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두산 Apr 18. 2023

요리하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계속 시도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라

    먹는 걸 좋아한다. 특히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폭식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반대로 좋아하는 음식이 없으면 제대로 먹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소화와 관련된 문제들이 이따금씩 있었다. 가끔 장염에 걸리거나 자주 신경성 위염으로 고생했다. 신경성 위염은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잊을만하면 속이 쓰리면서 아파오기 때문에 꽤나 신경이 쓰였다. 지금은 이것이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한다. 불과 6-7년 전까지도 소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잘못된 식습관은 오래된 습관이기에 고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과식하는 습관, 과자, 빵,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을 하는 습관은 특히 고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는 내가 인도에 가면서 아주 급격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익숙함(Sātmya)’이라는 요소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나온 먹거리가 자신의 몸에 더 잘 맞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고 이것은 ‘익숙함(Sātmya)’이라는 개념에 포함된다. 익숙함은 단지 먹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익숙한 기후, 환경, 음식 등을 모두 포함한다. 우리 몸은 나고 자란, 오래도록 생활해 온 환경에 더 익숙하고 그러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익숙한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을 더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다. 소화가 잘 된다는 말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몸에 문제가 될 소지가 훨씬 적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그 사람에게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너무 이질적인 것이라면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것은 그 물질이 가진 유익한 성질과 작용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상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려있다.


    기버터(Ghee)라는 물질은 아유르베다에서 기술하는 오일류 중 가장 좋은 물질로 설명된다. 하지만 그 특유의 맛과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먹을 수 없다. 먹는다고 하더라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물질의 성질과 작용만을 두고 본다면, 매우 유익하지만 이것을 잘 먹을 수 없고 소화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사용하는 방법과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약이나 음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대상에게 얼마나 익숙하고 수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적용하는 데는 그것을 좀 더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약간의 지혜가 필요하다.


    인도에 가서 가장 고생한 부분 또한 익숙하지 않은 기후와 음식에 있다. 전통적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방식에는 식재료의 특성과 그 지역의 기후 등 많은 부분이 고려돼 발전한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여러 식재료의 조리방법과 다양한 조합 등에서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와 필요에 따른 변화를 주게 된다. 그렇게 보통은 좀 더 소화하기 수월하고 재료가 가진 유익한 성질과 작용을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렇기에 기후와 식재료 그리고 조리방법이 다른 타국에 가서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첫 번째로 인도 음식에는 기본적인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다. 머스터드씨, 큐민씨, 고수 씨, 정향, 강황가루 등 요리를 시작할 때 기본으로 들어가는 향신료는 매우 다양하고 또한 마른 고추를 함께 넣고 볶는 음식이 많다. 나처럼 열이 많아서 생기는 몸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는 특히나 더 좋지 않다. 거의 모든 향신료는 소화를 돕는다. 소화를 돕는다는 이야기는 주로 뜨거운 성질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이유로 인도에서 나의 소화 문제는 심각해졌다. 더불어 음식을 밖에서 사 먹는 경우가 많았고, 밖에서 먹는 음식은 일반 가정에서의  음식보다 더 기름지고 맵고 자극적이어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번째는 사용하는 오일의 종류에 있다. 보통 식당에서는 팜오일과 같은 값싼 오일을 사용한다. 이런 오일은 특히 소화가 어렵기 때문에 소화 문제가 있는 경우에 문제를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그 외에도 요리를 잘하지 못했던 나는 음식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과자나 초콜릿 등으로 채우려 했고, 이것은 또한 소화불량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충족시켰다. 그렇게 나는 인도에서의 처음 2-3년 동안 거의 매일 속 쓰림과 심하면 신물이 올라오는 소화 문제를 겪었다.


    ‘마음’의 상태는 중요하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반대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마음의 태도는 말 그대로 삶을 더욱 힘들고 어렵게 만든다. 이것은 또한 질병을 위한 원인이 된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부도, 생활도, 음식도, 그 무엇도 내가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큰 기대와 변화를 위한 나의 시도는 매번 이루어질 수 없는 멀고 먼 바람처럼 흘러갔다. 그렇게 마음의 지옥에 갇혀 지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인도로 올 때의 각오와 수많은 다짐은 현실과 마주하며 매번 무참히 좌절됐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상상 속의 이상적인 ‘나’를 두고 현실 속의 ‘나’와 항상 비교하고 있었다.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고통은 커졌다. 이걸 스스로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깨닫고 나서는 이상적인 ‘나’를 조정하는데 힘썼다. 아니, 현실의 나를 받아들이는데 온 힘을 다했다. 비교하고 비판하고 비난할수록 ‘나’는 사춘기 소년처럼 엇나가고 비뚤어졌다. 그래서 격려하고 위로하고 지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내가 나에게 이렇게 인정머리 없이 매몰차게 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줄 수도 있다. 다른 누구보다 격려하고 지지해 주며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요리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갔다. 기본적인 요리법으로 내가 소화하기 수월한 재료들을 요리해 먹었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줄이고 집에서 더 자주 요리를 해 먹기 위해 노력했다. 과자나 빵 등을 먹지 않으려 했다. 먹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들을 가려내기 시작했고 그런 음식들은 먹는 빈도수를 줄여나갔다. 하루이틀에 걸쳐 일어난 일은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먹는 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매일 속 쓰림과 불편함을 느끼며 살 수는 없었다. 살면서 한 번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적어도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변화의 과정은 매우 지루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조금은 변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싶으면 금방 두 발 뒤로 돌아오는 식이다. 되돌아보면 그렇게 느껴질 때, 좌절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들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작은 실패에서 실패의 원인을 계속 찾아내고 다음 시도에서 개선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걸 정말 잘 못한다. 잘 낙담하고, 좌절한다. 그래도 해야만 하니까 다시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삶의 방향을 그렇게 잡았으니, 이것을 하지 못하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다시 해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천만다행인 것은 계속 시도하고 시도하다 보면 나처럼 머리가 뛰어나게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실패에서 배울만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할 만한 일이 되기도 한다. 몇 달에서 몇 년이 지나면 어느새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 수도 없이 해본 일이기에 조정하는 작업은 많이 힘들지 않다. 인도에서 음식을 어느 정도 스스로 해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나의 소화 문제는 많이 좋아졌다. 음식을 스스로 해 먹는 것 만으로 많은 부분이 변화할 수 있다. 스스로 건강하게 요리한 음식을 매일 먹는 것은 기본적인 내 삶을 꾸려가는데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건강에 대해 지울 수 없는 불안을 적게 가질 수 있고, 나와 내 몸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하나의 좋은 과정이 된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든 질병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것이든, 내가 ‘나’를 모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삶에서 우리를 가장 불안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지점은 ‘어떤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거나 혹은 그렇게 느껴질 때’ 찾아온다. 내가 나에 대한, 특히 나의 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으면 적어도 어디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파악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전 07화 물은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