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는 남자 배경지 청령포의 고장 영월군의 맛
시골라이프라는 것이 무엇일까. 강원도 영월군은 단종이 삶을 마감한 곳으로 최근 영화 왕이 사는 맘자로 인해 다시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영월군을 방문해보고 돌아본다음에 막국수를 먹기 위해 발걸음을 해보았다. 이 집의 막국수를 보면 요즘 유행하는 ‘정갈한 플레이팅’과는 거리가 있다. 김가루가 수북이 올라가 있고 깨가 뿌려져 있으며 삶은 계란이 반으로 얹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메밀면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국물은 맑지만 가볍지 않았다. 첫 입은 담백하지만 뒤로 갈수록 깊은 맛이 올라온다. 이런 맛이 바로 강원도의 맛인 막국수이다. 이 막국수의 특징은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면 묘하게 다시 생각난다.
이 집의 김치와 깍두기는 특별하게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막국수와 함께 먹었을 때 이상하게 균형이 맞는다. 이건 ‘잘 만든 반찬’이라기보다 오래 함께해온 반찬의 느낌이다. 음식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같이 나오는 것들까지 포함해서 한 끼가 만들어진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도 이 집과 같은 강원도 막국수의 흐름을 다룬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건 늘 같다. “화려한 맛이 아니라, 오래된 맛”이다. 이 음식점은 그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 집이다. 백반기행에서 소개되는 식당들의 공통점은 ‘특별함’이 아니라 ‘지속된 일상성’이다. 이 집 역시 마찬가지다. 관광객을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지역 사람들의 시간을 지탱해온 음식으로 맛이 더 깊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국물이 조금 남아 있다. 그걸 그냥 두고 나오기에는 어딘가 아쉽다. 그래서 한 번 더 들이켜게 된다. 이건 맛 때문이라기보다 이 시간을 조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