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가 있는 생거진천치유의 숲
벌써 4월이라는 시간이 시작이 되었다. 누군가는 빠르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시간이 가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지만 포근함이 느껴지는 것이 확실히 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렇게 포근한 봄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지 않을까. 살아있을 때는 머무르기에 좋다는 진천에 가서 따뜻한 밥을 한 그릇을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진천으로 떠나보았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에서 만난 나의 시간이 좋다. 어떤 여행은 길 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진천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생거진천 한정식집이었다. 충청북도 밥맛 좋은 집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강황으로 지은 밥 한 그릇을 마주했다. 노란빛이 감도는 밥은 단순한 음식이라기보다 몸을 먼저 풀어주는 준비처럼 느껴졌다.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는 순간에 고소하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몸의 긴장을 조금씩 내려놓게 만든다. 빠르게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천천히 나를 비워내는 시작 같은 시간이었다.
숲으로 들어가기 전, 이미 시작된 치유는 밥을 먹고 난 뒤에 시작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숲으로 향한다. 진천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생거진천 치유의 숲은 ‘살아서는 진천이 좋다’는 의미를 가진 생거진천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는 공간이다.
진천군은 생거진천 치유의 숲 조성, 국내 최대 규모 수목원 조성 협약 체결, 방치된 공간의 도시숲 전환 등 다양한 산림 공간을 만들고 있다. 충북 진천군이 2025년 숲 가꾸기 사업 평가에서 1위를 달성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감각으로 걷는 숲은 어떤 느낌일까. 이곳의 숲길은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다. 감각으로 체험하는 길이다. 물소리 맑음 숲길 (청각), 마음치유 숲길 (촉각), 숲내음 숲길 (후각), 하늘 맑음 숲길 (시각)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보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다는 것을 가끔씩 느끼게 된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햇빛, 흙을 밟는 감각까지 숲은 온몸으로 느끼는 공간이었다. 숲은 말없이 사람을 바꾸어주기도 한다.
몇 걸음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공기가 달라진다.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도 바로 만나는 계곡의 물소리는 생각보다 깊게 들어온다. 머릿속에 쌓여 있던 생각들이 하나씩 풀어지는 느낌이 들게끔 해준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걷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 이곳이 좋은 이유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이다. 완만한 길은 무장애 나눔길과 데크로드로 천천히 걸어도 부담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이에게도 좋다. 조금 느리게 걷는 사람도 같은 속도로 숲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숲’에 가깝다.
숲 속에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 한옥 형태의 ‘힐링비채’가 있는데 이곳은 숯 온열 치유가 가능한 공간까지 갖추어두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걷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머무르며 회복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진천군의 생거진천 치유의 숲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일반인을 위한 힐링비채, 직장인을 위한 화풍비채, 고령자를 위한 생거비채, 청소년을 위한 화랑비채, 가족을 위한 다은비채등 각자의 삶에 맞춘 치유 방식이 준비되어 있다.
숲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양한 색이 겹쳐진다. 아직은 봄의 기운이 모두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그 풍경은 눈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안의 속도를 낮춘다. 결국, 이 여행은 나에게 돌아온다
우리 사회는 늘 바쁘다. 무언가를 해야 하고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반대의 시간이 흐른다.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멈춰도 되는 순간은 그 안에서 비로소 나를 마주하게 된다. 강황밥 한 그릇으로 시작된 하루는 숲 속에서 완성되었다. 몸을 채우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생거진천 치유의 숲은 그 과정을 조용히 만들어주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