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편(言語篇)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by 똥뫼

劉會曰, 言不中理 不如不言.(유회왈 언부중리 불여불언)

‘유회(劉會)가 말하기를,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 劉會(유회): 누구인지 미상인 인물, 옛 賢人(현인) 중의 한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 中理(중리): 이치에 맞다, 합리적이지 못하다

※ 不如(불여): 차라리 ~만 못하다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하며, 입 밖으로 나온 말이 합리적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는 가르침이다.

言多必失(언다필실) 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습관이 말실수를 부른다는 말이다.

말실수가 많다면 말수를 줄이는 연습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一言不中 千語無用.(일언부중 천어무용)

‘한마디 말이라도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을 해도 쓸 데가 없다.’

※ 不中(부중): 맞지 않다, 틀리다, 적절하지 않다

맞지 않다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핵심에서 벗어나다, 합리적이지 않다, 행동과 맞지 않다 등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옛 현인들은 말의 논리보다는 말의 실천을 중시했기 때문에 ‘言不中(언부중)’을 ‘言行不一致(언행불일치)’로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論語(논어)』 「里仁篇(이인편)」에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고자언지불출 취궁지불체야)’란 문장이 있다. ‘옛사람들이 말을 (쉽게) 하지 않은 것은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란 뜻이다.





君平曰, 口舌者(군평왈 구설자)

禍患之門 滅身之斧也.(화환지문 멸신지부야)

‘군평(君平)이 말하길,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고 몸을 망치는 도끼다’


※ 君平(군평): 한나라 때 유명한 점술사이며 도학자로 보는 견해도 있고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 口舌者(구설자): 입과 혀라는 것

※ 禍患(화환): 재앙과 근심

※ 滅身(멸신): 몸을 망치다

※ 斧(부): 도끼


과거 부모 형제나 친구들과 다퉜던 일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 사소한 말실수 때문에 다툼이 발생한다. 이처럼 말은 온갖 다툼과 걱정을 불러들이는 원인이자 통로가 되며, 크게는 상대방을 해칠 수도 있고 뱉은 말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자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





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이인지언 난여면서 상인지어 이여형극)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一言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일언반구 중치천금 일어상인 통여도할)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의 가치가 있으며, 사람을 상하게 하는 한마디 말은 칼에 베이는 고통과도 같다.’


※ 利(이): 날카롭다, 이롭다

※ 煖(난): 따뜻하다

※ 綿(면): 솜, 絮(서)와 같은 의미

※ 荊(형): 가시, 棘(극)과 유사 의미, 荊棘(형극): 고난의 길

※ 値(치): 값

※ 傷(상): 상처

※ 痛(통): 아프다

※ 割(할): 베다


윗글에서 날카로울 利(이, 리) 자의 해석을 눈여겨봐야 한다. 구절마다 서로 다른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부분의 한자는 한 글자에 여러 뜻이 있기 때문에 함께 하는 앞뒤 단어들을 보며 해석해야 한다. ‘一言半句(일언반구)’의 정확한 의미는 ‘한마디 말과 반 마디의 글귀’지만 보통 줄여 ‘한마디 말’이나 ‘아무런 말’ 그리고 ‘어떠한 말’ 등으로 해석한다.

윗글의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말의 책임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구시상인부 언시할설도)

‘입이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이고, 말이란 혀를 베는 칼이다.’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어디에서든 몸이 편안하다.’

※ 斧(부): 도끼

※ 割(할): 베다

※ 藏(장): 감추다

※ 牢(뢰): 우리, 감옥, ‘安穩(안온) : 조용하고 편안하다’의 뜻이 있다

윗글에서 유독 해석이 까다로운 문구는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다. 이 문구를 직역하면 ‘몸을 편안하게 하기에 모든 곳이 안식처가 된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逢人且說三分話 未可全抛一片心,(봉인차설삼분화 미가전포일편심)

‘사람을 만나 잠깐 이야기하게 된다면 삼 할 만 말하고, 자기가 지니고 있는 속마음을 다 내어 보이지는 말아라’

不怕虎生三個口 只恐人情兩樣心.(불파호생삼개구 지공인정양양심)

‘호랑이에게 세 개의 입이 있음을 두려워 말고, 단지 사람 마음속에 두 모양의 (상반된) 마음이 있음을 두려워해라’

※ 逢(봉): 만나다

※ 且(차): 잠깐, 또, 혹시

※ 三分話(삼분화): 10분의 3만 말하다

※ 全抛(전포): 전부 내던지다

※ 虎生三個口(호생삼개구): 호랑이는 세 개의 입을 가지고 태어난다

※ 怕(파): 두려워하다

※ 恐(공): 두려워하다

※ 樣(양): 모양

첫 문장은 사람들에게 나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도 되고, 나의 본마음 또는 한결같은 마음을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도 된다.

여기서 ‘삼 할의 말’이란 전부 드러내지 않는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충분히 알기도 전에 자기의 가치관이나 속마음 등을 쉽게 내보이지 말라는 의미다.

세상은 생각의 칠 할을 감추고 삼 할만 이야기하며 살 수는 없다. 윗글에서 경계하는 바는 불필요한 말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질투의 방지에 있다.

두 번째 문장에서 ‘虎生三個口(호생삼개구): 호랑이는 세 개의 입을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문구는 ‘과거에는 호랑이의 무서움을 이렇게도 표현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라 할지라도 사람 마음보다 무섭지는 않다는 의미다.

호랑이나 전쟁과 같은 외부의 위협은 눈에 보이고 예측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숨겨진 진실되지 못한 마음, 이중적인 태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변덕스러운 마음은 예측하기 어렵고 대처하기도 힘들다는 교훈이다.





酒逢知己千鍾少 話不投機一句多.(주봉지기천종소 화불투기일구다)

‘술은 나를 알아주는 친구를 만나면 천 잔의 술도 부족하고, 말은 서로 뜻이 맞지 않은 사람과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하게 되면 한 마디도 많다.’


※ 逢(봉): 만나다

※ 鍾(종): 술잔

※ 機(기): 베틀

※ 投機(투기): 뜻이나 상황이 맞지 않다, 수행자가 대화나 가르침을 통해 진리를 깨닫는 숭고한 행위(과거), 시세 변동을 예측하여 큰 이익을 얻으려는 매매 행위(오늘날)


나를 알아주는 친한 친구를 뜻하는 고사성어는 생각보다 많다. 知己之友(지기지우), 知音(지음), 芝蘭之交(지란지교), 莫逆之友(막역지우), 管鮑之交(관포지교), 竹馬故友(죽마고우), 金蘭之交(금란지교), 刎頸之交(문경지교), 忘年之友(망년지우) 등. 그만큼 친구는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연세가 있고 고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절친을 나타내는 사자성어 중 ‘伯牙絶絃(백아절현)이 빠졌네’라고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伯牙絶絃(백아절현)’의 일화를 소개하며 ‘言語篇(언어편)’을 마치겠다.


옛날 춘추시대, ‘伯牙(백아)’라는 거문고 명인이 있었고, 그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정확하게 이해해 주는 ‘鍾子期(종자기)’라는 친구가 있었다.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들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는 느낌은 마치 태산처럼 웅장하구나”라고 알아차렸고, 큰 강을 표현하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이 마치 황하 같구나”라고 말하며 백아의 마음을 꿰뚫어 봤다고 한다.

종자기는 거문고의 소리만 듣고도 백아의 속마음을 다 파악했고 그들은 의형제를 맺고 다음 해에 다시 만나기로 한 다음 헤어졌으나 불행하게도 병약했던 종자기가 고향에서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백아는 친구의 묘를 찾아 최후의 한 곡을 연주한 후, 종자기의 묘를 끌어안고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거문고의 줄을 모두 끊고 “내 음악을 알아주는 이가 없는데 연주는 해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줄을 끊고 연주하지 않음만도 못 하다”라고 말한 뒤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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