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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31. 2015

피를 마셔야 사는 존재

다양한 흡혈귀 이야기

뱀파이어가 매력적인 이유중 가장 큰 것은 조건부이지만 죽지 않은 삶을 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우며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괴력은 옵션이다. 언어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뱀파이어 즉 Vampire에는 이런 언어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va~는 고대 섹슨족 언어에서 찾아보면 생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m은 일반적인 사람인 man을 의미한다. pi는 피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re는 마신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신의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합쳐보면 피를 마시는 사람이며 신적인 존재에 가깝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같은 드라큘라라는 이미지가 굳혀지게 된 것은 브램 스토커가 1897년에 발표한 '드라큘라'라는 소설 때문이다. 소설이 인기를 누리면서 흡혈귀 = 드라큘라라는 이미지가 굳혀졌다. 슬라브 민족은 4세기경부터 흡혈귀의 존재를 믿었는데 햇볕에 나설 수 없는 존재로 전승되어 내려왔다. 


예수 그리스도와 흡혈귀


사람은 죽었다가 살아날 수는 없다. 죽음에 이르렀다가 부활할 수 있는 존재는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하다. 그러나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죽었다가 다시 부활해야 한다. 부활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반드시 약점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십자가를 무서워하며 햇볕에 나설 수 없고 심장에 말뚝을 박으면 소멸될 수 있다. 마늘향을 싫어한다던가 거울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후에 더해진 것이다. 


15세기경 오스만 튀르크는 한참 땅을 넓히던 시기로 서로마가 멸망한 뒤에 약 1,000여 년이나 존속했던 동로마였던 비잔틴 제국까지 멸망시키고 이탈리아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차지했던 강대국이었다. 블라드는 트란실바니아 공국의 지도자로 대국인 오스만튀르크에서 자국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실시하는데 이 것이 너무 잔인하게 보였기에 블라드에게 온갖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피를 마신다는 둥 죽지 않는 남자라는 등의 이야기가 퍼지다가 19세기 말에 브램 스토커가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자 그냥 죽지 않은 불멸의 존재 = 드라큘라로 자리 잡는다. 드라큘은 블라드 아버지에게 내려졌던 작위였고 아버지가 죽고 그 자리에 올라간 블라드에게 내려지면서 드라큘라라고 명명된 것이다. 


가려진 존재를 현실으로 끌어낸 명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년에 개봉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지금까지의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바꾸어버렸다. 어둠의 성에 거주하면서 밤에만 돌아다니면서 밤의 황제이지만 철저하게 고립된 존재였던 뱀파이어가 현실에서 재탄생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앤 라이스가 1977년에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아름다운 금발의 악동 레스타와 사색적인 신사 루이스가 등장하는데 불멸의 삶과 철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은 하버드 철학  교재로 선택되기도 했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와의 조우 '언더월드'


예전에는 뱀파이어와 대적하는 존재로 성직자가 등장했으나 판에 박힌듯한 설정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이들과 다른 종족으로 늑대인간을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영화 언더월드, 트와일라잇, 빙 휴먼 등 수많은 영화와 TV시리즈에서 이들이 세트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특히 언더월드에서는 이들을 이종 교배하여 새로운 종족을 만들기도 했다. 


여성들의 환상을 불러일으킨 '트와일라잇'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뱀파이어들은 낮에 돌아다니지 못한다. TV시리즈 빙 휴먼이나 영화 블레이드에서 낮에 돌아다질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밤에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는 뱀파이어이지만 낮에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도 있고 햇빛을 받으면 빛나기까지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여자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그런 민폐걸이지만 뱀파이어에게 사랑받고 심지어 아름다운 뱀파이어로 재 탄생하기까지 한다. 

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영혼을 빨아들임으로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마녀 같은 존재도 조건부 불멸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균수명이 아무리 늘더라도 인간은 영생을 살 수는 없다. 기술적인 진보가 상당한 수준에 까지 이르러서 장기나 신체부위를 인공적으로 대체할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죽는다. 차라리 AI가 탑재된 인공 로봇이 나와 인간의 뇌파를 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피와 열정을 필요로 하며 살아간다. 인간이기에 동물처럼 피를 먹지 않을 뿐이지 누군가의 열정과 노력이 오늘날의 나를 지탱하는 그런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인간의 피를 마시면서 영생을 살 수 있고 질병도 없는 존재인 뱀파이어가 매력적인 것은 인간은 살면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고 언젠가는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죽지 않고 질병의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창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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