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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2. 2017

감정계단

일상 혁명의 도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소비만이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에는 감정이 없다. 특히 그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기득권자들은 사람의 감정이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것이 더 커져서 잘못된 것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사람보다 적당한 조건에 맞춰서 살고 자본주의가 만든 시스템에서 쏟아내는 미디어에 정신이 팔리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 정신의 근육이 강할 필요가 없다. 그냥 TV에서 분노하라고 하면 분노하고 슬퍼하라면 슬퍼하고 즐거워하면 즐거워하면 그만이다. TV에서 연예인 가족들이 나와서 즐거워하면 본인도 즐거워진다고 착각하고 진정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냥 나이만 먹어간다. 


감정계단이라는 책의 첫 부분을 읽다 보면 알프래드 아들러의 다른 버전인가? 자신을 찾고 나아가란 말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감정의 근육을 강화하고 자신이 주도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데 유효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초반부에서는 가볍게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비교하며 퇴계 이황의 생각을 가지고 들어온다. 서양철학에서 인간의 이성적인 면을 로고스(logos)라고 부르고 인간의 존재 자체를 탐구하는 것을 파토스(pathos)라 지칭했다. 동양철학에서 이와 기가 있는데 이는 주어진 실체의 인간이고 기는 그 속성을 의미한다. 

인간의 감정을 단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눌 수는 없다. 양과 음, 욕망, 감정 등을 마치 선악과로 구분하듯이 나누어서 미디어를 통해 여론몰이를 한다. 그들에게 좋은 것이나 나쁜 것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은 상관없다. 욕은 나쁜 것일까? 욕망을 의미하는 욕은 욕구, 요구, 욕망으로 구분된다. 욕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원하는 것, 요구는 그것을 넘어서 욕심을 내는 것, 욕망은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의 본성도 의지로써 만들어진다." 


TV 드라마를 보고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연예인을 보며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사람과의 사랑은 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만들어진다. 접촉이 없으면 그것은 모방일 뿐이다. 개개인은 훌륭한 존재이지만 사회가 만들어놓은 분위기에 휩쓸려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인간으로서의 이미지는 지워진다. 일반적인 존재로서 추락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음과 양의 감정을 적당하게 믹싱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슬픔, 화, 분노 같은 것은 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수동적인 감정이지만 즐거움을 추구하고 기뻐하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은 능동적이다. 좋고 나쁨이 없다. 인생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두 필요한 것이다. 지난 정부는 방송사와 미디어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매우 치밀했다.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하고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가치를 지워버리는 시도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양과 음이 있는데 음은 숨겨진 에너지가 많지만 잘 다루어야 하고 양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에너지이지만 타고나면 없어진다. 프로이트는 죽음 축동과 생의 충동을 유동하면서 사는 존재를 인간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감정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상 혁명으로의 도전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가만히 미디어가 포탈이 전달하는 뉴스를 보면 교묘하게 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힐링은 좋지만 얕은 수준의 긍정적인 흐름이다. 매일 힐링만 하고 소통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필요 없는 관계의 공허를 느끼면서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고립이 욕망의 잠재력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긍정적인 욕망이 불타올라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면 흥분이 지속되고 기쁨도 나온다.


"감정은 정직해. 풍부한 감정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낮은 감정은 존재를 누추하게 하지. 예술가들은 놀라운 감정으로 위대한 작품을 생산하는거야. 단순한 각오와 의지와는 다르지" 


시도하지 않는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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