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토르 : 라그나로크

오락영화의 끝판왕

마블 캐릭터에서 신과 가까운 인물이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단독 시리즈로 토르는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아이언맨이 승승장구하고 어벤저스 시리즈가 관객들을 홀리고 있을 때 근육질의 머리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 토르는 힘과 망치 외에는 그다지 볼 것이 없었다. 당연히 2편까지는 망치를 가지느냐 못 가지느냐를 두고 지루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편 라그나로크는 어벤저스의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락영화의 진수를 보여줄 만한 많은 것을 담아 놓았다. 바라지 않았지만 토르와 로키는 낯선 행성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떠나게 된다. 두 형제를 유배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오딘의 첫째 딸로 지배의 여신이라고 불릴 만큼 강한 전투력과 힘을 소유한 죽음의 여신 헬라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북유럽 신화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오딘이 창조한 세상과 그가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 9개의 세상은 사실 정복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73dd853404bbfdb05e1357552fd2cfd15f498ce6.jpg

신의 장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딘은 이미 세상을 정복하면서 문제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죽음의 여신 헬라를 이용해 세상을 정복했으면서 결국 그녀가 필요 없어지자 가둬놓는다. 그것도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에서 말이다. 오딘이 뿌린 씨앗에서 시작될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서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데 죽음의 여신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침략하고, 세상은 모든 것의 종말 ‘라그나로크’의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오딘은 헬라를 자신의 정예 호위단인 발키리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보내 단 한 명의 발키리를 제외하고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한다.

6125e2563deceea1b7c063d9e65f9303162be381.jpg

토르 시리즈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바로 로키다. 현실과 적당하게 타협할 줄도 알지만 세상의 거대한 존재가 위협이 된다고 생각할 때 슬쩍 반대편에 서기도 한다. 포커에서 그를 본다면 조커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하지도 않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고 일반인들 위의 신이 되고자 하지만 자신의 한계에 부딪쳤을 때 후일을 도모한다. 치고 빠지는 능력이 상당히 수준급이다.

653711130363230393e1d5fe4caf708cf2b98efa.jpg

토르 : 라그나로크의 줄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헐크와 토르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망치가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힘을 가진 헬라에 맞설 정도의 힘을 가져야 하는 토르와 인피니 티워의 막강한 적 타노스와 맞섰을 때 큰 힘을 발휘해야 하는 헐크의 성장사가 담겨 있다. 저 멀리 있는 행성 사카아르에서 토르와 헐크는 다시 한번 친구임을 확인하며 아스가르드로 향한다.

a6ddfb9670bf6f2b09b430c09486f6813348d173.jpg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오류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은 기존 것이 파괴되어야 가능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다. 아스가르드라는 행성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가장 소중하듯이 말이다. 그런 면에서 죽음의 여신 헬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bc2b4d0908430b5d8a8b98a35903a37b0ae830dc.jpg

이 영화는 오락영화에 중요한 비중을 두었기에 서사구조보다는 유치한 농담이나 이들의 처해 있는 상황을 만나는 자체를 즐겁게 구성하였다. 다음 작품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지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연극에서 로키 역할을 한 맷 데이먼부터 말썽이 날까 봐 토르와 로키를 다른 곳으로 보내주는 닥터 스트레인저와 주인공이 한 번쯤 되고 싶었던 스커지 등... 색다른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세상이 창조된다는 것을 파괴될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인자의 기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