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6. 2017

시작되다

감곡 매괴 성모 순례지 성당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의미는 시작하는 것만으로 이룸이 50%에 이른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에는 피의 역사와 함께 배움이 시작된 곳이 있다. 바로 천주교가 간직한 역사로 내포신도시 주변을 비롯하여 전국에는 적지 않은 오래된 느낌의 성당들이 있는데 그중 충북 음성군에 자리한 감곡성당은 충청북도에서는 첫 번째, 국내에서는 18번째로 세워진 성당으로 건축학적으로 아름다운 건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음성군 감곡면은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 과거에 이곳은 장호원 성당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충청북도 천주교의 시작, 조선시대 민족의식의 고취, 우연하게 일어난 기적들은 천주교 감곡 매괴 성당을 대표한다. 1930년에 만들어진 정면의 고딕 양식의 성당의 자리는 일제 말기인 1943년 일제가 신사(神社)를 건립하려고 했던 곳이기도 하다. 

성당의 내부에 들어오면 사찰에 들어간 것처럼 고요함과 숙연함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보통 동양의 건축물과 달리 서양의 건축물은 대칭을 지향한다. 감곡성당 안에 발을 들여놓은 이방인은 성당 내부의 모습에 묘한 느낌을 받는다. 영성의 등대 이며 기도하는 인간의 형상화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00년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외지인들은 역사의 손길이 살아 있는 이곳에서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듣는다는 것은 믿음이 있음을 의미하고 본다는 것은 영광을 뜻한다. 어느 성당을 가던지 간에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묘사한 조각들이 있는데 이는 빛의 매개로 역사 속의 죽음을 현실로 불러내는 것 같아. 성당 안에서 바라보면 시선의 위치에 따라 빛과 시간의 리듬이 달라지는 것만 같다. 

성당의 앞과 뒤에는 다른 성당에서 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다. 완성된 것 같으면서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미완의 완성작들 같다. 이 것도 사람의 작품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며 미래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생명이 남긴 작품들은 모두 미완의 작품들이다. 

임가밀로 신부는 본당에 있는 동안 지역 사회의 복음화에 앞장섰으며,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감곡 천주교 내에 카미리우스 신부를 설립자로 하여 남학교인 매괴학당을 설립하기도 했다. 정면에 있는 뾰족한 삼각 돌출물은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지만 고급스럽기보다는 수수해 보이는 것 같다. 아치 창호를 덛대고 있는 회색 벽돌과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빨간색의 벽돌이 잘 어우러져 보인다. 

대표적인 고딕 느낌을 자아내는 채광용 중정을 지지하는 미려한 포물선의 아치의 간격에 비치는 빛은 목자의 마음에 영적인 느낌을 더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의 임시 요새로 사용되기도 했던 이 성당은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건축물을 힘들게 세웠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곳 성당을 훼손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성당의 앞쪽에는 유서 깊은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을 미니어처 한 작품이 만들어져 있다. 벽돌의 형태를 잘 살리고 조형미를 가미한 작품으로 이동 운반이 가능한 미니어처 성당이다. 

성당 입구로 들어오는 공간에 세워져 있는 임가밀로 신부는 1947년 "성모여, 저를 구하소서"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임종하였다. 임가밀로 신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했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종교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은 충청북도의 정신적인 상징이며 천주교 신앙의 숲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