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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2. 2017

굴을 먹는 방법

제철 굴 vs 사시사철

굴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주로 제철인 겨울에 많이 먹는 편이다. 겨울이 지나면 냉동보관을 통해 음식을 만드는데 살아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맛이 덜하다. 그러나 바닷가 쪽으로 가면 냉동이라고 하더라도 굴이 맛있는 곳들이 있다. 굴의 보관방법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 아쉽게도 맛은 있지만 굴이 좀 잘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보령에는 11월부터 제철 굴이 나오는 천북이 있고 그 근처와 보령시내와 대천해수욕장 등에서는 굴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곳이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식을 내놓는 굴 전문점들은 제철 굴이 나오더라도 저장굴로 만든 음식을 선보인다. 


보령에는 미더유 음식점이 여러 곳 있는데 돌게장을 먹을 수 있는 대천 간장게장, 풍성한 쌈요리를 내놓는 시골 돌솥 쌈밥, 담백한 굴요리를 접할 수 있는 보령 가든터, 고택에서 건강식을 할 수 있는 보령 석화촌이 있다. 

물론 천북에 가서도 양념장이 되어 있는 굴밥을 먹을 수 있지만 사시사철 굴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달래장은 조금 특별한 것 같다. 깨의 고소함과 간장의 구수함이 어울리고 거기에 비타민 A 부족에서 오는 병에 대한 저항력 약화, 비타민 B1, B 2 부족에서 오는 입술 터짐, 비타민 C 부족으로 인한 잇몸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달래장을 굴의 비빔소스로 내놓는 곳이다. 

그냥 달래장을 꺼내 들었을 뿐인데 고소한 향이 코안으로 들어온다. 빨리 비벼먹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예전에 진도로 내려가서 양념장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있는데 보기에는 쉬워 보였지만 그 비율을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굴이 제철이지만  이곳의 굴은 막 나온 굴이 아니라 저장굴을 사용하고 있었다. 굴 따는 아낙네들이 겨울철 별미로 지어먹던 굴밥을 이제는 천북면의 웬만한 식당에서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데 그중에 입맛에 맞는 곳을 들어가서 먹으면 좋다. 

올해 나온 햅쌀을 가지고 만든 굴밥의 진득함이 굴의 생생함과 달래장의 고소한 맛이 입안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서산의 굴밥도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령의 굴밥 맛도 좋다. 사시사철 굴밥을 먹기 위해 겨울의 매운바람을 맞으면서 굴을 따서 그런지 몰라도 밥맛이 한결 깊게 느껴진다. 

바닷가에 인접한 보령에서는 계절에 따른 별미밥으로 굴밥을 손꼽을 수 있는데 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입맛을 돋우고 소화가 잘되어서 음식의 다양한 재료로 이용되지만 본래 맛을 느끼려면 굴밥 만한 것도 없다. 

충남의 서해안에 있는 천수만은 태안군의 안면읍과 홍성군·보령시·서산시 사이에 있는 태안반도 남단에서 남쪽으로 뻗은 만으로 해안선의 길이가 284.5㎞에 이르며 조석간만의 차가 6m나 되는 곳이다. 천수만에 인접해 있는 곳인 천북에는 겨울에 제철 굴이 나온다. 

잘 저장된 굴로 만든 음식의 매력도 있지만 날 것의 매력이 풀풀 나는 곳이 천북이다. 한 겨울 세찬 바닷바람에 언 손을 녹이면서 먹는 생굴은 먹어본 사람들이 추천하는 살아 있는 맛이다. 

천북에는 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굽거나 쪄서 먹으면 달달한 속살맛이 일품인 가리비와 쫄깃한 맛의 소라도 있다. 한국에는 대략 30여 종의 크고 작은 가리비가 살고 있는데 달달한 속살에 씹는 맛이 좋다. 가리비는 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속살을 먹고 난 가리비 껍데기는 굴의 어린 새끼들을 붙이는 부착판으로 이용되는데 우리가 먹는 제철 굴은 가리비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처음 생굴을 먹을 때는 구워서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쪄서 먹는 굴의 맛이 더 좋다. 구워 먹는 굴은 쫄깃함이 있지만 수분이 날아가서 짜지는 것이 흠이지만 쪄서 먹는 굴은 수분을 품고 있어서 염분의 농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천북 굴단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손이 노는 새가 없다. 제철 굴을 먹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주말마다 줄줄이 이어지니 굴을 손질하고 다 먹은 굴 껍데기를 치우는 것도 쉴틈이 없다. 

갓 잡아온 생굴의 향기와 막 구워낸 굴의 온기가 가득한 곳에서 먹는 맛도 좋고 분주하고 굴을 까먹는 수고를 덜하면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굴 전문점에서 먹는 맛도 좋다. 똑같은 굴이지만 집집마다 손맛을 담아낸 김치 맛이 다르고 배합 비율이 달라서 비벼먹는 맛도 다르다. 


겨울의 문턱 앞에 서 있다. 외지인들은 가끔 먹는 굴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굴과 함께 살아오며 추억과 사연을 켜켜이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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