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놓인 길

기록으로 남은 삼척의 덕봉산, 바다 위에 떠 있던 시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항상 마음이 기쁘고 설레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곳곳을 자주 다니면서도 가끔씩 새로운 풍경을 볼 때가 있다. 그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 강원도의 삼척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았다. 이곳은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떠나보았다. 이곳을 한 줄 카피로 말해본다면 바다 위에 떠 있던 산, 시간이 모래가 되어 길이 된 곳—덕봉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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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서적『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삼척부 남쪽 23리, 교가역 동쪽 바다 위에 있는 산으로 지금은 해안과 연결되어 누구나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과거의 덕봉산은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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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며 모래가 쌓이고 길이 이어지면서 사람은 비로소 그 산에 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다 보면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는 느낌이 든다. 더멍산, 물더덩 같은 산이라는 덕봉산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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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형태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커다란 덩어리가 ‘물더덩’처럼 보인다고 하여 사람들은 이곳을 ‘더멍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이름에는 묘한 감각이 담겨 있다.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덩어리가 지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바다 위에 놓인 거대한 시간의 조각처럼 덕봉산은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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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육계화 과정은 조선 후기에 인구가 증가하여 산림이 밭으로 개간된 시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산꼭대기에 회선대 및 우물이 있어 가뭄이 들때 기우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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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놓인 길, 바다를 건너는 방식이 다른 이곳의 탐방로로 향하는 길에는 모래 위에 놓인 나무다리가 이어진다. 그 길은 마치 바다를 건너는 가장 느린 방식처럼 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발 아래로 물이 흐르고 옆으로는 모래가 펼쳐지면서 앞으로는 바다가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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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목적지로 가기 위한 길이 아니라 걷는 순간 자체를 기억하게 만드는 길이다. 소나무 숲과 바다, 그리고 햇빛이 따사롭기만 하다. 덕봉산을 오르면 바다는 조금 더 가까워지고 빛은 조금 더 깊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과 바위에 부딪히며 흩어지는 물결은 서로 다른 시간이 만나 만들어낸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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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풍경은 이상하게도 고요하게 다가온다. 그 고요함 속에서 사람은 자신의 속도를 조금 늦추게 된다. 바다는 언제나 같은 곳에 있지만 삼척의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간은 늘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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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는 여행이 되고 어떤 날에는 쉼이 되며 또 어떤 날에는 기억이 된다. 덕봉산 해안 생태탐방로는 그 모든 시간을 받아들이는 장소다. 그래서 이곳을 걷고 나면 우리는 바다를 본 것이 아니라 바다 속에 있던 시간을 지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삼척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니 기운이 저절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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