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에 의지한 통쾌함
범죄도시를 재미있는 오락영화라고 볼 수는 있지만 좋은 영화라고는 볼 수 없다. 범죄를 압도하는 캐릭터의 마석도 경사가 있기에 그나마 갈마무리가 된 것이지 뒤끝이 개운치 않은 영화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폭력적인 캐릭터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일하는 경찰들 역시 그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역시 폭력적인 힘으로 압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갈취하고 적당하게 사람을 해하면 나쁘지 않은 것이고 착취하듯이 갈취하고 상대방을 해하면 나쁜 것이다.
불법이 용인된 곳에서 폭력은 잉태한다. 조선족들의 상당수는 합법적인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에서 체류한다. 그리고 그들은 불법이기에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고 법이 없는 그곳에는 힘의 논리만이 적용될 뿐이다. 적당하게 돈도 받고 즐기면서 선을 지켜주던 마석도 경사와 그들이 있기에 아슬아슬하게 조선족 사회는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하얼빈에서 넘어와 단숨에 기존 조직들을 장악하고 가장 강력한 세력인 춘식이파 보스 ‘황사장(조재윤 분)’까지 위협하며 도시 일대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신흥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으로 인해 그 균형은 급속히 무너진다.
청렴함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진정한 청렴함이란 세속을 부정하고 떠나서 은거하면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속에서 추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분명 영화 속에서 마석도 경사는 청렴함을 지나 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것은 맞다. 관객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석도에게서 통쾌함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더 나쁜 놈들을 힘으로 제압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도가 없으면 힘이 작은 자가 힘이 큰 자에게 부림을 당하고 세력이 약한 자가 세력이 강한 자에게 부림을 당하게 된다. 오직 폭력만으로 점철된 그들 사회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정 인물에게서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들 세계는 그 법칙으로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옛말에 하늘이 만든 재앙은 피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가 만든 재앙에서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한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도 반드시 스스로 망친 후에 남이 망친다고 한다.
범죄도시는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 속에 철학적인 메시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누군가에게 군림하려고 하면 힘으로는 잠시 제압당할지 모르나 그런 강압적인 태도는 결국 파국을 불러오게 된다. 예를 들어 폭력적이며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문제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맹자는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자와는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내팽개치는 자와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일상의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행해야 하는 올바른 도리를 도라고 말한다.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그 잔인함과 잔혹성 인간에 대한 마음이 없는 자가 만드는 피의 난무가 얼마나 거짓되고 불편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마동석의 영화 속 케미는 그 덩치에 걸맞은 역할로 잘 녹아들어가 있다.
지극히 진실한데도 남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경우는 없고, 진실하지 않은데도 남을 감동시키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