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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3. 2017

가을을 날다

문경 짚라인 

청명하고 맑은 가을을 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배포가 있다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올라가서 낙하산을 메고 스카이 다이버같이 떨어지는 방법이 있고 한참 익스트림 스포츠로 각광을 받았던 윙슈트를 입고 계곡과 계곡사이를 빠르게 낙하는 방법도 있다. 앞의 두 가지 방법은 일반적이지 않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초보자가 시도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는 자유낙하는 도움을 받아 타는 패러글라이딩이나 번지점프와 짚라인이 있다. 번지점프도 순식간에 떨어져서 그 짜릿함이 덜하다.  


이렇게 좋은 계절 땅이 몸을 붙잡고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면 훌쩍 여행을 떠나도 좋다. 전국에 있는 짚라인이 운영되는 곳이 많지만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설치를 했다는 문경으로 떠나본다. 문경의 짚라인은 코스가 9개로 지겨울 정도는 아니지만 만족할만하게 느낄 정도로 즐겨볼 수 있다. 


차를 타고 산의 윗부분으로 올라오면 대각선으로 설치된 짚라인 총 9개를 타면서 내려올 수 있는데 길이도 제각각이고 즐기는 속도도 다르다. 어떤 곳은 문경의 산이 보이기도 하고 어떤 곳은 숲만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레포츠를 '하강 레포츠'로 칭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플라잉폭스(Flying Fox), 짚와이어(zip-wire), 에어리얼런웨이(Aerial Runway)라고도 불린다. 

하강 레포츠의 일종인 짚라인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주로 열대 지역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이 로프를 걸고 양쪽을 이동하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간혹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 번지점프와 달리 짚라인은 상당히 안전한 편이다. 몸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전용 하네스, 2중 캐러비너 체결시스템, 브레이크 시스템등이 설치가 되어 있다.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자동으로 내려가는데 이때 살짝 중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을 즐기기에 괜찮은 곳이다. 불정산에서 xy좌표 평면을 생각할 때 중력이 종단(-y)방향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하자. 임의의 질량을 가진 물체가 수평(x)축 방향으로 등속운동을 한다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운동할까. 우리의 몸은 수평의 대각선의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 같지만 결국 Y방향만 힘이 작용한다. 

짚라인은 무거울수록 속도감을 받기 때문에 너무 가벼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130kg이상은 타지 못한다. 125m 길이의 1코스를 시작으로 

Course 02 코스길이 126m/ 난이도1/ 짚 라인 출발! Course 03 코스길이 166m/ 난이도2/ Course 04 코스길이 106m/ 난이도2/ 이제 슬슬 날다 Course 05 코스길이 82m/ 난이도2/ 두려움은 뭐냐 Course 06 코스길이 86m/ 난이도2/ 스피드가 올라간다. Course 07 코스길이 101m/ 난이도2/ 그래 바로 이거야! Course 08 코스길이 201m/ 난이도3/ Course 09 마지막이다. 

문경의 불정산은 이렇게 가을로 익어가고 있다. 하늘을 날아 움직여도 불정산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숲 속 공기 중 음이온(1000~2200개/㎤)은 도시(30~150개/㎤)보다 10배 이상 많은데 불면증과 두통을 없애주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집중력을 강화하는 효능도 있어서 자주 가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원래 피톤치드를 제대로 마시려면 느린 속도로 걸으면서 산림욕을 즐기는 게 좋지만 짚라인을 타고 내려가서 얼마든지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긍정적이고 차분하게 이색 레포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을을 날아 이곳 저곳을 다녔더니 속도감이 없어진 느낌이다. 이곳에서 짚라인을 타면 인증서 같은 것을 준다. 백두대간의 험난한 산세와 피톤치드가 가득한 문경의 불정산에서 액티비티가 넘쳐난다. 문경의 가을은 정적이지 않았고 자유낙하가 무엇인지 다시금 알게 해준 것 같다. 


https://youtu.be/8PRaI4vSu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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