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학살기관

글이 가진 무한한 힘.

일본 애니메이션은 굳이 그 성격을 나누자면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양차 대전을 모두 거치고 원자폭탄을 직접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일까. 일본의 작품 세계관을 보면 2차 세계대전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성향이 다르다.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등을 동경하는 일본의 오래된 관습은 작품 세계관에도 녹아들어 가 있다.


이 작품의 공식 이름은 「虐殺を引き起こす器官」이다. 학살기관은 그냥 그 자체로의 목적을 담고 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기가 힘들다. 그러나 하나의 언어로 완결성을 가지게 되면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학살을 일으키는 존재는 존 폴이라는 수수께끼의 미국인 언어 학자로 그가 방문했다가 떠난 나라는 내전이나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 언어의 힘은 막강하다. 한국 역시 정권을 잡기 위한 학살의 시대를 지나온 나라 중 하나다. 심각한 내전 정도는 아니지만 정보가 왜곡되고 이로 인해 학살의 정당성이 부여가 된다. 학살을 일으키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그 학살에는 정당성이 부여가 되어 있고 잘못된 것이 없다. 잘못된 것이 없는 학살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역사에서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수는 없다.


001459091b45d215d76a65c9d0f29dce4631a63e.jpg

9.11 테러 이후에 정보에 대한 감시는 물밑으로 들어갔지만 이전보다 더 정교해졌고 교묘하게 변했다. 자유에 대한 대가는 보안과 제약이 따른다. 선진국들 대부분은 국민들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여 안전을 지키고 국가 시스템을 온전하게 보전하려고 한다. 그러나 제 3국가에서의 내전과 학살은 여전하다. 영화는 그 점을 파고 들어간다. 크라 비스 셰퍼드 대위가 이끄는 미국 정보 군 특수 검색 그룹 i 분견대는 암살을 맡아 유일한 부대로 리더는 「감정 적응 조정」 「통각 마스킹」을 받고 분쟁의 배후 암살 임무에 종사한다.


학살로 정권이나 힘을 가진 이는 관용과 용서 같은 것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한 번 맛본 공포에 기반한 힘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이 사람의 한계이다.

a5aa963baeb2438ac2bd8047ee491d101caf8343.jpg

"학살의 왕"요한 바오로의 목적을 파고 들어가는 크라비스 셰퍼드 대위는 마지막에 학살을 일으킬 기관의 진실에 대해 듣게 된다. 평화만이 있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 누구나 배려하는 세상을 원하지만 그런 세상을 피를 먹고 태어난다. 언어가 가진 힘은 실로 사람의 정신을 바꿀 정도로 강력하다. 글을 쓰는 능력을 필력에 비유하는데 이는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힘은 그 자체로 생명력과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의 주요 정보기관에서는 언어학을 상당히 중요시하여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글은 기존의 것에서 이탈하는 방법을 알고 똑같은 것을 보는데 다른 것을 보는 능력과 고요한 시간을 통과해본 사람이 잘 쓸 수 있다. 《국화와 칼》은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학자가 썼다


언어로 학살을 만들어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보이지 않는 칼을 가진 악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크아워 : 희망의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