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장수의 비결

인식의 전환만으로 우리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by 백두산

처음 책 '평균의 종말'을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평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되어 현재 우리 삶을 좌우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이해했다. 그때 나는 왠지 '억울함', '분함' 그리고 한편으로 '안도감'이라는 상이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끊임없이 스스로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자라왔던 근본적인 기준이 처음부터 잘못된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니. 평생 동안 누군가 따라다니며 나를 비교하고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 자리 잡은 그 시스템은 어느새 나 스스로 남과 비교하고 평가하고 비난하도록 만들었다. 단 한 번도 그 기준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다른 책을 읽으며 또다시 느끼게 됐다. 이번에는 '평균'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해서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개념은 1936년 헝가리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실험실 쥐에게 암소의 난소에서 추출한 호르몬을 주사하는 과정에서 쥐들이 출혈성 궤양이 걸렸다. 부신이 갑자기 커지고 흉선과 비장 및 림프절 등 면역체계의 모든 기관이 수축됐다. 그렇게 쥐들은 병에 걸려 죽었다. 몇 차례에 걸친 반복된 실험에서 호르몬이 아닌 무엇을 주사하든 쥐들은 병에 걸려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그녀는 이것이 약물 때문이 아니라 실험에서 겪은 어떤 경험 때문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쥐들에게 무엇이든 불쾌한 경험을 강요하면 이와 동일한 증상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나친 열기나 냉기에 노출, 휴식 시간 없이 운동 강요, 엄청난 소음 청취, 위험한 약물 투여 등의 경험에 노출되면 쥐들은 48시간 안에 근긴장이 사라지고 소화기 궤양이 걸리면서 면역체계에 장애가 생겼다. 그런 뒤 죽었다.



한스 셀리에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기 이전에 의사였고 신체가 다 망가져가는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지켜봤다. 실험을 진행하며 죽어가는 쥐들을 보고 이전의 환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알레르기에서 심장마비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괴롭히는 수많은 질환들이 쥐 실험에서 관찰된 것과 같은 과정으로 생긴 결과라고 추정했다. 한 편, 스트레스는 '신체가 외부로부터 어떤 요구를 받았을 때 보이는 모든 반응이다'라고 그녀는 정의했다. 환자와 실험실 쥐를 관찰하며 그녀는 실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추론을 통해 논리적 비약을 감행했다. 또한 스트레스를 신체가 외부로부터 어떤 요구를 받았을 때 보이는 모든 반응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함으로 쥐들이 받은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와 고통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 또한 스트레스에 포함시키게 된다. 이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현대적 공포의 기초를 마련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스트레스의 해로운 영향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실험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언급하는 '스트레스'는 실험쥐들이 경험한 '스트레스'와는 질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누구도 실험실의 쥐처럼 예측 및 통제를 할 수 없는 전기충격받기, 물 양동이에 빠져 익사하기 전까지 허우적대기, 독방에 갇히거나 부족한 먹이를 사이에 두고 여러 마리가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철창에 감금되는 일을 겪지 않는다. 이러한 실험실 쥐의 '스트레스'의 결과를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결과라고 가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물론 삶에서 신체적 육체적 학대나 고통을 경험하거나 사고로 인한 끔찍한 경험들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또한 아무런 선택도 변화도 추구할 수 없는 실험실 쥐들과 스스로 아직 그러한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고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믿음은 사망 원인 15위를 차지했고, 피부암과 HIV/AIDS 및 살인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어떠한 믿음들은 수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예일대학교에서 시행한 실험 결과 노화를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노화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고수하는 사람들에 비해 7.6년을 더 살았다. 다른 연구도 있다. 듀크대학교에서 15년 동안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남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55세 성인 중 60퍼센트는 해당 연구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살아있었지만 반대의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60퍼센트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이처럼 어떤 믿음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믿음은 사람들의 건강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흡연을 해본 사람이라면 담뱃갑에 검게 썩어가는 폐 사진과 같은 위협적인 이미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인에게 이러한 사진을 보는 것이 금연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나.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공포심을 유발하는 이미지는 흡연자들에게 공포와 불쾌감을 주고 그러한 감정을 떨쳐내고 싶어 더 담배를 피우게 된다고 한다. 즉 우리가 '스트레스는 해롭다', '스트레스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는 모든 질병의 원인이다'등의 믿음의 확산이 대중적인 건강을 증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트레스는 우리가 마음을 쓰는 대상이 위태로워질 때 발생한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아간다. 학업 스트레스, 업무 스트레스, 가정 스트레스, 건강 스트레스, 재정적 스트레스 등 모두가 삶에서 우리가 마음 쓰는 부분들이다. 그러한 부분들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중요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 결국 인생이 의미 있으려면 반드시 스트레스를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해서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에 대해 다르게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전날 밤 금식을 한 참가자들은 아침 8시에 실험실로 초대됐다. 첫 번째 방문에서 참가자들은 620칼로리에 지방 함량이 30그램이라는 영양성분 표시와 함께 '입안의 호사: 여러분이 누려야 할 미각적 쾌락'이라는 라벨이 붙은 밀크셰이크를 받았다. 1주일 뒤 두 번째 방문에서는 140칼로리에 무지방이라는 영양 표시와 함께 '건전한 셰이크: 죄의식 없이 느끼는 만족감'이라는 라벨이 붙은 밀크셰이크를 마셨다. 두 번의 실험에서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을 채혈해 '공복 호르몬(Hunger Hormone)'이라고도 알려진 '그렐린(Ghrelin)'의 혈액 내 수치 변화를 측정했다. 그렐린의 혈액 내 수치가 낮아지면 포만감을 느끼지만, 수치가 올라가면 음식을 찾기 시작한다. 즉 칼로리가 높고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그렐린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두 번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각각 높은 칼로리와 지방과 낮은 칼로리와 지방이 포함된 밀크셰이크를 마셨다. 예상대로 첫 번째 밀크셰이크를 마셨을 때는 그렐린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졌고, 두 번째 건전한 밀크셰이크를 마신 후에는 그렐린 수치가 조금 내려갔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두 차례의 밀크셰이크가 380칼로리의 동일한 밀크셰이크였다는 사실이다. 인식이 변하면 신체적 반응 또한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 투쟁-도피 반응 : 신체적-정신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놓였을 경우에 그러한 상황에 맞서거나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반응이다.


2. 도전 반응 :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행동을 유발하며 경험에서 교훈을 얻도록 도와준다.


3. 배려-친교 반응 : 용기를 북돋아주고 배려심을 유발하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준다.


세 반응은 모두 필요한 반응이다. 투쟁-도피 반응은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 몸이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뇌를 가동하며 감각 또한 더욱 기민하게 만들어준다. 도전 반응은 투쟁-도피 반응과 비슷한 신체-화학적 반응이 있지만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이 생긴다. 또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비율도 달라서 스트레스에서 회복하고 교훈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DHEA(Dehydroepiandrosterone) 수치가 더 높아진다. 미술가, 운동선수, 외과의사, 음악가 등은 자신의 기능이나 기량을 발휘할 때 하나같이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의 주된 기능은 사회적 유대를 조성하고 강화시키는 것이다. 옥시토신의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 지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도와줄 가능성도 커진다. 이것으로 배려-친교 반응은 일어난다.



스트레스에 대한 세 가지 다른 반응은 모두 필요하다. 단지 도전 반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투쟁-도피 반응이 일어난다거나 배려-친교 반응이 일어나야 할 상황에서 도전 반응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일이 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삶의 특정 경험과 자라온 환경 등 여러 요소들의 개입에 의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양식이 변화하고 결정지어지게 된다. 이것은 한 번 정해지면 영원히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느낄 때 적절한 반응을 이해하고 연습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마다 너무 떨려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떨리고 정신이 아찔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투쟁-도피 반응일 수 있다. 이것을 도전 반응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여전히 심장박동이 빠르고 손이 떨린다. 이건 두렵고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어떤 것을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재정의한다. 실험 결과 이러한 감정의 전환은 여러 사람 앞에서 너무 떨려 발표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좀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트레스는 단지 해로운 것이 아니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 차이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당신 안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변화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스트레스의 힘.jpg [스트레스의 힘] 켈리 맥고니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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