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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2. 2017

예술과의 대화

고통스럽지만 해야 하기에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을 하나만 고르라면 아마도 예술이지 않을까.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이상 동물들은 괴롭고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 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고통과 고뇌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 겪어내고 있다. 작가는 글로서 인생의 건물을 지어나가는 사람이다. 작곡가는 음악이라는 것을 이용해 글을 쓰는 작가이며 미술가는 미술을 이용해 글을 쓰는 작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이 다르다고 구분 지은 것이고 같은 점이라면 대체 불가능한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은하에서는 한국의 영화감독부터 해외 작곡가나 연주가,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등장한다. 모두들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모두들 자기만의 인생관이 있고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 모두 창작의 고통과 이전보다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소진하듯 끝까지 몰아붙인 경험이 있었고 지금도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는 순간을 정면으로 맞서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글을 쓸 때면 완성되었다고 생각되지만 다시 보면 고칠 것 투성이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마음에 안 들어도 지나쳐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만큼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보면 고치고 싶어 지고 다시 손보고 싶어 진다. 특히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아주 조그마한 블록을 수천~수만 개 쌓아서 만든 구조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오는 당혹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여러 예술인들의 속살을 조금 엿보는 느낌은 색다르다. 그들 인생을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도움이 될만한 철학적인 관점이나 생각들이 적지 않다. 


진정한 술꾼은 술이 좋아서도 마시지만, 

현실의 무의미함을 견딜 수가 없어서 술을 마신다.

나도 영화를 만들면서, 몰입하지 않으면 

현실이 권태롭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 김지운


대화가 좋아서 자주 소통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가 내 음악 취향을 들어보더니 되물었다.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다며 말이다. 의식적으로 밝은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생존본능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 보면 탁월해지고 싶어 하는 내면 속의 강렬함을 느끼게 된다. 그 강렬함은 때로는 필자를 심연으로 끌어내려 버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통스러워하길 원하는 것 같다. 오페라나 교향곡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으로 알고 있기에 슈만이라는 작곡가는 알지만 그의 성취는 잘 알지 못한다. 태생적으로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슈만은 그걸 음악적으로 표현해 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통을 못 이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내가 선택한 적은 없지만,

가지고 태어난 조건들에서 벗어날 수 있나?

그에 대해 불평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에 맞서기 위해

음악의 완성도를 꾀하는데 더 매달렸다.

모든 편견을 음악으로 깨트려주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그 다짐에 걸맞은

수준의 작품만 세상에 내놓았다.

음악으로는 승부할 자신이 있었다. - 진은숙

짧은 시간에 많은 예술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깊이 있는 인터뷰와 성의 있는 그들의 대답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생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모험이다.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삶을 통찰해보고 철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즐거운 여정을 선사해줄 책이다. 


나는 나를 '작곡가'라기보다는

'음악으로 글을 쓰는 작가'라 여긴다.

내가 하려는 것은 음악이지만 

결국 글을 쓰듯 음악으로 의미 있는 문장들을 만들고,

그것으로 소통하고 누군가의 가장 깊은 심연에

가닿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언어는 음악일 뿐,

시인이나 소설가와 다를 바 없는 일을 하고 있다. 

- Pascal Dusap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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