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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두산 Aug 30. 2023

물은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건강하게 물을 마시는 방법

    2022년 11월, 인도에서 돌아온 후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인도 대사관에서 매달 1회씩 6개월 동안 ‘아유르베다 건강법’을 주제로 진행하기도 했고, 대학교나 요가원 등에서 2-3시간의 하루 특강부터 20시간 분량의 특강을 몇 주에 걸쳐 진행하기도 했다. 주관하는 단체의 성격이나 듣는 대상에 따라 표현하고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했지만 핵심 주제는 언제나 '건강하게 사는 법'을 전하고 있다. 멀리 인도에 가서 10년을 공부하고 왔지만 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숨겨진 비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한 번쯤은 익히 들어보았을 당연하고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시 설명하면, 옛날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세상이 발전하고 직업이 다양해지고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지켜지지 않았고 잊힌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불어 왜 그런 원칙이 중요하고 지켜져야만 하는지를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마치 챗GPT에게 무엇이든 물어보고 어느 때보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많은 정보들을 숙지하고 깊이 생각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의 건강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매번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물은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보자면, 물은 목이 마를 때 마셔야 한다. 그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물을 하루에 2리터 정도 마시는 게 건강하다고 하던데요, 아닌가요?" 오래전부터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을 들어온 사람들에게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된다는 내 대답은 당연히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성인이 하루 2.5리터 물을 마셔야 한다는 지침은 1945년 미국 국립연구회 식품영양위원회(Food and Nutrition Board of the National Research Council)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일반적인 기준은 음식 1칼로리당 1밀리리터이고, 이 (물의)양의 대부분은 음식에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https://www.bmj.com/content/335/7633/1288)  


    우선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하루 물 섭취량을 이야기할 때, 이것이 섭취하는 모든 음식, 음료의 물(수분)을 포함하는 양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마신 물 만의 양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다. 하루 물 섭취량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 식품영양위원회(Food and Nutrition Board of the National Research Council) 지침에 따르면, 음식, 음료를 포함하는 모든 물 섭취량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섭취하는 식품에서 하루 물 섭취량의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디애나 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 부교수이자 인디애나 대학교 글로벌 건강센터의 연구 책임자인 레이첼 브리만 박사 (Dr. Rachel. C. Vreeman)와 인디애나 대학교 소아과 석좌교수이자 최고보건책임자인 애런 캐럴 박사 (Dr. Aaron E. Carroll)는 '의학적 신화 (Medical Myths)'라는 이름으로 2007년 논문을 발표했다. 의료계를 포함한 모두가 으레 그렇다고 알고 있고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지만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사실들을 재조명한 것이다. 그러한 신화들 가운데 '하루 8잔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오래된 관념이 포함된다. 이 논문에서 그들은 하루에 6~8잔의 물을 마시라는 권장사항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2022년 워싱턴 포스트에는 '당신이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 (Why you don’t need to drink 8 cups of water a day)'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이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은 완전하게 불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은 사람마다 다르며 나이, 성별, 체구, 신체 활동 수준, 거주하는 기후와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기사에서 근거로 삼는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듀크대학교 진화인류학 및 세계보건학 교수인 허먼 폰처(Herman Pontzer)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것이 일종의 사람들이 꾸며낸 일이라는 것입니다."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얼마만큼의 물을 마셔야 하는가'의 질문에 기사에서는 '목마르면 마셔라'라는 아주 간단한 대답을 도출해 냈다. 한 사람이 얼마만큼의 물을 마셔야 하는가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 마시지 마라' (원제: The Water Secret)의 저자 하워드 뮤래드 박사는 지금 우리 몸의 수분함량은 50%로 떨어지고 있고, 그것은 세포가 손상되고 세포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몸속에 있는 물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세포 속에 들어있는 '건강한 물'과 세포들 사이에 떠다니는 '쓸모없는 물'이 그것이다. 결국 세포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많은 물을 마시더라도 세포가 물을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없는 물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다리나 발목, 눈이 부어오르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심지어 탈수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물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몸의 세포가 얼마나 건강한지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군에서 복무하던 시절이었다. 병장 계급을 달면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1.5리터에서 2리터 사이 물을 꼭 마실 것을 결심했다. 그때는 그게 건강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는 큰 생수 한 통(1.8리터)을 사서 마셨기 때문에 내가 마시는 순수한 물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항상 생수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에 그 한 병을 다 마시면 되었다. 하지만 하루에 큰 생수병의 물을 마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종일 계속해서 끊임없이 물을 마셔야만 한 통(1.8리터)의 물을 다 비울 수 있었다. 열심히 마셨지만 한 통을 다 마시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속이 불편하다고 느꼈다. 목이 마르지 않고, 물이 마시고 싶지 않은데도 물을 마시려니 힘들었다. 결국 하루 1.5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기로 했던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후 자연스럽게 물은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유르베다에서 음식은 네 가지로 나뉜다. 마시는 음식, 시럽, 페이스트, 꿀처럼 핥아서 먹을 수 있는 음식,  밥처럼 특별히 많이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고기와 같이 질기거나 딱딱해서 필히 잘 씹어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음식의 형태와 질감에 따라 음식의 종류는 구분된다. 물은 마시는 음식으로 분류된다. 물 또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식사 시간에 먹는다는 것과 물 또한 소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유르베다에서는 물을 식사와 함께 한 모금씩 중간중간 마셔주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따뜻한 물은 소화를 돕기 때문에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은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외에 식사 시간에는 목마른 경우가 아니라면 물을 습관적으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이 필요하지 않은 물을 과하게 마시는 것이 소화를 방해할 수 있기에 그렇다. 정리하자면, 물은 음식이므로 식사와 함께 그리고 목이 마를 때 마시는 것이 원칙이다. 개개인의 몸의 상태, 사는 지역 및 기후, 직업 등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양의 물을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물을 마시는 기준은 '목마름'을 기준으로 한다. 우리 몸은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 몸이 물을 필요로 하는 신호는 목마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유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평소 몸을 잘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기 위해 외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평소 몸을 잘 관찰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검사해서 나오는 수치에 의존한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적절하게 반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몸을 평소에 관찰하고 그 상태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준은 나의 몸이 되어야 한다. 내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하게 반응해 주는 것 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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