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환점에 있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이것

당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아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다.

by 백두산



‘인맥’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는 좀 불편하다. 마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용하려는데 목적을 두는 것 같아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인맥이 넓어야 사회생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특히 우리 사회는 학연, 지연, 혈연이 많은 일들을 성사시키기도, 좌절시키기도 한다.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기엔 좋은 인맥이 가진 힘이 크다.




인맥을 넓힌다는 목적으로 혹은 인맥을 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부자연스럽다 느낄 때가 많다. 활용을 하는 입장에서도, 활용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그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을 주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소위 말하는 ‘인맥’을 잘 형성할 수 있을까.




약한 유대의 힘



약한 유대관계 –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서로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사이를 말한다.

강한 유대관계 –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다.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대표적인 예인데,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좋아하고 신뢰하므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삶에서 때로는 기존에 살아오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 혹은 기존에 걸어오던 길과는 다른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고 주변의 도움/조언을 필요로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주변에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사람, 예를 들어 가까운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이때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는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보스턴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수백 명의 전문직, 기술직, 관리직 분야의 이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누가 일자리를 소개해 줬는지, 일자리 정보를 얻을 당시 그 사람과 얼마나 자주 연락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수집된 설문 결과는 17% 미만의 이직자들이 정보를 제공한 인맥과 빈번히 만난다고 대답했으며, 5% 이상은 종종 봤다, 그리고 무려 27%의 사람들이 드물게 만났다고 대답했다. 이 설문 결과에 대해 그는 “분포 곡선은 확연히 약한 유대관계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친구의 친구> (p.36,37)




그렇다면 왜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왔을까?

우리가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는 대체로 가까운 지인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가까운 사람들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현재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조언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들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인맥 집단에서 활동하며,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정보들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이유로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다른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룹과 그룹을 연결하는 브로커가 돼라.



우리는 대개 촘촘하게 이루어진 인적 커뮤니티나 클러스터(무리/집단) 내부에 머무른다. 이런 커뮤니티 내에서만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잘 알게 된다. 이러한 인적 클러스터 내에서는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고 협력이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클러스터 내에만 묶여 있게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인적 클러스터 내에서는 ‘구조적 빈틈’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이는 두 사람의 지인 간에 중복이 없는 관계를 말한다.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활동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커뮤니티와의 연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 구조적 빈틈을 메우는 사람들, 그룹과 그룹을 연결해주는 사람들을 ‘브로커’라고 한다. 이들은 정보의 흐름을 장악하게 되어 인적 클러스터 내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된다.




구조적 빈틈을 메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 다양하고 가끔은 상반된 정보 및 그에 대한 해석을 접한다. 그리고 이는 좋은 아이디어를 구별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제공해준다. -사회학자 로널드 버트-
<친구의 친구> (p.98)



다트머스대학의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인 클라인바움은 대형 IT 기업 내부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클라인바움은 연구에 자원한 직원들로부터 3개월 분량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얻었다. 자그마치 3만 622명의 회사 내부 사람들에 관한 자료였다. 클라인바움은 또한 자원 참가자 직원들의 인사 자료도 모았다. 이를 통해 성별 같은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포함하여 급여 수준과 지난 72개월간의 커리어 경로까지 알 수 있었다. 그 경로에는 그들이 속했던 사업부서, 업무, 직책, 그리고 지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 브로커가 되어 구조적 빈틈을 메우고 서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 드러나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직원처럼 꾸준히 사다리를 오르는 커리어 경로를 좇는 대신 통상적이지 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고,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여러 직책을 맡고 있었다. <친구의 친구> (p.103)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업 또는 산업 내에서 커리어를 쌓는 통상적인 생각과는 매우 다르다. 사다리를 오르기만 하는 사람들보다 이 사다리에서 다른 사다리로 건너 다니는 사람들이 보다 다채로운 인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연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됐던 카테고리들을 연결해줄 확률이 더 높다. 이러한 이유로 구조적 빈틈을 메우는 브러커들이 기업이나 산업 내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아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이야기했듯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흔히 말하는 ‘인맥’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 알아야만 한다. 좋은 유대관계는 필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유대관계를 맺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본 적이 있다면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우리는 보통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소위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유익한 관계를 맺는 일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한 네트워크들은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형성되지 않고, 다양한 참가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브라이언 우치-
<친구의 친구> (p.284)


존 레비(Jon Levy)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만찬 Influencers Dinner’이라는 저녁 식사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여러 팀으로 나뉘어 함께 요리를 한다. 이곳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거나 어떤 일을 하는지를 말해서는 안된다. 손님들은 오직 자신의 (성을 뺀) 이름을 사용할 수 있고, 상대방의 성이나 하는 일을 물어서도 안된다.’ 이것이다. 이러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금방 친해지고, 낯설었던 사람들은 ‘친한’ 친구들이 된다. 식사 준비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며 간단한 게임을 한다.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다른 사람의 실제 신분과 직업을 추측해보는 게임이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함께 설거지를 한다. 이어서 칵테일파티가 있다. 정상급 마술사들이 마술을 펼치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며, 사상가들과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최근 발견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모른 채 함께 '활동'을 하면서 금방 친해지며, 서로 더 잘 알아간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관계들은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준다. 자신을 어필하고 명함을 돌리는 것보다는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친분을 쌓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어떠한 활동이라도 좋다. 다양한 사람들과 좀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싶다면, 다양한 활동에 참가해보자. 그 안에서 서로의 유대를 다지고 그러한 유대는 당신의 소중한 ‘인맥’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씽큐베이션’은 최고의 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