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02. 2017

팥칼국수

마음의 감기야 나가라.  

팥의 빨간색은 귀신이 싫어한다고 하여 예로부터 먹기도 하고 특히 동짓날 악귀를 쫓는다고 하여 먹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팥 생산지로 유명한 곳은 전라도와 강원도 일대로 충주팥, 예팥, 거피팥, 다양한 색의 팥 등이 생산이 된다. 특히 팥죽과 어울리는 반찬은 바로 열무김치다. 보통 여름철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계룡의 팥거리에 가면 항상 팥죽과 팥칼국수를 먹어볼 수 있다. 


계룡시의 계룡역이 있는 공간은 예로부터 팥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팥거리 바로 이전 블록에는 다른 것은 없지만 독립운동가 양기하 장군의 생가지라는 곳이 남아 있다. 양기하 장군은 계룡시 두마면 두계리 15번지에서 출생하였으며 공주 군수로 재직하던 중 1910년 8월 경술국치를 당하자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군을 양성하여 1919년 3월에는 대한독립단을 조직하여 항일 무장 투장을 전개했다고 한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팥거리 축제는 올해로 17회를 맞이했다. 팥거리 축제는 지역에서 전래돼 내려오는 ‘팥거리’의 유래와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 음식과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개최된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흔히 보는 음식인 팥칼국수의 정확한 유래는 찾아볼 수 없지만 팥 생산량이 많은 전라도에서 오래전부터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팥은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이뇨 작용을 도와주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피로를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 팥은 껍질까지 함께 섭취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쌀에 부족한 비타민 B1의 함량이 높아 건강식이기도 하다. 

이곳은 팥칼국수나 팥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칼국수도 판다. 면발을 팥칼국수와 칼국수는 같다. 육수와 고명이 틀릴 뿐인데 바지락의 해감을 잘 못해서 밑바닥에 살짝 자글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육수의 깊은 맛이나 면발의 쫄깃함이 괜찮다. 

팥칼국수와 시원한 동치미 육수는 잘 어울린다. 계룡시의 한적한 곳에 자리한 팥거리는 조선시대부터 붙여진 이름으로 오래된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사용하는 팥죽의 원료인 팥은 계룡 지역애 서 생산된 팥을 사용한다. 팥을 30분 삶아 첫물을 버리고 다시 30분을 푹 삶아 껍질째 맷돌에 갈아 죽을 끓인다고 한다. 

배추김치도 나오는데 일반 배추의 통통함과 달리 칼국수의 면발에 어울리게 만든 반찬 같았다. 팥의 구수한 맛과 국수의 담백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팥죽 혹은 팥칼국수를 달달하게 먹는 것은 일제시대에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이고 예전에 우리 민족은 담백하게 먹었다. 특히 팥이 들어간 음식은 농도가 생명이다. 너무 묽어도 풀이되어 버리고 오래 끓이면 밥이 된다. 모든 것이 정성에 달려 있다. 

음식은 항상 이렇게 깔끔하게 비워야 제대로 먹은 느낌이다. 

예전에 이곳에서 2년쯤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이곳이 팥거리로 유명한지도 모르고 살았다. 오며 가며 지나가다 보면 팥이 가끔 눈에 뜨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보인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는 것은 감정의 변화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감각이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작은 즐거움을 크게 느껴야 하고 귀로 더 잘 들어야 하고, 잃어버린 미각도 찾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국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