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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2. 2017

보령을 품은 산

성주산 vs 오서산

보령을 대표하는 산은 충남 제3의 고봉으로 서해의 등대산이라고 불리는 오서산과 그보다는 조금 낮긴 하지만 보령의 안쪽에서 보령을 감싸고 있는 느낌의 성주산이다. 두 곳 다 자연휴양림이 있어서 연중 머물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어느 곳이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들 만큼 두 곳 다 모두 매력이 있다. 오서산은 억새풀이 유명하고 성주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오서산이 담백한 매력이 있다면 성주산은 화사한 매력이 있다. 


정상을 중심으로 약 2km의 주능선은 온통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억새 산행지의 명소인 오서산은 가을에 억새풀 등산대회가 열린다. 오서산이라는 이름으로 유추해보면 까마귀와 까치가 많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바다와 면해 있어서 오서산의 7부 능선안부터 서해바다를 조망하는 상쾌함이 있고 정상에 올라가면 해안 평야와 푸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오서산을 천천히 그리고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올라가 본다. 성주산에 성주사가 있었던 자리에 성주사지가 있다면 오서산에는 고려 때 대운 대사가 창건한 정암사가 있다. 

내년을 기약하며 한해 같이 붙어살던 나뭇잎이 하나둘씩 떨어져 내리며 낙엽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먼저 피어났다고 해서 먼저 가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피어났다고 해서 가장 나중에 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등산이라는 것은 혼자 혹은 두세 명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여러 사람이 가면 산의 참맛을 보는 것보다 다른 소일거리로 시끄럽기만 한 것 같다.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몇 명이서 갈 때 혹은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등산을 추천하고 싶다. 

빨간색의 단풍잎이 눈길을 잡는다. 오서산은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풀만 볼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산의 이곳저곳에서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바위 위에다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소박한 돌탑을 쌓아 놓았나 보다. 사람이 기본적인 것을 누리면서 살고 싶은 것을 욕구라고 하고 무언가 더 하고 싶은 것을 요구라고 한다. 그리고 절실하게 무엇인가를 바라면 욕정이라고 한다. 욕정이 있는 것은 좋으나 과한 것은 항상 문제를 만드는 듯하다. 

서해의 등대라는 오서산을 만났으니 이제 여성의 디테일한 매력이 있는 성주산으로 향해본다. 성주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성주사지가 있다. 성주사지의 본래 이름은 백제 법왕 때 창건한 오합사가 성주사로 전해지고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남혜화상이 사세를 번창시키니 왕이 성주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선종 불교의 큰 중심지 절 중에서 가장 큰 절이였던 성주사는 선종은 어려운 불경을 모르더라도 수양을 잘하기만 하면 마음속에 불성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하는 불교 종파로 백성의 지지를 상당히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열리는 성주산 단풍축제는 올해로 16회를 맞이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성주산의 소문난 잔치에는 적어도 볼거리는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성주산에는 단풍을 만드는 나무의 종류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변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이 많은 이유는 낙엽수종이 많아서 그렇다. 

성주산의 정상에는 오서산처럼 억새풀이 많이 있지는 않지만 올라가기가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산 중턱 이상까지 있고 주차장도 있어서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이 어렵지 않다. 

가을이 무르익다 못해 겨울에게 그 바통을 넘기려고 하는지 낙엽이 모두 떨어진 나무들도 적지 않다. 오서산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다면 성주산에서는 보령의 내륙으로 이어진 산등성이를 만날 수 있다. 

수질관리를 철저히 해서 그런지 몰라도 성주산의 물을 유달리 맑게 느껴진다. 그냥 마셔도 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동물들이 있으니 그냥 마시면 안 된다. 

성주산의 매력에 푹 빠지다 보니 벌써 밤이 깊었다. 성주사지로 들어간 성주산은 휴양림 쪽으로 내려올 수 있는 그 길에도 단풍나무들이 적지 않다. 

보령 석탄박물관 옆에는 휴게소와 보령의 특산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그 안쪽에는 24시간 열려있는 공간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보령의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석탄 캐는 광부들과 그 가족이 그려져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산인데 불구하고 오서산과 성주산은 그 색깔이 명확해 보인다. 하나는 바다와 남성적인 느낌이 나고 다른 하나는 단풍과 여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한 해를 열심히 살았다가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순간에 온다. 그럴 때 사람을 품어주는 산으로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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