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랜드

탐욕과 배신, 야만이 판치는 조직세계를 담은 드라마

이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방식은 길게 보는 방식이 아니라 점점 축약되고 빠르게 소비가 되고 있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우리의 삶 역시 다른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요즘에 공중파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질정도다. 그렇지만 전혀 다른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어떤 하나의 드라마나 예능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보게 된 드라마 한 편이 끝나고 나면 이야기의 여운보다 먼저 남는 것이 있다. 그 세계가 얼마나 현실을 닮아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드라마 몹랜드는 바로 그 질문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이다.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가족보다 더 못한 관계 속에서 살면서 오직 폭력으로만 지배를 하고 있다. 사실 이런 가문들이 있기는 하다.

0R5A9676.JPG

폭력의 이야기인가, 구조의 이야기인가를 본다면 표면적으로 이 드라마는 범죄와 권력, 조직 간의 갈등을 다룬다. 하지만 몇 편만 지나도 알게 된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사람’이 아니라 ‘폭력’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물들은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선택된 자리에서 움직인다. 누군가는 조직의 하부에서 시작하고 누군가는 권력의 중심에서 태어난다. 그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어진 ‘위치’에서 결정된다.


지금도 가문이라고 불리는 조직은 왜 유지되는가를 그린 몹랜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세계에서 충성은 도덕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배신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다.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책임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 구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0R5A9677.JPG

기업, 정치, 심지어 플랫폼까지 겉으로는 자유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위계와 룰 속에서 작동한다. 자본의 야만 그리고 기회는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 속에서 왜 사람들은 검사출신을 원하는가를 본다면 불법을 저지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드라마가 불편한 이유는 단순하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직이 하는 일은 명백히 불법이지만 그 작동 방식은 놀라울 만큼 ‘합법적인 시스템’과 닮아 있다.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성과 중심의 평가, 관계 기반의 기회 배분속에 이 모든 것은 범죄 조직의 특징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방식이기도 하다.

0R5A9678.JPG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우리가 사는 구조는 얼마나 다른가?” 몹랜드의 인물들은 대부분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쉽게 떠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구조는 사람을 묶어두기 때문이다. 경제적 의존, 관계의 얽힘. 과거의 선택 이 세 가지는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범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탈출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몹랜드에서 폭력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구조를 유지하는 언어다. 말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폭력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질서는 다시 만들어진다. 이 점에서 폭력은 비정상이 아니라 구조가 선택한 ‘가장 빠른 해결 방식’이 된다.

900_MobLand-scaled.jpg

몹랜드는 범죄를 소비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구조를 직면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람은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그 시스템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조직이 아니라, 사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깨닫게 된다. 우리가 보고 있던 것은 범죄 조직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회 구조였다는 것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