‘복을 누림에 항상 스스로 아끼고 세력을 누림에 항상 스스로 공손하라’
‘사람이 교만하고 사치하며 살면 처음은 있으나 대부분 끝이 없다.‘
※ 享(향): 누리다, 향유하다
※ 盡(진): 다하다, 모두 소진하다
※ 身(신): 몸, 자기 자신
※ 貧窮(빈궁): 가난하고, 궁핍하다
※ 莫(막): ~하지 마라
※ 使(사): 사용하다, 부리다, 행사하다
※ 勢盡(세진): 세력이 다하다
※ 寃(원): 원한, 원수
※ 相(상): 서로
※ 逢(봉): 만나다
※ 兮(혜): ~이여
※ 恭(공): 공손하다
※ 驕與侈(교여치): 교만하고 사치하다
※ 始(시): 시작, 처음
※ 多(다): 많다, 대부분
※ 無(무): 없다
※ 終(종): 끝, 마침
만족할 줄 아는 지혜 즉 절제와 겸허를 강조하고 있는 문장이다. 자신에게 힘이 있고 복이 있더라도 그것을 한없이 누리려 하지 말고 항상 절제하고 겸손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왕참정이 그의 글 사류명에서 말하기를 ‘
’여유가 있으면 재주를 다 쓰지 말고 남겼다가 조물주에게 돌려주고‘
’여유가 있으면 녹봉을 다 쓰지 말고 남겼다가 조정에 돌려주며‘
’여유가 있으면 재물을 다 쓰지 말고 남겼다가 백성에게 돌려주고’
‘여유가 있으면 복을 다 쓰지 말고 남겼다가 자손에게 돌려주라’
※ 王參政(왕참정): 송나라의 정치가
※ 四留銘(사류명): 네 가지를 남겨두라는 글
※ 留(유): 남기다, 보존하다
※ 有餘(유여): 남음이 있다, 여유가 있다
※ 不盡(부진): 다 쓰지 말고
※ 巧(교): 재주, 솜씨
※ 還(환): 돌려주다, 되갚다
※ 造物(조물): 조물주
※ 祿(록): 녹봉, 봉급
※ 朝廷(조정): 조정, 정부
※ 財(재): 재물, 돈
※ 百姓(백성): 백성
※ 福(복): 복
※ 子孫(자손): 자손, 후손
‘황금 천냥이 귀한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말 한마디를 듣는 것이 천금보다 더 낫다’
※ 未(미): ~아니다, ~않다
※ 爲(위): ~이다, ~되다
※ 貴(귀): 귀하다, 가치가 있다
※ 勝(승): 이기다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아무리 많은 돈도 소비하고 나면 사라지고 없지만, 삶의 교훈으로 와닿은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의 일평생을 좌우하며 생을 다할 때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주가 있는 자는 재주가 없는 사람의 종이 되고, 고통은 즐거움의 어머니가 된다’
※ 巧者(교자): 재주가 뛰어난 사람
※ 拙之奴(졸지노): ‘서투름에 매여 있다’, ‘서투름을 돕게 된다’는 의미
※ 苦者(고자): 고통받는 사람
※ 樂之母(낙지모): 즐거움의 어머니
재주란 나를 위해 쓸 때보다 남을 위해 쓰일 때 더 가치가 있다. 돈 버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그 재주를 자신만을 위해 쓴다면 오직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그 혜택을 누리겠지만, 남을 위해 쓸 때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
제갈공명은 出師表(출사표)에서 자신을 낮추고 오로지 황실과 백성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모든 어려움과 위험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힌다.
다시 말해 유비와 漢(한) 황실을 위해 犬馬之勞(견마지로)를 다짐했으니, 유비의 奴(노)를 자처한 것이다.
단순히 재주를 비교한다면 유비의 재주는 제갈공명의 재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재주 없는 유비는 재주 있는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였고, 유비 덕에 제갈공명 또한 그의 재주를 유용하고 크게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