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왜 인간은 의식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한 번 흩어진 것은 다시 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엔트로피는 질서가 무질서로 변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어떤 시스템이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흐트러지고 에너지는 분산되며 구조는 무너지는 방향으로 간다. 어떤 화폐든지 간에 시작이 되면 결국에는 0으로 수렴하듯이 모든 가치는 없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법칙은 자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강은 관리하지 않으면 나빠지고 관계는 유지하지 않으면 멀어지며 집중은 의식하지 않으면 흐트러진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 방향 없이 흘러가도록 두면 모이지 않고 흩어진다. 질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의식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쓰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무너지는 방향으로 충분히 잘 흘러간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데 있다. 조금 게을러지고 조금 미루고 조금 덜 생각하는 것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그때서야 말한다. “언제 이렇게 됐지?” 하지만 변화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조용히 진행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AI 시대는 이 흐름을 더 가속시킨다. AI는 빠르고 편리하다. 생각하지 않아도 답을 얻을 수 있고 판단하지 않아도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맡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단순하다. 생각은 줄어들고 선택은 얕아진다. 편리함은 시간을 절약해 주지만 방향까지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은 계속 흘러간다. 문제는 그 흐름이 의도된 방향이 아니라 자연적인 붕괴 방향이라는 점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다. 더 빠른 기술도 아니다. 방향이다. 엔트로피는 모든 것을 흩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은 그 흐름을 거슬러 질서를 만드는 존재다.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의식적으로 유지하며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삶의 구조는 만들어진다. 그래서 삶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과정에 가깝다. 선택하지 않으면 흐름에 맡겨지고 흐름에 맡겨지면 결국 무질서로 향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아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향을 유지하고 있는가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방향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매일의 작은 선택으로 유지된다. 그래서 결국 사람의 삶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흩어지는 흐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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