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오랜 시간 동안 빛은 파동이라고 생각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빛은 입자라고 주장하는 이론도 등장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이후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하나의 실체가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 상태다. 양자역학에서는 이를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부른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보통 이렇게 쓴다.
ψ = aA + bB
ψ : 현재 상태
A : 선택 A
B : 선택 B
a, b : 각각의 가능성
즉 아직 선택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물리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수식만 봐도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인간의 삶에 대입해 보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사람의 삶을 하나의 결과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건과 선택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가치관이나 고정관념으로 타인을 바라보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선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의 삶에는 항상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최근 양자컴퓨팅의 발전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수식은 이렇게 표현된다.
Δx × Δp ≥ ħ / 2
x : 위치
p : 운동량
이 원리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쉽게 말해 세상에는 원리적으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년 뒤에 자신이 어디에 있을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이었는지도 미리 알 수 없다.
삶 역시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 양자역학에서는 관측을 하기 전까지 상태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관측이 이루어지는 순간 상태는 하나로 결정된다. 이를 파동함수의 붕괴라고 부른다.
ψ → A
가능성의 상태 → 관측 → 하나의 현실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선택하기 전까지 우리의 삶은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다.
삶 = a(선택A) + b(선택B) + c(선택C)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삶 → 선택A
가능성은 하나의 현실로 변한다.
물론 짬뽕과 짜장이 함께 들어 있는 메뉴처럼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의 선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 역시 항상 어떤 의미에서는 중첩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가 생기면 삶의 복잡성은 더욱 커진다. 사람은 항상 여러 가능성 위에 서 있다. 이 길을 갈 수도 있고
저 길을 갈 수도 있다. 선택하기 전까지 모든 가능성은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선택이 이루어지는 순간 상태는 하나로 결정된다.
삶도 그렇다.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인지
어떤 길이 더 먼 미래로 이어질지
어떤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지
그것을 선택하기 전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선택을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말해준다. 관측하지 않으면 상태는 결정되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어떤 순간에는 반드시 관측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측은 삶에서는 선택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선택은 단순히 하나의 결과만 만들지 않는다. 그 선택은 이후의 모든 선택을 제한한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쓸 수 있다.
S(t+1) = f(S(t), a(t))
현재의 삶 S(t)는 현재의 선택 a(t)에 의해 다음 상태 S(t+1)로 바뀐다. 그리고 다음 선택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a(t+1) ∈ Ω(a0, a1, … , at)
즉 선택의 공간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처음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지만 선택을 할수록 그 가능성은 점점 좁아진다. 그래서 삶에는 묘한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은 동시에 우리의 자유를 조금씩 줄여 나간다. 그리고 아무리 완벽한 선택을 이어간다 해도 결국 그 결과는 처음 선택이 만든 경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Result ≤ f(a0)
첫 선택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결정론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불확정성 원리가 말해주듯 세상에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묘하다. 가능성의 파동 위에서 시작하지만 선택을 하는 순간 현실의 인생이 된다. 어쩌면 인생이란 가능성의 파동 속에서 어느 한 순간 스스로를 관측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관측의 이름이 바로 선택이다.
우리는 가능성의 파동 위에서 살아가며 선택하기 전까지 삶은 여러 방향으로 퍼져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관측한다. 그 순간 가능성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은 하나의 선택의 파동함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