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 맺기
잠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물론 당신은 전혀 관심 없을 테지만 그래도 잠시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조금은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잘 모른다. 지금부터 얘기하는 나는 나를 거쳐 표현된 '나'이다. 내가 본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왔다. 중학생 시절의 나는 고등학생 시절의 나와 조금 달랐고, 군대에 있을 때의 나는 인도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나와 달랐다. 그리고 지금의 나 또한 이전의 나와는 다르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내적인 과제 같은 것들을 겪어오며 조금씩 변해왔다고 본다. 힘들고 어려운 경험도 있고 정말 기쁘고 황홀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나는 개인적으로 '성숙 혹은 성장'을 조금씩 해왔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부터 가진 나의 성향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향을 받으며 토대를 형성한다. 어찌 보면 어떻게 토대가 형성되는지도 모른 체 내가 실감했을 때는 이미 굳건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조건은 모두에게 비슷할 것이다. 선택할 수 없다. 그래도 어렵지만 우리는 변화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나는 항상 내가 긍정적이고 편안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같은 일을 해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면 즐겁고 유쾌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은걸 볼 수 있었다. 내가 바라는 나와 (진짜) 나는 많이 다르다. 어떠한 일에 쉽게 예민해지고, 화를 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편안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내가 상당히 다른 부분을 갖고 있기에 갖지 못한 부분을 동경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것 또한 노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이러한 나의 바람은 사실 사람들과 좀 더 돈독한 관계를 갖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궁금했다. 어떻게 몇몇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사람들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나가는지.
워싱턴 D.C. 에 스탠튼 초등학교는 미국에서 최악의 학교라고 평가될 정도로 형편없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2010년 관할 교육구는 학교를 재편성하기로 하고 새 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28세의 칼리 존 피셔로(Carlie John Fisherow)가 개혁을 추진했다. 49명의 직원들 중 9명을 남기고 새로운 교직원들을 고용하고 학교 시설 또한 새롭게 단장했다. 2010년 가을,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은 완전히 새로운 학교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까지 변화시킬 수 없었다. 첫 해에 내려진 정학 처분만 321개였고, 28퍼센트의 학생들이 무단결석을 일삼았다. 혹자는 이때 "학교가 '아주 나쁜' 수준에서 '최악'으로 악화되었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때 플람보얀 재단에서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워싱턴 D.C. 의 일부 학교에 시험 도입해보고자 했다. 피셔로는 이것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고 참여를 희망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가정방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행해져 온 가정방문과는 다르게 서류를 가져가지도 서명을 받지도 않는다. 단지 4가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는 것이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부모님의 학창 시절은 어떠하였는지요?"
"자녀의 미래가 어떻기를 바라시는지요?"
"자녀가 앞으로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나요?"
"자녀가 학교에서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게 도우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두 이러한 일이 과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대략 15명의 교사들이 여름 방학 동안 가정방문을 하기로 결의했다. 초반에는 다소 지지부진했고 학부모들도 회의적이었다. 그러다 점차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역공동체에 번져나갔고, 학부모들이 가정방문을 고대하게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작년에 겨우 35명의 학부모가 방문해 교사와 면담을 했지만 올 해는 200명이 넘는 학부모가 행사에 참석했다. 또한 28퍼센트에 이르던 무단결석생은 11퍼센트로 떨어졌고, 학생들의 정학 처분도 321건에서 24건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학업성취도 역시 읽기와 수학에서 두 배와 세배로 각각 증가했다. 단지 가정방문이 어떻게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사회심리학자 해리 T. 라이스(Harry T. Reis)는 2007년 『관계학의 성숙을 향한 단계 Steps Toward the Ripening of Relationship Science』통해 연인관계의 지속성과 친밀도의 증가와 그 핵심 구성 원리를 고찰했다. 이것은 반응적 관계로 '이해-인정-배려'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를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상대가 나와 같은 방식으로 나를 보고, 받아들이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앞서 가정방문에서 선생님이 학부모에서 던졌던 질문에 잘 녹아있다. 또한 서류는 개인의 인격과 개성을 박탈한다. 판에 박힌 일률적 대응으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것이 최악의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의 회복과 신뢰를 이끌어내고 이것은 결국 학생들을 변화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과는 아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느 선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에 또 다른 이들과는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대단히 친숙함을 느낀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단지 잘 통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잘 통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친숙한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그러한 관계를 갖게 됐는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당신은 상대에게 당신의 어떤 개인적인 면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도 당신에게 그의 개인적인 부분들을 공유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힘들었던 일들, 기쁜 순간들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고 상대 또한 그것에 이해-인정-배려로 반응했다면 그 관계는 친밀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관계로 발전한다. 반응성과 솔직함이 더해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친밀한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가지 실험을 살펴보자.
전혀 모르는 실험 참가자들은 2명씩 짝을 지어 36개의 질문이 든 봉투를 받았다. 그들은 봉투 안에 든 질문을 각자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이 연습 활동은 15분씩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실험이 끝난 후 친밀도를 측정하는 IOS(Inclusion of Other in the self)의 질문지에 답했다. 응답자의 IOS 평균값은 7점 만점에 3.82였다. 어머니나 연인 그리고 친한 친구와의 친밀도 측정에 3.82보다 낮은 값이 나왔다는 것을 미루어 봤을 때, 이 수치는 굉장히 높은 친밀도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나는 관계에 있어서 수동적인 편이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란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기 바라고, 나에게 반응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많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결국 누군가는 다가서고 행동해야만 한다. 우리가 먼저 다가서서 이야기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시작될 수 없다. 조금 더 친절하고 배려 깊은 말로 솔직하게 다가선다면 지금보다 친숙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갈 수 있다. 이 글을 마치며 소설 『원더 Wonder』에서 나온 한 구절이 생각난다.
"If every single person in this room made it a rule that wherever you are, whenever you can, you will try to act a little kinder than is necessary - the world really would be a better place."
"만약 이곳에 있는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디에서나, 언제나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한다면 세상은 정말로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