遵禮篇(준례편)

남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내가 남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by 똥뫼

子曰, 居家有禮 故長幼辨(자왈 거가유례 고장유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집안에 예절이 있으므로 어른과 아이의 분별함이 있고’

閨門有禮 故三族和(규문유례 고삼족화)

‘안방에 예가 있으므로 삼족이 화목하고’

朝廷有禮 故官爵序(조정유례 고관작서)

‘나랏일을 보는 데서도 예가 있으므로 관리들 벼슬에 질서가 있고’

田獵有禮 故戎事閑(전렵유례 고융사한)

‘사냥터에 예가 있으므로 병장기 사용하는 일이 드물게 되고’

軍旅有禮 故武功成.(군려유례 고무공성)

‘전쟁터에도 예가 있으므로 무공을 세울 수가 있다.’

※ 居家(거가): 집안, 집에 머무르다

※ 閨門(규문): 家庭, 안방

※ 三族(삼족): 여기서는 夫婦·父子·兄弟의 뜻으로 쓰임

※ 官爵(관작): 官職(관직)과 爵位(작위)

※ 田獵(전렵): 사냥하다

※ 戎事(융사): 군대와 軍備(군비), 전쟁에 관한 일

※ 軍旅(군려): 軍隊(군대)


위 문장에서 원인에 따른 결과를 나타내는 까닭 故(고) 자를 ‘~하면’으로 해석하면 좀 더 문장이 매끄럽게 된다.

‘사냥터에 예가 있으면 병장기 사용하는 일이 드물게 된다’라는 말은 사냥터라는 곳이 서로 결과물이나 포상을 놓고 겨루는 장소여서, 예가 없으면 자칫 집단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 문장 ‘전쟁터에서의 예’는 병사들에 대한 도리, 명분, 절차 등을 말한다.

전쟁터에서 이러한 예가 지켜져야지만 진정한 승리와 업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子曰, 君子有勇 而無禮 爲亂(군자유용 이무례 위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용기는 있고 예가 없으면 난을 일으키고’

小人有勇 而無禮 爲盜(소인유용 이무례 위도).

‘소인이 용기는 있고 예가 없으면 도적이 된다’


爲亂(위난): 어지럽히다, 난을 일으키다

爲盜(위도): 도둑질하다, 도적이 되다

용기라는 본체는 반드시 예라는 겉옷을 입고 표현되어야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용기는 일을 추진하는 동력이고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만큼 강력한 에너지다.

이러한 강력한 에너지가 ‘예’라는 틀을 벗어나 발산되면, 힘 있는 군자는 사회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힘없는 소인이라 할지라도 사고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문장이다.

초한 쟁패기의 초나라 항우는 당대의 영웅호걸이었다.

수십 명의 병사만 이끌고 수천의 적을 쓰러뜨릴 만큼 그의 용기는 당대의 그 어느 장수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자신의 강력한 힘의 원천인 勇(용)을 禮(예)로 다스리지 못했다.

정복지를 불사르고 논공행상을 불합리하게 하였으며, 충신들의 고언에 귀를 닫았고 포로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결국 항우는 禮(예)를 벗어난 勇(용)의 발산으로 제후들과 백성들의 반발을 샀고 천하를 도모하는 데 실패하게 되었다.






曾子曰, 朝廷莫如爵(조정막여작)

‘증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조정에는 벼슬만 한 것이 없고’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향당막여치 보세장민막여덕).

‘시골 마을에서는 나이만 한 것이 없으며, 세상을 돕고 백성을 위하는 데는 덕만 한 것이 없다’

曾子(증자): 공자의 제자

朝廷(조정): 임금이 신하들과 나랏일을 처리하는 곳

莫如爵(막여작): 작위(벼슬)만 한 것이 없다, 벼슬이 가장 중요하다

鄕黨(향당): 시골 마을

輔(보): 돕다

長(장): 길다, 기르다, 길러내다

윗글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사실적인 예를 앞 문장에 배치하여 마지막 문장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문단 형식이다. 윗글에서 강조하고자 한 ‘輔世長民莫如德(보세장민막여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중국에서 살기 좋은 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요순시대’라는 말을 한다.

堯舜時代(요순시대)는 중국 최초의 국가로 알려진 夏(하) 나라 이전의 부족 국가 시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평성대의 기틀을 잡았던 요임금이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고민하게 되었다. 요임금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뛰어난 덕을 가진 舜(순)이라는 인물을 찾아냈다. 순은 출신 배경은 미천했으나, 부모와 동생으로부터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효와 우애를 잃지 않고 인내하며 덕을 쌓은 인물이었다.

요임금은 순을 여러 번 시험하였지만, 순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덕을 잃지 않았다. 농사일을 맡겨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게 했고, 여러 관직을 주어 정치적 역량을 시험했다. 순은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백성들의 존경과 신뢰를 얻었다. 결국 요임금은 순에게 왕위를 물려주었고, 순임금 또한 요임금과 마찬가지로 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백성들은 임금의 어질고 현명한 행동을 본받아 서로 화합하며 살았고, 나라는 태평성대를 누렸다.






老少長幼 天分秩序(노소장유 천분질서)

‘늙은이와 젊은이, 어른과 아이는 하늘이 나누어 정한 질서이니’

不可悖理而傷道也(불가패리이상도야).

‘이치를 거슬러 도를 해쳐서는 안 된다.’

悖(패): 거스르다

傷(상): 해치다, 손상시키다

동양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존중과 위계를 하늘이 정한 순리로 보았으며, 마땅히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로 보았다.






出門如見大賓(출문여견대빈)

‘밖에 나가서는 귀한 손님을 보는 것처럼 하고’

入室如有人(입실여유인).

‘집 안에서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出門(출문): 문밖, 집 밖에 나가다

如(여): 같다, 같게 하라

大賓(대빈): 귀한 손님

室(실): 집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禮(예)를 갖추라는 의미다.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지 말고 양심에서 나오는 도덕적 품성으로 예를 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若要人重我 無過我重人(약요인중아 무과아중인).

‘만약 남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남을 존중해 주는 게 좋다’


若(약): 만약, 같다

要(요): 원하다, 바라다

重(중): 무겁다, 중요하게 여기다

無過(무과): 지나치지 않다, 좋다





父不言子之德 子不談父之過(부불언자지덕 자부담부지과).

‘아버지는 자식의 덕을 말하지 말고,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談(담): 말하다

過(과): 허물

자식 자랑하는 부모를 ‘八不出(팔불출)’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자기 가족 자랑을 하여 남들 눈총을 사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에는 금기어까지는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남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행동으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오늘날은 자녀가 잘하면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행동이 일반화되었다. 다만 자만심을 키우지 않게 지혜롭게 격려해 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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