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에서 깨어날 때
강한 리더라는 신화에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걸어왔다. 우리 부모세대가 그러했고 3040세대 중에서도 바뀌길 원하지만 강한 리더의 환상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와 평등이 주어지지만 독재는 극소수만이 그 자유를 만끽할 때 나온다. 무려 600페이지의 분량에 글자도 작고 다루는 내용도 정치학에 집중되어서 그런지 재미있는 책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를 시험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을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수반으로부터 독립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강한 리더라는 신화는 그 공적과 성과를 면밀히 파고 들어가면 그 허상이 드러나게 된다.
책은 맥락 속에서 살펴본 리더로 출발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철학적 관점에서 인간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가 얼마나 쉬운지만큼 놀라운 것은 없다. - 데이비드 흄
사람들은 권위를 잘못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권위는 재산에서 나오지 않지만 모든 사회 발달 단계에서 사람들은 부의 광범위한 차등화를 통해 출생의 우월함을 부여하려고 했었다.
"모든 가문은 다 똑같이 오래됐다. 군주의 조상들이 비록 널리 알려져 있을 뿐 거지의 조상들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디서든 오래된 가문이 뜻하는 것은 오래된 부, 또는 대개 부를 기반으로 형성되었거나 부를 수반한 위대 함이다." 과연 그러한가?
특히 빈곤층이 많은 국가에서는 '독재자'가 필요하다는 유혹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오랫동안 관찰한 폴 콜리어는 폭력이 경제 성장 전망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민의 삶을 황폐화하였다고 한다. 민주주의 제도가 제기능을 못한다 하더라도 독재는 더욱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리더였거나 현재의 리더들이 책에서 언급이 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처칠, 클레멘트 애틀리, 맥밀런, 미국의 JFK, 아이젠하워, 빌 클린턴, 조지 부시, 트럼프 등의 리더십과 그 한계를 짚어주고 있다.
특히나 군인 출신의 리더나 정치인들은 자신이 정치를 초월했다고 여기고 다른 정치인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지금의 중국을 강하게 만든 것은 덩샤오핑이라는 리더였다. 권력욕의 소유자이자 자신을 방해하는 존재를 처단하는데 가차 없었던 마오쩌둥은 허황된 목표를 향해 달려갔지만 정부 조직과 경제의 근대화에 접근하는 방식을 실용적으로 보았던 덩샤오핑은 중국 개혁을 단행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종류의 리더가 바람직할까. 책의 뒷부분에서는 그 고민을 함께 풀어놓고 있었다. 정부에 패권을 장악하고 주요 요직에 자신의 사람들을 앉혀 놓고 군림했던 리더는 강하고 때론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함께 고민하고 집단적인 성격의 지도부를 형성했던 리더는 성공적이지 못한 리더로 치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패권에 발을 디딘 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리더는 그들이 실제로 수행하는 역할보다 자신이 더 중요하다가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른 이들이 주축이 되어 이뤄놓은 정책의 성과가 리더 개인의 공으로 돌아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생각하지 못하고 사유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가 만들어놓은 가상의 물결에 쉽게 휩쓸린다.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리더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