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아는 사람 가득해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몇이나 되던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선한 사람과 함께 거처하면 芝草(지초)와 蘭草(난초)가 있는 방 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향기를 맡지 못하지만, 곧 그 향기와 더불어 同化(동화)된다.‘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거처하면 어물전(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 또한 그 냄새와 더불어 동화된다.‘
※ 與(여): 주다, 더불어
※ 居(거): ~에 살다, ~에 있다
※ 芝蘭(지란): 지초와 난초
※ 室(실): 房(방), 거처하는 곳
※ 化(화): 변화하다, 동화하다
※ 鮑(포): 절인 생선, 흔히 말하는 말린 생선인 ‘脯(포)’와 구별
※ 肆(사): 가게, 방자하다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난초의 향기를 뚜렷하게 느끼지만, 오래 머물다 보면 그 향기에 익숙해져서 크게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난초의 향기는 자신도 모르게 몸에 저절로 배어 들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몸에서 은은한 향이 난다는 말을 듣게 된다.
난초의 향기처럼 선한 영향력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반대로 생선가게에 들어가면 비린내가 진동하지만, 오래 머물다 보면 그 냄새에 무뎌져 크게 악취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비린 냄새는 몸에 배어들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생선가게를 떠나 다른 장소에 갔을 때 다른 사람에게 민망할 정도로 자신에게서 생선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린내의 악취처럼 좋지 못한 환경이나 나쁜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부지불식간에 그들에게 동화되어 자신도 모르게 나쁜 습성을 배우게 된다는 의미다.
’붉은 단사(丹砂)를 지니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지니면 검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함께 거처할 사람을 신중히 가려야 한다'
※ 丹(단): 붉다, 붉은빛의 광물
※ 藏(장): 감추다, 지니다, 저장하다
※ 漆(칠): 옻, 검은 칠
※ 是以(시이): 이로써, 이런 까닭에, 관용적인 문구로 보면 된다
윗글은 전 단락의 글보다 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비유로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주변 환경과 주변 사람의 영향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쪽으로 사람과 환경을 선택해야 한다.
‘공자가어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이 젖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물기가 배어듦이 있고’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혀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냄새를 맡게 된다’
※ 孔子家語(공자가어): 공자의 언행을 담고 있는 책
※ 霧(무로): 안개
※ 濕潤(습윤): 물에 젖거나 물이 배어들다
※ 厠(측): 뒷간
※ 汚(오): 더럽다
※ 臭(취): 냄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안평중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여 오래도록 그(벗)를 공경하였다.’
※ 晏平仲(안평중): 제나라 명재상, 이름은 晏嬰(안영)이고 평중은 그의 호, 학문이 걸출하여 ‘安子(안자)’로도 불렸다
※ 晏(안): 늦다
※ 仲(중): 버금
※ 久而敬之(구이경지): 오래도록 그를 공경하다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말할 때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나 ‘橘化爲枳(귤화위지)’의 고사를 인용하는데 여기서 ‘귤화위지’를 말한 주인공이 바로 제나라 안평중이다.
춘추시대 楚(초)나라 靈王(영왕)은 齊(제)나라 재상 안평중의 기를 꺾기 위해 그를 초나라로 초대했다.
그리고 일부러 안평중 앞으로 포승에 묶인 죄인이 지나가게 한 다음, 마치 궁금하다는 듯 죄인을 끌고 가는 병사를 멈추게 한 후 그에게 물었다.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죄인이며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느냐?”
“제나라 죄인인데 도둑질을 했습니다.”
영왕은 안평중을 비꼬면서 물었다.
“제나라 사람들은 원래 도둑질을 잘합니까?”
안평중이 대답했다.
“江南(강남)에 있던 橘(귤)을 江北(강북)에 옮겨다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마는데, 그것은 土質(토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 땅에 살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니 초나라의 풍속이 나쁜 것 같습니다.”
이에 초나라 영왕은 안평중의 기지에 고개를 숙이고 크게 잔치를 열어 그를 대접했다고 한다.
‘서로 아는 사람은 온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 相識(상식): 서로 알고 지내다
※ 滿(만): 차다, 가득하다
※ 幾人(기인): 몇 사람, 몇 사람인가?
친구를 사귀더라도 양적인 관계보다는 질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춰 사귀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술이나 음식을 함께할 형제(형제 같은 친구)는 천 명이나 되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는 하나도 없다.’
※ 酒食兄弟(주식형제): 형제처럼 술과 음식을 함께할 사람들
※ 急難(급난): 위급하고 어려움
윗글에서 ‘千個有(천개유)’라는 문구를 ‘천명이나 있다’로 해석했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숫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편하고 즐거울 때 곁에 머물러주는 친구는 많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참된 친구는 드물다는 세상의 현실을 꿰뚫어 보는 글귀다.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 不結子花(불결자화): 열매를 맺지 않은 꽃
※ 休(휴): 쉬다, 그만두다, ~하지 마라
※ 要(요): 원하다, 요구하다
※ 種(종): 씨앗, 심다, 뿌리다
열매를 맺지 않는 꽃과 의리 없는 친구란 겉만 번지르르하고 심지가 없는 대상을 말한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현혹되어 당장의 즐거움과 편리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게 되니 진정성 있고 생산성이 있는 것에 힘과 노력을 쏟으라는 말씀이다.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가 단술과 같다’
※ 淡(담): 맑다
※ 醴(례): 단술
명심보감을 읽다 보면 군자와 소인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때 이 단어들을 신분상의 지위로 생각하지 말고, 군자는 덕과 지혜를 갖춘 사람, 소인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면 글을 이해하는데 편리하다.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평범하고 강렬하지 않지만 투명하고 맑아 오래도록 변치 않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처음에는 달콤하고 자극적이지만 탁하고 변질되기 쉽기에 오래되면 버리기 십상이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세월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 路遙(노요): 길이 멀다
※ 日久(일구): 세월이 오래 지나다, 날이 오래되다
사물이나 사람 등 어떤 대상의 진정한 가치는 짧은 시간 내에 다 알기가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하고 관찰해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