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한때 많은 생각을 했다. 갈피를 잡지 못했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정표가 없는 길을 무의미하게 추적추적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날은 어둡고 몸에서 힘이 계속 빠지는 것만 같았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랬을까. 철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그러한 개념들을 토대로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것이 좋았다. 일단 개념과 개념을 대입하고 논리적인 사유를 통해서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것을 이해하면 내 삶에도 어떤 "명료함"같은 것이 깃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비슷한 느낌을 과학적 추론을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식이란 목적(음식과 집, 그리고 짝 찾기 등)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변수(온도, 시간, 공간, 타인과의 관계 등)로 이루어진 다중 피드백 회로를 이용하여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보통 의식의 정의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신경의학과 생물학에 근거한 의식의 정의이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의식의 단계를 나눌 수 있는데 인간만이 유일하게 시간까지 고려해 세계의 모형을 만든다. 위의 정의를 바탕으로 의식은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0단계 - 움직임이 전혀 없거나 극히 제한된 운동만 할 수 있으며, 단 몇 개의 변수(온도 등)만으로 이루어진 피드백 회로를 이용하여 자신이 속한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낸다. (ex. 자동온도조절기, 꽃 등)
1단계 -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중앙신경계를 보유하고 있어 한 번에 100여 개의 피드백 회로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위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ex. 파충류 등)
2단계 - 공간과 함께 다른 개체까지 고려하는 수준의 의식이다. 즉 감정이 있는 사회적 동물을 의미한다. ( 늑대, 사자 등)
3단계 - 대략적인 논리로 미래예측 모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의식.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계의 모형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일, 한 달, 1년, 10년 후 등에 대해 생각하고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라는 이야기다. 거기서 더 확장해서 '삶에서 앞으로 어떠한 성취를 이룰 것인가', '무엇을 위한 삶을 살 것인가' 등 삶의 중요한 의문을 갖고 질문할 수 있는 것 또한 3단계 의식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인과관계를 조합하여 미래를 시뮬레이션한다. 이러한 미래 시뮬레이션은 두뇌의 CEO에 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에서 진행된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바람직하고 유쾌하면 쾌락중추를 활성화하고, 실망스러운 결과가 예상될 때는 안와전두피질(충동을 억제하는 부분)에서 위험신호를 방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위험에 대비한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는 우리의 뇌와 의식에 대해 더욱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고 있다. 이제는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 뇌에 칩을 심고 그 신호를 받아 인공외골격을 연결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생각만으로 웹서핑을 하고 컴퓨터를 조작할 수도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캡슐에 들어가 신경신호로 연결돼있는 대리인(?)을 움직여 생활하는 세상 또한 이제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미래에는 나의 뇌를 로봇에 옮겨 영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과학자는 이야기한다.
"미래에는 특정인이 살아 있는 동안 그의 마음을 불사의 로봇에게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두뇌의 모든 뉴런을 역설계할 수 있다면, 사고 과정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트랜지스터 다발(컴퓨터)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카네기멜론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의 전 소장] -
모라벡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뇌가 없는 로봇과 당신은 두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그러면 로봇의사가 당신의 뇌에서 뉴런 몇 개를 추출하여 로봇 안에 있는 트랜지스터에 똑같이 복제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와 로봇의 빈 머리에 있는 트랜지스터를 전선으로 연결한 후 이미 복제된 뉴런은 폐기한다. 이런 식으로 당신 뇌의 뉴런은 복제되어 로봇의 뇌로 이식되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당신은 로봇의 몸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영원히 살 수 있다. 지금 현재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지만 물리적인 모순이 없기에 가능하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우리의 의식을 순수한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육체의 한계에 국한되지 않고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고 심지어 우주로 나아가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 혹은 판타지 소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물리학 법칙에 어긋나지 않아 원리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2010년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이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등 합동 연구에 많은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뇌의 뉴런 지도를 작성하는 일이다. 이 연구를 '커넥톰 프로젝트'라고 한다. 이것이 밝혀지면, 22세기쯤에는 우리의 모든 커넥톰을 강력한 레이저빔에 실어 뇌의 의식을 태양계 전체로 전송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3세기에는 커넥톰을 빛에 실어 외계 항성까지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사는 것도 꿈은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 속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세계의 뛰어난 과학자들의 연구와 추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아주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이러한 일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봇이 인간을 앞서며 결국 인류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과학자도 있다. 오히려 로봇공학보다는 생명공학에서 인류를 종말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배양 중인 치명적 세균이 외부로 누출되면 인류라는 종을 위협하는 대형참사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빠른 시일 내에 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예정이다.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우리는 우리의 몸을 떠나 로봇의 몸으로 살아갈지도 모르고, 어쩌면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해 인간이 설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할지도 모르고 여러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마음의 미래] 저자 미치오 카쿠는 이러한 첨단과학이 인간에게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그러한 변화는 한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고, 사회적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들을 마련하는 한편 민주적 토론의 과정을 거치며 지혜롭게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첨단과학이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과학자의 안경을 쓰고 잠시 들여다본 기분을 느낀다. 불가능하다고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파헤쳐 가는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때로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있을법한 엉뚱한 생각들이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한 여정에서 철학적 윤리적 사색이 필요함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과학은 꽤 흥미롭고 즐거운 학문이 아닐까"라는 다소 위험한(?)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많은 책들을 통해 다시 한번 과학자들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