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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5. 2017

은행

살아 있는 화석

가을에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나무들이 있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단풍나무는 울긋불긋해서 아름다워 보인다. 그중에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은행나무는 황금색 같은 노란색으로 물들어서 군락지에 가면 장관을 이룬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는 않은 보령 청라 마을의 한 고택에는 유독 은행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이맘때면 은행나무 축제를 연다. 


보령시 청라면에는 약 3천 그루의 은행나무가 서식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신경섭 고택이 있다. 평소에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지는 않은 곳이지만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왜 은행나무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를까. 강력한 환경적응력으로 인해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지구에서 살아 남아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잎에는 플라보노이드, 터페노이드(Terpenoid), 비로바라이드(Bilobalide)가 있고 열매의 외피에 함유된 헵탄산(Heptanoic acid) 때문에 심한 악취가 나고 긴코릭산(Ginkgolic acid)이 들어가 있어 어느 동물도 손쉽게 손대지 못한다. 덕분에 은행이 떨어진 그곳에서 새싹이 나서 자라기 때문에 은행나무 군락지를 이루기도 한다. 

넓은 잎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은행나무는 원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여러 개로 갈라져 있었는데 진화가 되면서 갈라진 잎들이 합쳐져 오늘날의 부채꼴 모양을 띄게 되었다. 은행나무가 지구 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3억 년 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생대에 이르러서는 약 11종 정도로 번성하였지만 백악기(6천5백만~1억 3천5백만 년 전)에는 지금의 모양과 거의 같은 은행나무가 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자리하였고 한국은 중국에서 건너온 은행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일본은 백제가 패망할 때 그곳에 심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경섭 고택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가 제대로 노랗게 물들어서 단풍의 절정기를 알리고 있다. 다른 나무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은행나무는 전국에 1,000년의 수령이 넘는 은행나무가 즐비하다. 고목으로 보호받고 있는 나무도 800여 그루에 이른다. 

신경섭 고택은 조선 후기(朝鮮後期) 한식 가옥(韓式家屋)으로 당시 부호(富戶)의 사랑채로 건축되었으며 대문채는 우진각 지붕으로, 신석붕의 효자문(孝子門)을 세워두었다. 전체적으로 팔작(八作) 지붕으로 ㄱ자형의 가옥이며 앞에는 툇마루를 놓여 있고  좌측 끝에는 부엌을 두고, 부엌 위에 다락이 만들어져 있다. 

청라에 있는 신경섭 고택과 이 마을에는 은행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마을 농가의 6차 산업의 중심에 은행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은행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나 은행열매가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라고 한다. 

누가 키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섭 고택의 주변에는 개들이 많다. 사납게 짖는 개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들이 온순한 편이다. 사람의 손길이 반가운지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나라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가을이면 마을 전체가 노란 은행나무 단풍으로 물드는 청라 은행마을의 장현초등학교 일원에서는 6년 전부터 은행마을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전국적인 단위의 축제라기보다는 마을 축제에 가깝다. 그러나 사진가들과 가을 단풍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신경섭 고택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장현초등학교가 나오는데 2년 전에는 농림축산 식품부에서 선정한 농촌축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가을이 가득 찬 만추에 이르렀다. 갑자기 내려간 온도로 인해 사람들의 옷이 두꺼워졌다. 

가는 가을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황금색의 물결이 흘러 다니는 보령 청라로 오니까 가을 동화를 눈으로 읽는 느낌을 받는다. 청라 마을은 4일부터 5일까지 단 2일간 은행마을축제를 열지만 은행나무 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까지 1주일 정도는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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