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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스톰

무익으로 나아가는 인간

정치는 필요하지만 정치를 하는 인간은 필요가 없다. 정치를 제대로 알고 하는 인간이 드물기 때문에 그렇다. 모든 제도와 시스템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만 결국 인간에 의해 망가진다. 지금까지 문명사회를 이룩해온 인간사회의 단면이다. 과학의 영역에 정치가 들어오면서 문제가 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지오스톰은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고 다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 아래 출발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간이 주도해서 끌고 나간 문명사회로 인해 지구의 곳곳은 기상이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을 조금 더 확대해서 인간이 직접 자연을 컨트롤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족시킨다.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의 기상을 조절하는 더치보이 프로젝트의 출발이 된 것이다. 상대방을 대량 살상하기 위해 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와 달리 지구를 살리고 인간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 출발했기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17개국의 과학자를 이끈 제이크에 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 더치보이를 보는 정치인들의 의해 더치보이는 오염되기 시작한다. 그게 싫었던 제이크는 맞서지만 결국 프로젝트에서 퇴출되고 만다. 그 일원에는 동생인 맥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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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상상력과 SF가 가미된 이 영화는 과학적인 내용보다 정치색이 강하다. 액션도 있고 재해도 있고 우주에서의 스펙터클한 스토리도 녹아 있지만 정치와 음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다. 사막지역에서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나 홍콩에서의 불바다, 플로리다의 전기 폭풍, 인도의 윈드스톰, 도쿄의 우박 폭탄, 두바이의 쓰나미 등 재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려냈다. 단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제이크의 동생 맥스 역할에 짐 스캐터스가 미스매칭 되는 느낌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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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진보하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여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많은 것을 잃었다. 지오스톰은 볼거리와 인류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의나 인간의 오만 등을 잘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전 세계를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미국이었고 모든 문제는 미국이 해결한다는 그들만의 관점도 여전했다. 미국이 투자해서 만든 영화니 어쩔 수 없다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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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상상외의 이기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고상한 위험을 맞아 훌륭하게 싸울 수 있는 것도 인간뿐이다. 지오스톰을 보면서 훌륭한 어떠한 시스템을 인간이 소유하였다 하더라도 권력을 지닌 누군가에 의해 충분히 악용될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세 가지를 통해 선하고 훌륭해질 수 있는데 그 세 가지는 습관과 이성 그리고 본성이다. 특히 타고난 탁월함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습관과 환경에 따라 좋게도 바뀔 수 있지만 악하게 바뀔 수도 있다. 소위 엘리트 계층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만 보더라도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사람은 무언가를 좋게 만들 수도 있지만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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